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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7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⑭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⑭


벨라스케스 - [교황 이노첸시오 10세],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Galleria Doria Pamphilj)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


스페인의 대표적인 바로크 화가 벨라스케스는 프라도 미술관(Prado National Museum) 메인 입구 앞에 그의 조각상이 있을 정도로 국민화가라고 불리는 작가이다. 그의 동상은 오른손에 붓을 들고 있는 앉아 있는 모습이며, 정문의 오른쪽에 있는 미술관 북쪽 입구 앞에는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1746-1828)의 앉아있는 동상이 있다. 이 두사람은 스페인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민 화가들이다. 오늘의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첸시오 10세’의 초상화이다. 이 그림은 복사본들도 여러 곳에 전시되고 있는데 원본인 로마 팜필리 미술관의 작품을 중심으로 공부해 본다.



벨라스케스의 자화상(1640)     이미지 출처: Wikipedia.org


교황 이노첸시오 10세 (Portrait of Pope Innocent X)


스페인 왕실의 일원으로 로마에 파견된 궁정 화가 벨라스케스에게는 “예술품 수집 및 예술가와의 교류”라는 공식임무 외에도 교황청과의 관계강화라는 더 주요한 외교 활동 임무가 있었다. 그는 로마 방문 시 교황 이노첸시오 10세에게 교황님의 초상화를 그려 선물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하였다. 당시 원활하지 못했던 교황청과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스페인의 제스처였다. 의심이 많고 성격이 불 같은 교황 이노첸시오 10세는 처음보는 스페인 화가를 믿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벨라스케스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하룻밤 사이에 그렸다는 자신의 수행 비서 겸 노예였던 ‘후안 데 파레하의 초상’(The Portrait of Juan de Pareja,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을 보고 나서 마음을 바꾸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내어주어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벨라스케스의 개인 노예였던 후안은 상당히 영민한 사람으로 화실 조수로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벨라스케스는 결국 그가 화가로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었다. 작품에서 보이는 후안의 눈매와 품격을 보면 벨라스케스가 그를 얼마나 신뢰하였는지 알 수 있다.



후안 데 파레하의 초상(1650), 벨라스케스     이미지 출처: Wikipedia.org


이노첸시오 교황은 벨라스케스가 하루만에 그렸다는 ‘후안의 초상화’를 보고 그의 실력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1903-1983)는 이노첸시오 10세의 초상에 대하여 “세계 초상화사에서 가장 완벽한 인간의 묘사 중 하나”라고 감탄하였다. 이 그림의 성공으로 결국 벨라스케스는 귀국 후 그토록 갈망하던 레드 크로스 기사단의 기사 작위를 스페인 왕에게서 받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녀들(Las Meninas, The Maids of Honour, 1656)’작품에서 벨라스케스의 가슴에 레드 크로스 표시가 가슴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작품의 완성 이후 작위를 받은 벨라스케스가 완성된 그림에 이후 다시 그려 넣은 것이다.



시녀들(1656), 벨라스케스     이미지 출처: Wikipedia.org


교황의 초상화는 그의 붉은색 가운, 차가운 눈빛,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권력의 긴장감과 인간적 내면을 동시에 표현한 점이 높이 평가되며, 완성된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교황 자신도 너무 똑같다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 초상화에서 읽을 수 있는 75세의 이노첸시오 10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꿰뚫어 보는 듯한 무서운 시선과 단호한 성격의 '일벌레'라 불리던 교황의 모습이 잘 나타난 것이다. 이 그림은 17, 18세기까지는 교황의 친인척들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교황 이노첸시오 10세(1650), 벨라스케스     이미지 출처: Wikipedia.org


이후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보고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이 그린 ‘소리 지르는 교황'(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 1953)이라는 작품은 원본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 같다. 이 그림의 복사본, 즉 벨라스케스의 화실에서 제자들에 의해 더 그려진 작품들이 미국 보스톤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과 영국 런던의 웰링턴 미술관(Apsley House),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그리고 워싱턴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에도 존재는 하지만 벨라스케스의 작품이라고 확인된 바는 없다.



교황 이노첸시스 10세 초상화에 대한 연구(1953), 프랜시스 베이컨     이미지 출처: Wilipedai.org


로마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Galleria Doria Pamphilj)


팜필리 가문 소유의 궁전인 팔라초 도리아 팜필리(Palazzo Doria Pamphilj)의 내부 중 일부분에 전시 공간을 만든 곳이다. 이곳에는 이탈리아의 쟁쟁한 화가들인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1520),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88-1576), 파르미자니노(Girolamo Francesco Maria Mazzola, 1503-1540),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 카라치(Annibale Carracci, 1560-1609) 등의 멋진 작품들이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들려 감상하려는 타겟 작품은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첸시오 10세’ 초상화 원본 작품일 것이다. 이 미술관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명문 가문 팜필리가와 결혼 등으로 인척 관계가 되었던 가문들 중에서 도리아 가문의 소장품들이 이곳으로 대거 이전 소장 및 전시되면서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내부     이미지 출처: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


사피엔스 스튜디오 [그림으로 보는 스페인 국민화가 벨라스케스의 인생]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