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몬트의 깊은 산골에, 한 사람이 평생을 들여 가꾼 작은 천국이 있습니다. 꽃과 나무, 개울과 동물들이 자연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그곳에서 타샤 튜더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법을 조용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화려한 명예나 외적 성공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갈 용기,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깊은 만족을 주는지 그녀의 삶은 말없이 들려줍니다.
타샤와 그녀의 꽃밭 출처 : tashatudorandfamily.com
오래된 것들과 꽃의 친구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작가이자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Tasha Tudor, 1915–2008)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해외 여러 언론은 그녀의 삶을 더욱 깊이 읽어내며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An artist who built her life as carefully as she painted her illustrations.” — The New York Times
(삶 전체를 하나의 그림처럼 섬세하게 구축한 예술가)
“A woman who chose the 19th century in the 20th, and lived with rare authenticity.” — The Guardian
(20세기에 19세기를 선택한, 진정성을 지닌 드문 인물)
“Her garden is not merely beautiful; it is a philosophy in bloom.” — Boston Globe
(그녀의 정원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철학이 피어나는 공간이었다)
타샤의 키친 이미지 출처 : tashatudorandfamily.com
그녀의 정원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철학이 피어나는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발자취를 살펴보며 ‘삶을 예술로 만든 한 여성의 철학’을 만나게 됩니다. 타샤의 정원이 특별했던 이유는 꽃과 나무보다 그녀의 마음이 먼저 잘 가꾸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면이 단단해지면 삶의 공간도 자연스럽게 제 모습을 찾는다는 것을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이 책은 타샤 튜더가 말년에 직접 들려준 삶의 기록과 철학을 담은 에세이로,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한 사람의 대답을 담고 있습니다. 책에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용기’, ‘자연 속에서 회복되는 인간의 마음’, ‘물질보다 중요한 삶의 품격’, ‘오래 사는 삶이 아니라 잘 사는 삶’에 대한 질문이 잔잔하게 흐릅니다.
특히 그녀가 남긴 말, “Life is too short not to enjoy it.”(인생은 즐기지 않기엔 너무 짧다)는 웰에이징과 웰다잉을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책 속에서 만난 문장들
타샤 튜더의 문장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처럼 단단합니다.
“나는 늘 기다렸다. 꽃이 피는 시간, 아이가 자라는 시간. 기다림 속에서 행복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원은 오늘의 기쁨일 뿐 아니라, 내일의 위로가 된다.”
“삶의 어려움을 견디게 해준 건 자연이 주는 변치 않는 리듬이었다.”
이미지 출처 : tashatudorandfamily.com
그녀의 글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주며,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열어줍니다. 그녀가 자연을 돌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연이 주는 위로를 먼저 마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고요하면 정원도 고요해지고, 내면이 정돈되면 삶의 풍경도 자연스레 아름다워집니다.
나답게 사는 법: 타샤가 남긴 네 가지 메시지
첫째, 내 선택을 믿기.
열다섯 살에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타샤의 인생은 ‘다름을 선택하는 용기’에서 출발했습니다. 해외 서평은 이를 두고 “She never compromised on what she believed a good life should be.”(그녀는 좋은 삶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라고 기록했습니다.
둘째, 자연 속에서 치유받기.
타샤에게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스승이었습니다. 그녀의 정원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큼 삶과 철학이 투영된 공간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ladylindateacup.blogspot.com
셋째, 내 공간을 사랑하기.
직접 만든 18세기풍의 집, 골동품 가구, 손으로 만든 인형의 집. 그녀의 공간들은 타샤라는 한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또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넷째, 웰에이징과 웰다잉의 태도.
92세까지 살며 그녀는 “정원이 있는 삶이었기에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나이 듦이 두렵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준비가 아니라 작은 일상의 충만함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보여줍니다.
에덴낙원, 삶을 가꾸는 또 하나의 정원
타샤 튜더가 버몬트 산골에서 자신만의 천국을 가꾸었다면, 에덴낙원 역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아름답게 연결하는 정원입니다. 타샤의 삶이 말해주는 것처럼, 우리가 마지막을 준비하는 방식은 결국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서 시작됩니다.
타샤가 마음을 먼저 돌보았기에 정원이 그 마음의 모양대로 피어났던 것처럼, 에덴낙원의 아름답게 가꿔진 에덴가든도 사람들의 마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 마련된 또 하나의 ‘영혼의 정원’입니다. 자연을 통해 마음이 쉬어갈 때, 자연을 바라보며 슬픔 가운데 마음을 내려 놓을 때에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시 새로워집니다.
그녀의 초기 책들 이미지 출처 : tashatudorandfamily.com
꽃을 심듯 하루를 가꾸고, 정원을 돌보듯 삶을 보듬으며 나답게 나이 들어 가는 것. 그 길 위에서 에덴낙원과 에덴가든이 여러분의 삶과 기억을 잔잔히 지켜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타샤 튜더 한국 전시회 소식
버몬트의 오솔길과 장미 아치, 타샤의 주방과 생활 도구들, 그리고 그녀가 평생 가꾼 정원의 정취가 이제 한국에서도 펼쳐집니다. 아시아 최초로 타샤 튜더의 대규모 기획전 〈Still, Tasha Tudor :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이 준비 중입니다.
이번 전시는 타샤 튜더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며, 그녀의 대표작 약 190여 점의 원화와 서적, 생활 자료들을 통해 타샤의 예술 세계와 삶의 철학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롯데 뮤지엄 홈페이지
첫 그림책 『호박 달빛』 으로 데뷔한 이후, 『마더 구스』, 『1은 하나』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고 100여 권의 작품을 남기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은 타샤 튜더의 일상과 계절, 자연을 사랑하는 감성은 이번 전시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며, 이번 전시는 그 철학과 일상의 풍경을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시는 12월 11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서울 송파 롯데뮤지엄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