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의031-645-9191

에덴 미디어

컬처
2026-01-29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⑰

⑰ 렘브란트 - [돌아온 탕자], 에르미타주 박물관(The State Hermitage Museum)


황금빛 명성과 고독한 거장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은 '빛과 어둠의 마술사'로 인정받는 네덜란드 최고의 화가이다. 당대 유럽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그는 수많은 작품의뢰를 받으며 벌어들인 돈으로 대저택을 구입하고, 진귀한 골동품과 작품들을 수집하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이어갔다. 더불어 그의 첫번째 아내였던 사스키아(Saskia van Uylenburgh, 1612~1642)는 부유한 집안의 사람으로 많은 지참금을 가져왔기에 그를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렘브란트 판 레인의 자화상    출처 : mauritshuis.nl/en


그러나 그의 말년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의 연속이었는데, 아내 사스키아를 사별하며 먼저 떠나보낸 것을 시작으로 둘 사이에서 낳은 세 자녀를 모두 잃었다. 말년엔 마지막 희망이던 아들 티투스(Titus van Rijn, 1641~1668)와 반려자 헨드리키에(Hendrickje Stoffels, 1626~1663)까지 모두 세상을 떠났다. 또한 무모하게 수집했던 그림들과 무리하게 진행했던 투자의 실패는 그를 파산에 이르게 하였고, 주택마저 경매로 빼앗긴 렘브란트는 빈민가로 거처를 옮겨야했다. 렘브란트는 그제서야 세상이 아닌, 내면 깊은 울림에 귀 기울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669년 사망하기 직전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돌아온 탕자’는 그의 고통스러운 인생과 신앙적 깨달음을 표현한 최고의 걸작으로, 전 세계 그림들 가운데 '도달할 수 없는 최고의 절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렘브란트 판 레인의 [돌아온 탕자]   출처 : wikipedia.org


이 작품 주제는 신약성경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이다.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미리 받아 먼 나라로 떠나 방탕한 생활 끝에 모든 것을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 돌아온 둘째 아들, 그리고 그를 아무런 조건 없이 맞이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기독교적으로 회개와 용서를 상징하는 유명한 비유지만, 렘브란트는 이를 종교화의 차원을 넘어서 보편적인 인류의 사랑과 화해의 서사로 끌어올렸다. 그림의 중심에는 무릎을 꿇은 아들과 그를 어루만지는 늙은 아버지가 있다.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짙은 어둠은 중앙의 두 주인공에게 쏟아지는 빛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데,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감정과 손길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이로써 관객들은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최고의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림 속 담겨진 진정한 의미 


그림의 중앙부를 보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아들의 등을 감싸 안은 아버지의 두 손이다. 왼쪽 손은 뼈마디가 굵은 남자의 손이지만, 오른쪽 손은 부드러운 여성의 손으로 보인다. 이것은 돌아온 아들을 사랑으로 맞아주는 것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포함한 부모의 자애로움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무릎을 꿇은 아들의 모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죄수를 연상시키는 삭발한 두상과 오른쪽 옆구리에 차고 있는 걸인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인 칼 하나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소인 신발이 벗겨진 한쪽발과 너무 낡아서 더 이상 신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샌들 한쪽이다. 이것으로 그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아버지가 걸치고 있는 붉은 망토는 아들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덮어주는 관용과 권위의 상징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사랑으로 보여진다. 


화면 오른쪽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물은 큰아들로 짐작되는데, 아버지와는 다르게 경직된 자세와 붉은 망토는 동생을 향한 분노와 시기심으로 해석된다. 렘브란트는 용서받는 자, 용서하는 자, 그리고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를 한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실제 인간 사회에서 보이는 미묘한 인간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작품이 오늘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의미심장하다. 제국의 권력과 부를 상징하던 공간 한가운데에, 모든 것을 잃은 화가가 그린 ‘무조건적인 용서’의 장면이 걸려 있다는 점은 이 그림의 메시지를 더욱 역설적으로 만든다.



렘브란트 판 레인의 [성전의 시므온(1669)]    출처 : wikipedia.org


렘브란트의 마지막 순간, 이젤 위에 놓여있던 [성전의 시므온]


'돌아온 탕자'를 렘브란트의 유작으로 부르지만 그가 사망하던 날 그의 이젤 위에 작업중이던 그림이 한점 더 있었는데, 바로 ‘성전의 시므온’(현재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소재)이다. 미완성이지만 누가복음 2장 25-35절에 등장하는 시므온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께서 자신과 약속하신 메시아를 보내심에 감사하고, 평안 속에서 영면에 들게된다는 이야기다.


렘브란트가 이 작품을 마지막까지 완성시키고자 노력한 이유를 유추해 보면, 젊은 시절 화려한 성과와 재물로 방탕한 생활을 하였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영면에 들기 전의 자신을 예수를 안고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시므온과 동일시하며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 겨울궁전   이미지 출처 : wikipedia.org


러시아의 자부심,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숨겨진 이야기들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약 300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전시된 모든 작품을 1분씩 관람한다고 가정하면, 전체를 다 보는 데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미술관의 본관인 '겨울 궁전'은 과거 러시아 제국 황제들이 거주하던 화려한 궁전이었으며, 에메랄드빛 외벽은 독특하고 아름답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던 2010년 매우 춥던 1월 중순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표를 사고 실내로 들어서면서, 눈길을 걸으며 엉망이 된 신발을 벗고 싶을 정도로 권위있고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그 장엄한 공간을 거닐다가 마주한 ‘돌아온 탕자’는 화려함과는 정반대의 침묵으로 관람자를 붙잡는다. 이 그림은 미술관에서 ‘보는’ 작품이라기보다, 한 인간의 삶과 신앙, 상실과 화해의 이야기를 ‘함께 서서 견디게 하는’ 작품에 가깝다. 에르미타주의 끝없는 전시실 속에서 램브란트의 이 그림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도, 어쩌면 우리 각자의 삶 어딘가에 놓인 돌아갈 자리와 기다리는 손을 조용히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