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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9

이스라엘의 새해 편지: 두 번째 개척기를 살아가는 은빛 청춘들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㉖ 이스라엘의 새해 편지: 두 번째 개척기를 살아가는 은빛 청춘들


스타트업 네이션에서 에이지테크 네이션으로


이스라엘하면 ‘스타트업 네이션’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습니다. 군대를 바탕으로 발전한 적극적인 기술 이전, 벤처 투자 생태계에 대한 풍부한 지원, 그리고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문화가 모두 결합되어 이스라엘을 세계적인 기술 창업 허브로 만든 구조적 특징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이미지 출처 : unsplash


이스라엘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이 잘 담겨 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이스라엘이 이제 ‘스타트업 네이션’을 넘어, 2026년에는 ‘에이지테크(Age-Tech) 네이션’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더 역동적이고 존엄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며, 국가 기관을 포함한 공공·민간 영역 전반에서 이를 정책과 산업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노년을 어디로 데려가는가


함께 두 번째 개척기를 살아가는 노년기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스라엘이 나아가는 해답을 바라보기 원합니다. 먼저, 이스라엘의 기술 발전이 2026년 현재 어떻게 노년층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이스라엘이 가진 기술력은 이제 노년층에게 큰 유익을 줍니다.

특히 노년기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는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는 주목할 만합니다. 2026년 1월,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산업 전시회 CES에서 이스라엘의 인투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라는 회사가 반려 로봇 엘리큐(ElliQ)의 최신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이 업데이트의 핵심은 반려 로봇에 건강관리 기능을 결합한 점입니다. 노인의 음성 톤과 대화 패턴을 분석해 우울감이나 인지 저하의 징후를 초기 단계에서 감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로봇이 단순히 비서의 역할을 넘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동반자’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됩니다.

거기에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를 지향하는 이스라엘의 정책적 특성상, 집 안이나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노인 낙상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도록 하고, 사고 발생 시 즉각적으로 지역 커뮤니티 구조대와 연결되는 통합 돌봄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계속거주의 실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탐험할 수 있는 시간


이스라엘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노년층을 위한 신체·정서·사회적 활동을 포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26년 새해를 맞아 이스라엘 국토 탐방 및 시니어 하이킹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최대의 영어권 커뮤니티인 ESRA에서는 2일간의 사막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연령과 체력 수준에 맞춘 트레킹 코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국토 탐방로를 관리하는 이스라엘 자연보호협회(SPNI)에서도 전문가가 동행하는 시니어 대상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노년층의 체력을 고려해 구간을 세분화하고, 전문 산악 가이드와 응급 의료 대원이 동행함으로써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참가자들은 네게브 사막에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거나, 갈릴리 호수 인근의 고고학 발굴 현장에 참여해 직접 발굴을 경험하며 ‘노년기에도 새로운 배움과 노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몸으로 확인합니다.


특별히 최근에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드론 교육도 활성화되어, 드론을 통해 자신들이 탐방한 경로를 직접 촬영하고 그 결과물을 디지털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제작해 SNS에 공유하는 문화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년층은 더 이상 디지털 시대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자아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세대는 다시 연결될 수 있는가


2026년 이스라엘의 노년 정책 가운데 특히 기대되는 부분은 세대 간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제도화한 프로그램들입니다.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세대 간 연결’이라는 뜻의 하케셰르 하베인-도리(Hakesher Habein-Dori) 프로그램은 학생과 어르신을 1대1로 매칭해 서로의 지혜와 기술을 교환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노인들에게 IT 기술 활용법을 전수하고, 노인들은 자신의 생애사를 나누며 역사적 통찰과 삶의 지혜를 전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점차 체감하기 어려워진 이스라엘 건국 과정과 유대 민족의 정착 경험은 노년 세대를 통해 ‘살아 있는 역사’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뿐만 아니라 ‘여기에 삽니다’라는 뜻의 칸 가림(Kan Garim) 프로그램도 세대 간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례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계속거주라는 이스라엘 노년 시스템을 생활 공간 차원에서 실현한 모델입니다. 자녀들이 떠난 뒤 넓은 집에 거주하는 노년 세대가 남는 방을 활용해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높은 월세 부담을 안고 있는 대학생들은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얻게 됩니다.


이 관계는 단순한 주거 공유를 넘어, 함께 살아가며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 결과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은 상호 돌봄 기반의 성공적인 공존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연대는 노인을 사회의 주변부가 아닌,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문화적 토대를 형성합니다.


비용이 아닌 가능성


이스라엘의 사례는 노년 복지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활동적 노화(active aging)’ 모델로 전환되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는 노년층의 신체 건강 증진을 통해 국가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데에도 기여합니다. 기술과 공동체 프로그램의 결합은 노년층의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효능감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유발 하라리는 기술 발전이 세대 간 단절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인간이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는가이다.” 하라리의 지적처럼 기술은 세대 간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보듯 인간의 의지에 따라 그 장벽을 허무는 가교가 되기도 합니다. 2026년의 이스라엘은 기술을 고립이 아닌 연결의 도구로, 노화를 쇠퇴가 아닌 새로운 개척의 과정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쇠퇴가 아닌 결실


성경은 백발을 영화의 면류관이라 말하고(잠언 16:31), 노년기를 하나님의 은혜가 무르익어 결실하는 시기로 묘사합니다(시편 92:14). 이스라엘이 보여주는 두 번째 개척기는 늙어감이 은퇴와 소외가 아니라, 부여받은 생명의 가치를 끝까지 증명해 내는 여정임을 말해줍니다. 결국 첨단 기술보다 더 강력한 힘은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랑과, 삶의 지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올 것입니다. 기술에 사랑을 담고, 제도에 존중을 담아 발전해 간다면 노년은 더 이상 사회의 짐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약속의 땅이 될 것입니다. 


2026년 새해, 우리 사회 역시 이스라엘과 같이 두 번째 개척기를 살아가는 은빛 청춘들을 축복하며, 그 삶의 열매가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