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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5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⑫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⑫ 프란시스코 고야 -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 프라도 미술관

1746년 스페인 푸에데토스에서 태어난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 1746-1828)의 본명은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이 루시엔테스이다. 스페인 특유의 긴 이름을 가진 그는, 도금 장인으로 이름을 떨친 아버지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고야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스페인은 가톨릭 제국으로, 교회 제단 장식을 위한 도금 사업은 큰 부를 가져다주는 직업이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초상(1826)  출처: wikepedia.com

고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드러냈다. 14세에 화가 호세 루산의 도제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으나, 왕립 미술학원 입학은 두 차례나 거절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궁정화가 밑에서 수업을 받았지만, 스승과의 갈등으로 정식 졸업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탁월한 재능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1789년에는 왕실의 눈에 들어 왕립 미술 학회 회원이 된 뒤 궁정화가로 임명되었다. 불과 10년 만에 수석 궁정화가 자리까지 올라 명성을 확립한 것이다.

그의 대표작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초상〉을 완성한 이듬해, 47세였던 고야는 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그러나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그는 예술을 사회적 저항의 수단으로 삼기 시작한다. 종교와 사회의 부조리, 전쟁의 참혹함을 독창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하며, 스스로를 반항아로 자리매김했다. 고야는 자신에게 세 명의 스승이 있다고 말했는데, 바로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1660),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그리고 자연(Nature)이었다.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초상(1800)  출처 : wikepedia.com

작품이 갖고 있는 이야기

〈1808년 5월 3일〉은 고야가 전쟁의 잔혹함을 주제로 그린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힌다. 1808년 프랑스군은 포르투갈을 응징하겠다며 스페인으로 진격하고, 나폴레옹은 자신의 친형 조세프를 스페인 국왕으로 임명하였다. 이에 스페인 민중들은 반란을 일으켜 5월 2일 프랑스 군인들을 살해했다. 프랑스군은 5월 2일부터 5월 3일까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수색하고 총살하였다. 고야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지 6년 후인 1814년에, 당시의 참상을 상기시키며 그림으로 남겼다.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1814)  출처 : wikepedia.com

그는 단순히 사건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약자를 향한 강자들의 폭력과 그 잔혹함을 강렬하게 표현하였다. 민중을 향해 총을 겨누는 프랑스군은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배치되어, 마치 기계처럼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거리 위 사람들은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살되거나 포로로 끌려갔으며, 대부분 민간인이었던 이들은 마드리드 부대로 이송되어 그날 밤 모두 처형당했다. 기록에 따르면 시체들은 8일간 썩도록 방치된 후 한꺼번에 매장되었다.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의 상징적 인물 (1814)  출처 : wikepedia.com

화면 중앙에서 무릎을 꿇고 환하게 빛나는 인물은 예수를 상징한다. 고야는 하얀 옷을 입은 이 남자에게 바닥에 놓인 랜턴의 조명을 집중시키고, 그의 손바닥에는 예수의 십자가 성흔을 그려 넣어 숭고한 순교자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고야는 조국을 위해 항거한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념하며, 스페인 민족주의적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Benlliure Gil, Mariano의 고야 조각상(1902) 출처 : Prado Museum 

작품이 있는 곳: 프라도 미술관 (Prado National Museum)

‘프라도’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 ‘프라토(prato, 초원)’에서 유래하였다. 과거 귀중한 작품을 전시하고 귀족이나 친족을 맞이하기 위해, 박물관들은 도시의 흔한 건물과 떨어진 넓은 잔디밭 위에 세워지곤 했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도 이러한 조건을 갖췄으며, 정문 앞에는 벨라스케스의 동상, 후문 쪽에는 고야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주변에는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미술관 앞 정원은 아름다워 쉬어 가기 좋으며, 사진 촬영과 채광 상태도 훌륭하다.


프라도 미술관 정문 출처 : wikepedia.com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에는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고야의 작품으로는 1808년 5월 3일을 비롯하여 유화 119점, 판화 488점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같은 최상급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 폐관 2시간 전부터 무료로 개방되는 시간을 활용하면 보고 싶은 작품을 집중해 관람할 수 있다.




예술의 이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그림]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