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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자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롭다(고후 4:16)'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신앙의 가정에서 태어나 잘 자란 아이는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믿음의 가정을 꾸리는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으며 이제는 머리 하얀 장년이 되어 교회의 존경받는 장로가 되었다. 그러나 주님 주신 사명을 이야기하며 교회 안팎에서 맡은 일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얘기하는 활기찬 모습이 그러했고, 인터뷰 중간중간 교회 청년들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장명근 장로는 날로 새로움을 더하는 여전히 열정 많은 젊은 주의 일꾼이 틀림없었다.
에덴낙원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나요?
서울에서 가까운 곳의 봉안 시설을 알아보던 중에 자신의 친구 부모님 장례식에 참여하였던 같은 구역의 교회 성도께서 에덴낙원에 관해 이야기해 주셔서 시설 투어를 신청하였고 첫 방문 당일에 바로 결정하였습니다. 식구들과 상의하지 않고 정해서 다들 어떤 곳인가 궁금해했는데 나중에 함께 와서 보고는 정말 좋은 곳에 잘 결정했다고 다들 좋아해 주었습니다.
부모님의 마지막 안식처로 에덴낙원을 선택하신 이유와 조부모님의 이장을 결정하게 되신 과정도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원래 충남 공주에 선산이 있어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10년 전까지는 직접 관리하시고 가꾸셨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와 함께 묻히실 두 분의 자리까지도 미리 마련하여 놓으셨었죠. 그러다 증조부모님은 독립유공자로 현충원에 모시게 되었고 아버지의 몸이 쇠약해지기 시작하자 돌아가시면 화장하여 가까운 곳의 봉안 시설에 안장하여 줄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그리고, 43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산소도 개장 후 화장하여 산골 할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아마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예전의 장묘 문화 변화와 산소 관리의 어려움이 그러한 생각을 갖으시도록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아내는 5년 전까지 대학에서 건축환경심리를 강의하였습니다. 아내의 강의 중 Memorial Hall, 즉, 추모시설의 디자인에 관해 ‘죽은 자를 위한 공간, 산 자를 위한 공간’이란 강의의 내용을 나누며 매우 공감하였습니다. 분명 추모시설은 죽은 자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어 그곳을 방문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곳을 통해 위로를 받고 먼저 떠난 이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의미가 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워싱턴 DC에 있는 베트남 전쟁 메모리얼은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하고 있지만 남은 가족들이 그곳을 방문하여 전사자의 새겨진 이름을 만지며 바라보며 기억하며 위로를 얻는다는 사실이 정신의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이런 면을 고려할 때 주위의 많은 봉안 시설에 비해 에덴낙원은 그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주님 앞으로 간 가족을 기억하고 위로를 얻고 싶어 추모시설을 방문하지만 막상 오래 머물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고 특별한 활동에도 한계가 있는 반면 에덴낙원은 묵상과 기도, 모임과 친교, 식사와 다과, 그리고 숙박까지 가능하기에 기억과 위로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부모님의 키오스크 사진첩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인생을 시간 별로 구분해서 정리하신 것과 특히 마지막 챕터에는 신앙인으로써의 삶을 모은 사진들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병상에서도 십자가를 들고 기도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죽음이 후대에게 남기는 마지막 교육의 기회’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영원한 이별은 분명 슬픈 사건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성도의 삶에 있어서 이 헤어짐에는 다시 만날 소망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슬픔 가운데에서도 약속된 만남을 기다리며 이를 딛고 우리 또한 앞으로 가야 할 그 길을 두려움 없이 기다리며 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세상 가운데서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에 의지하여 사는 기쁨을 누리는 믿음의 상속 이야말로 자녀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본인의 자리도 미리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로님의 어떤 삶의 경험이나 생각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노년기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죽음’의 의미와 준비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죽음’이란 단어는 낯선 것이 아닌 친숙하며 멀지 않은 장래에 모두가 경험하여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고 부모님의 자리를 마련할 당시 바로 옆의 공간에 저희 자리도 마련하였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외동 딸이 있는데 우리 부부가 먼저 떠나게 되면 딸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아 위로받기 소망하는 마음으로 저희 자리를 준비하였는데 부모님을 찾아뵐 때마다 마련된 저희 부부의 자리를 바라보면 우리가 이 땅을 떠난 후 재림하실 주님을 영접할 때까지 우리가 머물 곳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현재 이곳 에덴낙원에는 저의 부모님과 할아버지께서 안식하고 계시고 앞으로 이장하여 모실 장인어른과 아직 생존하여 계신 장모님을 모실 자리 그리고 처남 내외를 위한 자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덴낙원의 시설과 서비스를 잘 이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년 전 어머니께서는 늘 기도하시던 대로 화창하고 따뜻한 봄날인 5월 1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성도들과 함께 안장 예배를 마치고 ‘티하우스에덴’에서 다과를 대접하며 대화의 시간을 보냈는데 목사님과 성도들께서는 이별의 슬픔을 누르고 함께 모인 이 자리가 마치 봄 소풍을 나온 것 같이 따듯한 분위기라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을 찾아뵐 때 부활교회에서의 기도, 부활소망안식처 방문, 키오스크 돌아보고 방문 일지 쓰기 등을 통해 부모님을 기억하고 세상의모든아침에 들러 생전에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던 음식으로 식사하며 매 방문 때마다 위로를 받습니다.
100세 인생,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본인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웰다잉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머니께서는 4년간을 병상에서 의식 없이 치료받으시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연명 치료 거부의 의사를 분명히 남기셨음에도 서서히 악화되는 상황의 변화는 그 뜻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우리의 건강 역시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허락하신 우리의 신체를 보호하고 체력을 단련하여 오랜 기간 건강히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부모님께서는 돌아 가시기 오래전부터 많은 것들을 정리하셨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의 남은 삶의 기간을 매 5년 단위로 믿음 가운데 충성된 갱신의 삶을 사는 가운데 주변을 정리하며 욕심 없이 살다가 정리하여야 할 것이 너무 많지 않은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장로님 SNS에 올라온, 직접 그리신 부활교회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 며칠 뒤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조그마한 선물과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예배에서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서 제가 부활교회 내부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것을 카드에 넣어 드렸습니다. 카드를 받으신 교우들이 그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참 좋았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본인의 봉안단 자리에 무슨 말씀을 새기실지 결정하셨나요?
복음적인 기독교 음악의 작곡가인 John W. Peterson의 곡 중에 Jesus Led Me All the Way라는 곡이 있는데 우리 말로는 ‘예수 인도하셨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복음 성가로 소개되었습니다. 주님 앞에 서는 날, 이 곡의 가사가 저의 고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하였습니다.
내 인생 여정 끝내어 강 건너 언덕 이를 때
하늘 문 향해 말하리 예수 인도하셨네.
매일 발걸음마다 예수 인도하시네
나의 무거운 죄짐을 모두 벗고 하는 말
예수 인도하셨네
- John W. Peterson
‘한국 교회사에 중요한 발자취가 있는 곳’ 정동제일교회_장명근 장로와 함께
찬양 듣기_예수 인도하셨네
장명근 사업가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업 후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환경공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여 1998년에서 2013년까지 국내 최초의 수처리 전문 엔지니어링 및 제작사인 ㈜삼양정수의 대표이사를 지냈고 사업체를 정리한 후 현재는 웨이브투오션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으며 정동제일교회 장로, 포드교회의 협동장로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