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읽기 #9

라 루나 La Luna

Pixar에서 제작한 7분의 단편 애니메이션 'La Luna'는 독특한 상황에서 성인이 되는 한 소년의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 오늘 밤 아빠와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소년을 일터로 데려가고, 오래된 나무 배를 저어 바다 멀리 나간다. 소년은 가족의 독특한 직업을 알게 되면서 큰 놀라움에 빠진다. 과연 소년은 아빠 혹은 할아버지의 길을 따라야 할까? 상반된 의견과 전통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출처 : PIXAR WIKI

‘La luna’는 2012년 디즈니-픽사가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함께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영상과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 그리고 깜찍한 상상력에 기반을 둔 스토리까지,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작품을 감상하실 분은 디즈니 플러스나 유튜브를 통해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 IMDB

한 소년이 깊은 밤바다를 작은 나무배를 타고 항해 중이다. 하얗고 긴 수염의 할아버지와 검은 콧수염을 기른 아버지와 함께하는 소년은 이번 항해가 처음이다.

출처 : IMDB

수평선 위로 큰 보름달이 떠오르자, 배가 멈춘다.

소년은 바다가 아닌 둥실 떠 있는 달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닻을 내린다. 그렇다. 그들은 달에 쌓인 별들을 청소하기 위해 온 것이다. 달에 쌓인 별들을 쓸고 있는 와중에 커다란 별 하나가 달에 내려와 박힌다. 표면에 깊이 박혀 버린 별을 뽑기 위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출처 : IMDB

소년이 이 문제를 해결하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기특하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삼대는 그렇게 무사히 달 청소를 마친다.

출처 : IMDB

한쪽으로 가지런히 쓸어 담긴 별들 때문에 보름달이 초승달이 되었다는 엔딩의 귀여운 상상력 때문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작품은 어른들을 따라 첫 모험을 떠난 아이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서는 몇 가지 숨겨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처음 청소 작업에 참여한 아이에게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각자의 방식이 옳다며 따르기를 강요한다. 작업모를 선물하며, 아버지는 모자를 푹 눌러쓰라고 하고, 할아버지는 챙을 살짝 젖혀 써야 한다고 한다.

출처 : IMDB

달 표면에 떨어진 작은 별 조각들을 쓸어내는 도구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각자의 수염을 닮은 빗자루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 IMDB

그러나, 정작 거대한 별이 떨어져 박히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작은 망치로 별을 작은 조각들로 바꾸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모자를 거꾸로 쓴 아이였다.

출처 : IMDB

2006 픽사와 디즈니의 합병 당시, 조직의 조화를 다룬 작품이 지난번에 다루었던 ‘낮과 밤’이었다면, ‘라 루나’는 그렇게 합병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인생에서 건, 하나의 회사, 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있어서 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타성에 젖은 대응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고 새롭게 얻은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창조적 파괴, 또는 혁신이라고 부른다.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문제에 봉착하게 될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세계는 지난 코로나19의 위기를 새로운 백신 개발과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낯선 생활 규범으로 극복해냈다. 앞으로의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겠지만, 이를 해결할 새로운 아이디어로 극복해 낼 것이라고 믿는다. 다양한 작품들을 살피다 보면,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가 이러한 혁신의 과정을 훈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서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