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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반스 파운데이션 뮤지엄(Barnes Foundation Museum)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런 멋진 미술관이 있었군요." 두 번째로 소개할 미술관은 올해 100주년을 맞는 필라델피아의 반스 파운데이션 뮤지엄(Barnes Foundation Museum)이다. 르누아르의 엄청난 작품 수에 놀라고, 전시된 작품들 구성에 감탄하고 만다는 그곳을 함께 가본다.
필라델피아에서 반드시 꼭 들려야 하는 미술관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그러나 외국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작은 규모의 미술관에 한번 더 가 보려 한다. 볼티모어에 이어 오늘은 필라델피아이다. 필자는 2011년 미국 동부 미술관 여행에서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을 방문해 그 유명한 로키 발보아(영화 Rocky의 주인공) 계단에서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미술관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바로 인근 15분 거리에 규모는 작지만 강한 반즈 미술관(Barnes Foundation Museum)이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에 기회가 오면 반드시 방문하려고 철저히 공부해 보았다.
이곳은 Albert C. Barnes(1872-1951)라는 의사에 의하여 설립된 사립 미술관이다. 그래서 다른 미술관처럼 도시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반스의 집념과 교육열로 하나씩 켜켜이 쌓아 올린 보석 같은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Albert_C._Barnes 출처: 위키피디아
그는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졸업 후 어린아이들을 위한 항염증제 ‘Argyrol’이라는 약품의 공동 개발자로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유달리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던 반스는 자신의 의약회사까지 처분하며 오로지 교육 사업에만 열중하였다. 1922년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그는 ‘반스 파운데이션’을 설립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통해 예술을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경험으로서의 예술’을 교육하였다.
그는 사망할 때까지 거의 30여년간 파리 여행을 통해 당시 아직 유명세를 타기 전인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구입하였다. 그는 작품을 절대 팔지 않고 계속 소장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예술교육에만 몰두했다. 그는 미국에서 민주적 교육론에 입각한 미술교육론을 발전시켰던 존 듀이(John Dewey)와 깊은 친분을 갖게 되었고 이 두 사람은 상호간의 깊은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반스만의 독특한 전시방법
반스는 일반 미술관들이 전시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독특한 전시 방법을 고집하였다. 빛과 색, 선, 공간에 따라 그리고 비슷한 소재, 혹은 주제의 작품들을 몰아서 한 공간에 전시하거나 대칭되는 내용이나 작가의 작품은 항상 완전 대칭의 방법으로 한 벽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출처 : www.barnesfoundation.org/100-years
당시 필라델피아 미술계에서는 반스의 소장 목록이 너무 수준이 낮은 르느아르나 피카소에 집중한다며(당시 비평가들의 평가는 그랬다) 비웃음을 보냈는데 이 때부터 반스는 본인의 소장작품들은 절대 외부로 빌려주지도, 팔지도 못하게 내부 규율을 정했다. 반스 재단의 이사회는 시의 미술계 인사가 아닌 인근 링컨 대학의 교수들로만 구성,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비롯한 시 미술계 인사들과 교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전 후에도 반드시 전시방법은 그대로
1951년 반스가 사망하고 그의 일들을 인수받았던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위기를 수 차례 거치다가 결국 2012년 필라델피아 시 필라델피아 미술관 근처로 반스 파운데이션을 옮기게 된다. 비록 경제적 사정으로 몇 번 작품들을 빌려주고 수익을 내긴 하였지만 기본적인 운영방법과 전시 원칙은 반스가 생전에 시행하던 방법들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내부 전시실의 색상과 전시 방법은 오리지널 반즈 파운데이션의 그것을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6천 점의 다양한, 매력있는 반스의 소장품들
현재 반스 파운데이션의 소장 작품은 약 6천점에 이른다. 이 중 주목할 점은 세계 어느 미술관보다도 르누아르의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려 181점. 그리고 세잔 69점, 마티스 59점, 피카소 46점. 가히 상상하기도 힘든 가치의 소장품들이다.
Georges Seurat. Models (Poseuses), 1886–1888. 출처 : www.barnesfoundation.org
죠지 쇠라(6점)의 작품들 중 의미 있는 작품도 있다. 쇠라의 Models(Poseuses:Three Modles라고도 불린다)1886년 작품의 배경은 쇠라의 최고 걸작인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1884-86년, 현재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Art Institute of Chicago)의 오른쪽 하반부의 프레임이 걸치는데 그림에 나타난 3인의 모델은 한 사람을 3개의 각도에서 그린 것이다. 당시 미술 비평가들에 의해 그랑자트섬의 인물들이 충분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고 비난 받자 그 비난에 대한 반박으로 그랑자트섬 그림을 배경에 걸쳐놓고 한 명의 모델을 3개 각도에서 그린 Models(Poseuses)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자신의 인물 소묘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Vincent van Gogh. The Postman (Joseph-Étienne Roulin), 1889. 출처 : www.barnesfoundation.org
이 미술관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림은 아마 네덜란드 반 고흐의 ‘우체부 조셉 롤랭 초상’(Portrait of the Postman Joseoh Roulin)일 것이다. 고흐의 조셉 롤랭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결국 총 6점의 롤랭 초상화를 그리게 만들었는데 그 중 한 작품이 이곳 반즈 파운데이션에 있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 지방 아를(Arles)에 도착하여 역 근처 하숙집에 방을 얻고 동생 태오와의 수십 통의 편지를 주고 받을 때 항상 편지를 배달해주던 푸근하고 자상한 조셉롤랭 우체부는 고흐가 정신병원 생 레미에서 요양할 때도 유일하게 신경을 써 주던 아를에서의 가장 가까운 지인이었다.
Henri Matisse. The Dance, Summer 1932 - April 1933. 출처 : www.barnesfoundation.org
마티스가 미국 여행(1930년)때 방문했던 반스 파운데이션에서 반스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린 초대형 벽화는 이 미술관에서 아주 중요한 그림이다. 반스의 요청을 수락한 마티스는 프랑스로 돌아가서 몇 달간 대형 그림을 완성해서 미국으로 보내주었는데 첫 번째 보냈던 그림은 벽의 사이즈와 맞지 않아 다시 그려서 보낸 두번째 작품이다. 벽에 직접 작업한 그림이 아니고 벽에 부착한 그림이라 벽화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첫 번째 작업한 그림과 스케치화들은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시내로 이전한 새 미술관에서도 같은 형식의 전시실이라 별로 어려움 없이 이전 설치가 되어 현재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반스 파운데이션의 대형 작품이다.
Paul Cézanne. The Card Players (Les Joueurs de cartes), 1890–1892. 출처 : www.barnesfoundation.org
카타르의 셰이카 알 마야사 공주가 2011년 그리스의 선박왕 조지 엠비리코스의 개인 소장 세잔의 ‘카드 놀이를 하는 사람들’ 작품을 2750억원으로 경매로 구입하여 화제의 중심이 된 적이 있다. 알 마아샤 공주가 구입한 그림은 총 5장인 세잔의 레플리카중 하나로 등장인물이 2명으로 몰입감이 더 높은 그림인데 그 외 4장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그림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파리 오르세, 런던 코털드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꼭 방문할 반즈 파운데이션에 소장되어 있다. 반드시 가서 보도록 하자. 궁금해서 못 참겠는 분들은 반스 파운데이션 홈페이지에서 Our Collection을 눌러서 정보를 미리 살펴보는 것도 방문 시 유용한 공부가 될 것이다.
반스파운데이션 홈페이지 바로가기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