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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3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현황과 이스라엘 노년 세대의 시각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현황과 이스라엘 노년 세대의 시각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분쟁의 배경 : 반복되는 충돌과 인도적 위기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대규모 충돌이 반복되어 왔다. 2021년 5월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가정의 퇴거를 둘러싼 분쟁으로 시위가 발생했고,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충돌로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에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다수의 로켓포를 이스라엘로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으로 대응하여 열흘 넘게 교전이 이어졌다.


열하루 만에 양측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충돌이 끝났지만, 이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인 250여 명과 이스라엘인 13명이 목숨을 잃고 2천 명 가까이가 부상을 당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침투, 민간인을 포함한 1,3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을 학살하고 수백 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 갑작스러운 공격은 이스라엘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하마스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후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공세를 펼쳐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을 진행했고, 가자 북부 주민 100만 명에게 대피를 명령하며 가자지구를 포위했다.


몇 주간의 교전 끝에 일시 휴전과 인질 교환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곧 전투가 재개되는 등, 이번 분쟁은 수십 년 만에 가장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고 국제적 압력이 커지자, 이스라엘은 작전 강도를 조절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분쟁 상황속에서 오랫동안 전쟁을 경험한 세대인 노년세대는 어떻게 이 상황을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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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경험에 뿌리내린 노년층의 인식


이러한 분쟁 상황을 바라보는 이스라엘 노년 세대의 시각은 그들이 겪어온 역사적 경험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현재 70대 전후 이상의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 건국과 초창기 전쟁들을 기억하거나 직접 참전한 세대이다. 예를 들어 1948년 독립전쟁, 1967년 6일전쟁, 1973년 욤키푸르전쟁 등을 젊은 시절에 겪은 이들은, 국가 존립의 위협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러한 경험은 팔레스타인과의 현재 분쟁을 존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전쟁의 상흔과 평화에 대한 열망


반면, 전쟁을 경험한 노년층 중 일부는 평화의 소중함과 전쟁의 비극 또한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직접 전장을 겪은 이들 중 일부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분쟁을 평화롭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1990년대 오슬로 협정 시기에 성년이었던 세대나 1970년대 후반 이집트와의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했던 세대는 평화 공존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노년층의 정치적 성향은 사회 일반의 인식처럼 보수적 경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한 다양성이 존재한다. 안보 문제에 있어 오랜 세월 위협을 경험한 노년층은 대체로 강경한 방어 태세와 단호한 대응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년층에는 이스라엘의 평화운동을 이끌어온 세대도 포함되어 있다. 1990년대 오슬로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했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도 70대의 노년이었던 만큼, 당시 그의 지지층 역시 노년층이 상당했다. 최근에도 에후드 바라크(1942년생)나 에후드 올메르트(1945년생) 같은 전직 총리들은 노년의 나이에 공개적으로 평화공존의 해법인 두 국가 해법 지지를 재확인했다.


여론과 정치에서의 노년층 영향력


여론 조사에서도 노년층의 태도는 다양하다. 2018년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두 국가를 위한 평화 협정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에 55세 이상 유대인 응답자의 64%가 찬성한 반면, 18~34세 젊은 층에서는 그 비율이 32%에 그쳤다. 즉, 젊은층 일수록 팔레스타인과의 타협에 비관적이고 완강한 경향을 보였고, 오히려 노년층 다수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노년층이 이러한 입장들을 대변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이스라엘 노년층의 입장 형성에는 개인이 겪은 전쟁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쳐왔다. 직접 전투에 참전했던 세대는 전쟁의 공포와 동료의 희생을 몸소 겪었기에, 이후 세대에게 그러한 비극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쟁 경험이 강경 입장을 강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나라의 존폐를 걸고 싸운 1세대들에게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단순한 적대 세력이 아니라 과거 자신들을 몰살 위협에 빠뜨렸던 세력의 연장선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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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스라엘 사회에서 노년층은 정치·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들은 주요 유권자 집단이다. 이스라엘의 선거에서 고령층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며, 정치권도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민감한 안보 이슈를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도 노년층은 집단 기억과 담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며, 현재 분쟁 상황에서도 중요한 의견을 형성하고 있다.


결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속에서 이스라엘 노년 세대의 인식과 태도는 과거의 전쟁 경험과 평화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복합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노년층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들의 견해는 강경 대응부터 대화 촉구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들의 경험과 지혜는 향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선 세대


“우리는 난쟁이지만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


이 표현은 12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학자였던 베르나르 드 샤르트르(Bernard of Chartres)가 과거의 위대한 학자들이 쌓아온 지식이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의 발전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표현하였다. 또한 11-12세기에 활동했던 유대인들에게 존경받는 유대 학자이자 랍비인 라쉬도 성경을 해석할 때 이 표현의 가치를 중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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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탈무드 및 이전의 미드라쉬 해석을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선조들의 해석을 이어받아 해석함을 강조하였다. 이스라엘 노년 세대는 젊은이들에게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교훈으로 역사적 기억을 전달한다. 분쟁의 경험을 겪은 노년층이 던지는 메시지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난쟁이지만,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있어 노년 세대의 경험과 지혜는 다음 세대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