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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⑯ 기후 위기 시대, 이스라엘 노년세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많은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이것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이러한 기후의 변화에 따른 영향은 노년세대에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러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들을 감지하고 있는데, 매년 온열질환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수치가 가파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23년은 80%가 증가했고, 2024년에도 31.4%가 증가하는 등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65세 이상 온열질환 환자는 그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출처 : Wikipedia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는 기후 변화가 사회적·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불균등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노년 세대는 질병, 자연재해, 그리고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후 변화의 영향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특히 폭염, 대기 오염, 식량 및 에너지 불안정성 등은 노인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만성 질환 악화, 사망률 증가,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노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대비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은 어떨까? 이스라엘은 한국보다 기후 변화의 강도가 더 심하다. 국토의 55%가 사막인 이스라엘의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벤구리온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구의 77%에 해당하는 대다수가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기후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산업화 이후 전 세계 기온이 1.1도 상승한 것과 대비하여 이스라엘이 독립한 1948년 이후 2017년까지 1.5도가 상승했다. 해수면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식수를 대부분 차지하는 지하수층이 고갈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전 세계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어가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이스라엘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다.
출처 : flickr.com ⓒTomas Belardi
최근 이스라엘은 전쟁상황과 정치적인 이슈들로 인해 기후대처에는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이 위기문제를 기후테크 분야의 혁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날씨와 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기후 절수형 점적 관개, 정밀 농업, 온실, 태양열 온수기 등의 기술이 발전해 왔고 적극적으로 국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과연 노년 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 사회 전체의 발전을 목표로 한 정책과 대책들이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성경시대로부터 척박한 기후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왔다. 이스라엘 땅은 중동에 위치하고 아프리카 대륙에 맞닿아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물을 잘 관리하여야 살 수 있었다. 성경 속 유대인들은 자연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에 적응하고 대비했다. 성경에 기록된 요셉과 모세의 이야기는 기후 위기를 예측하고 극복하기 위한 지혜로운 전략을 보여준다.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로서 기후 변화에 대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파라오의 꿈을 해석한 그는 앞으로 7년간 풍년이 지속된 후 7년간 극심한 흉년이 닥칠 것을 예측했다. 이에 따라 풍년 동안 곡물을 저장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흉년이 찾아왔을 때 이집트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까지 구제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요셉의 전략은 장기적인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모범 사례로,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예측 기반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출처 : flickr.com ⓒLawrence OP
또한,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민족은 출애굽 이후 40년 동안 시나이 반도의 황량한 광야를 여행하며 극한의 기후 환경에서 생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식량과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익혔다. 성경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제공했으며, 하루 먹을 만큼만 거두도록 하는 절제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자원의 남용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원칙이었다. 또한, 모세가 바위를 쳐서 물을 내는 기적은 광야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상징적인 이야기로 전해진다.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에도 여전히 척박한 환경에서의 농업을 위해 산악지대에서 경사면에 계단식 논을 만들어 물이 쉽게 증발하지 않도록 하는 테라스 농업을 통해 기후에 적응하였고, 가뭄에 강한 작물인 올리브와 포도를 재배하면서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도록 하였다. 거기다가 7년마다 토지를 쉬게 하는 토지 안식년인 ‘슈미타’ 제도를 통해 지력(토양의 힘)을 회복시키고 장기적으로 농업이 가능하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건조한 환경에서는 물이 제일 중요한데, 히스기야 왕은 전쟁에 대비하여 물을 성 안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하는 인공 수로를 파서 물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였다. 아직도 예루살렘에 가면 히스기야 터널이 남아있어 그 수로를 걸어볼 수 있다.
탈무드와 유대 전통에서는 가뭄이 지속될 때 공동체가 함께 비를 간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특히 초막절 이후에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파종이 어려워 한 해 농사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유대인들은 공동체 전체가 금식하며 간절한 기도를 올리곤 했다.
출처 : israel-catalog.com
탈무드 타아니트 23a에는 랍비 호니 하메아겔의 유명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탈무드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비가 내려야 할 아달월이 되어도 비가 내리지 않자, 도움을 구하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 이에 그는 기도하면 비가 올 것이라며 기도했지만, 하늘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러자 그는 하박국 2장 1절에서 하박국 선지자가 성루에 서서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렸던 것처럼, 땅 위에 원을 그리더니 그 안에 서서 비가 내릴 때까지 결코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끈질긴 기도 끝에 마침내 하늘이 열리고 비가 내려 메마른 땅을 적셨다.
이 일화는 끝까지 인내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신앙의 본보기로, 유대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처럼 유대 전통에서도 기후적 상황은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으로 인식된다.
노년세대에 특히 취약한 기후변화 정책적,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노년세대를 포함한 포괄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현재 전쟁상황에 집중하는 모습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고대로부터 기후대처를 위해 노력해 온 유대인 선조들의 노력과 같이 더 발전되고 대처가능한 사회를 사는 이스라엘은 노년세대에 대한 배려와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
Hillel the Elder(BC113 ~ ??) 출처 : Wikipedia
미쉬나 피르케이 아봇(Pirkei Avot) 1:14에는 존경받는 랍비 중 하나인 힐렐의 가르침이 등장한다.
אִם אֵין אֲנִי לִי, מִי לִי. וּכְשֶׁאֲנִי לְעַצְמִי, מָה אֲנִי. וְאִם לֹא עַכְשָׁיו, אֵימָתָי:
만일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만일 내가 오직 나 자신을 위한다면,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인가?
위의 힐렐의 가르침은 개인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지만, 동시에 공동체를 위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되고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서로를 돕고 기여하는 것이 삶의 본질적인 목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세대는 마치 기후 위기를 극복한 듯 살아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의 영향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후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출처 : Gettyimagesbank ⓒLiudmila Chernetska
2025년을 앞두고 한국과 이스라엘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노년층이 겪을 수 있는 건강 취약성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요구된다. 폭염, 한파, 대기 오염과 같은 기후 요인들은 노년층의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신체적 취약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안위만을 걱정하기보다 공동체를 바라보며 정부와 사회는 보다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기후 변화가 초래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자연을 현명하게 활용하며, 선조들이 그러했듯 지혜로운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유대 전통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체가 협력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갔던 사례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과 정책이 마련되어, 다음 세대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