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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컬처
2025-02-09

자연과 신화를 수놓은 Dior의 놀라운 무대



2025년 1월, 파리의 상징적인 예술 공간인 로댕 미술관에서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은 이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장소에서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이번 패션쇼의 무대는 단순한 런웨이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빛을 발했다. 특히, 이 패션쇼의 무대 배경을 장식한 독특한 설치미술 작품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미지 출처 : 로댕 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디올과 로댕 미술관과의 만남


로댕 미술관의 야외 조각 공원은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을 비롯 로댕의 대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디올은 이 특별한 장소에서 2025 Spring-Summer 컬렉션을 선보이며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패션과 예술과의 접점을 더욱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 행사는 패션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무대가 아닌 예술 그 자체로서의 공간이 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Dior 공식 홈페이지


무대 배경은 인도 예술가 리티카 머천트(Rithika Merchant)가 제작한 거대한 작품으로 꾸며졌다. 머천트의 작품은 인도의 신화적 요소와 자연이 가진 에너지를 결합하여 독특한 초현실적인 정원의 모습을 연출했다. 이러한 공간적 연출이 패션쇼를 찾은 관객들에게 더 깊은 감동을 주었으며 패션뿐 아니라 작품과 음악, 조명 등 모든 것이 로댕 미술관 정원의 분위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리티카 머천트의 예술 세계


1986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파슨스에서 공부한 리티카 머천트(Rithika Merchant)는 포르투칼, 루마니아, 그리스, 바르셀로나 등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했으며 현재 다시 뭄바이에 머물며 신화와 자연, 인간의 서사를 결합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다. 그녀는 신화를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로 보지 않고 현재를 해석하는 중요한 렌즈로 삼는다.



리티카 머천트 (Rithika Merchant)     이미지 출처 : 키아프 서울   kiaf.org


그녀는 이번 디올 패션쇼에서 몽환적인 상징주의와 자연적 요소를 결합하여 ‘The Flowers We Grew’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9개의 대형 자수 패널로 구성되었으며 각각 ‘탄생(Re)Birth’, ‘내면의 세계(Inner Worlds)’, ‘돌봄의 의식(Rituals of Care)’, ‘공유된 경험(Shared Experience)’, ‘고양(Upliftment)’, ‘평등(Equality)’, ‘창조(Creativity)’, ‘강인함과 힘(Strength and Power)’, ‘부드러움(Tenderness)’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과거에 심은 꽃은 현재의 꽃으로 자랍니다."- 리티카 머천트


그녀의 작품은 스토리텔링이 풍부했던 자신의 모계 가문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잭프룻 나무, 후추 덩굴, 바나나 잎, 커피 나무 등 자신의 과거의 기억과 신화를 잇는 매개체가 되었다. 기억과 변형, 자연이라는 주제가 그녀의 서사의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벽면의 한 쪽은 과거, 가운데는 현재, 한 쪽 다른 벽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패션쇼 당시 모델들은 현재의 벽에서 등장했다. 





넓은 공간의 세 면을 가득히 채운 이 엄청난 크기의 작품은 뭄바이의 차나키아Chanakya 아틀리에와 Chanakya School of Craft의 숙련된 장인들이 수천 시간을 들여 제작했으며 자연과 인간의 힘이 결합한 작품이었다(전체적으로는 306명의 장인이 무려 144,000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각각의 패널에는 별과 꽃, 동물과 신화적 존재들이 어우러져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자연의 힘과 인간과의 교감, 그리고 엄청난 인간의 솜씨(자수로 만든 바느질 솜씨)를 찬양하는 듯했다. 경계를 넘는 이 예술적 작업은 아티스트의 상상력과 숙련된 장인들의 엄청난 솜씨와 디올의 의상이 더해져 놀라운 시각적 경험으로 탄생하게 된다.

리티카 역시도 자신의 작품이 엄청난 크기로 제작되는 것을 보며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며, 이 작품은 여러 상징을 담고 있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자신만의 해석과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요소 또한 갖고 있다고 했다.


패션쇼가 끝난 후에도 이 작품들은 2월 2일까지 로댕 미술관을 찾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거대한 예술 공간을 거닐며 리티카 머천트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리티카의 상상 속 다양한 이미지들을 돌아 보면서 아티스트가 원했듯 상상하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



 가까이에서 찍은 작품의 세부 이미지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만들어낸 치유의 공간


입구를 지나 코너를 돌아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적당히 어두운 계속 변화하는 조명과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 놀라운 공간. 신화적 상징과 우주의 경이로움, 그리고 식물과 동물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순간 더욱 환상적인 미지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공간에 들어온 이들 모두가 평화로운 표정으로 작품을 둘러보았고, 오래 머물렀으며, 자리에 앉아 한참을 명상하는 이들도 중간중간 있었다. 방문객들은 작품을 가까이에서 때로는 멀리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경험했다. 작품의 색채, 섬세한 자수의 결, 엄청난 사이즈가 주는 압도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메시지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예술과 패션이 선사한 특별한 순간


수많은 방문객들이 로댕 미술관 정원을 거닐다 이곳에 들어와 이 작품을 감상했고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창작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했다. 자연을 노래하는 리디카 머천트의 작품과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수 많은 사람의 손으로 긴 시간 제작된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감동은 예술이 주는 감동과 치유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깊은 울림, 작품의 경이로움은 단순한 시각적 향연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창조성이 맞닿을 때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저가 없는 이미지들 : 글쓴이 제공


Dior Spring-Summer 2025 Haute Couture Show 영상 보기




→ Rithika Merchant 공식 홈페이지 

이정선 이라이프 연구원

동국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연극사와 작품연구를 강의하였다. 숭실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사회복지학 박사를 수료하였으며 초고령사회 보다 의미있는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기 위한 문화예술을 접목한 프로그램과 좋은죽음을 위한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에덴낙원의 기획실장 및 이라이프아카데미의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