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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이스라엘 노인의 하루 : 감사로 빛나는 일상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⑮ 이스라엘 노인의 하루: 감사로 빛나는 일상


이스라엘의 노인들, 그들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이들이 아닙니다. 오랜 역사를 몸소 살아낸 산 증인이자, 지혜와 유머로 삶을 빛내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하루는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은 신앙, 가족과의 사랑, 그리고 공동체의 유대가 녹아 있습니다. 가상의 한 노인의 하루를 따라가 보며 유대인 노인들의 일반적인 일상 속 특별한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출처 : DALL-E(Ai 생성)


이 노인의 이름은 모쉐입니다. 지중해변의 어느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유대인 노인이죠. 그는 아들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의 하루는 다른 가족들보다 조금 이른 새벽에 시작합니다. 이스라엘의 새벽은 고요합니다. 아직 태양이 지중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이른 시간, 노인 모쉐는 잠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납니다. 그는 먼저 침대 옆 작은 책상에 손을 뻗어 기도서인 시두르(Siddur)를 꺼냅니다. 그의 첫마디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모데 아니(Modeh Ani)!” 이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아침 기도로, 하나님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축복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늘 해오던 기도를 드린 후 모쉐는 천천히 몸을 단장한 후, 근처 회당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곳에서는 이미 이른 새벽기도인 샤하릿(Shacharit)의 선율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하나님, 오늘도 당신의 축복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그 안에는 깊은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출처 : flickr.com ⓒAlpha


기도를 마친 모쉐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간단하면서도 활기찬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바삭한 피타 빵 위에 신선한 훔무스와 타히니를 두르고, 곁들여진 올리브는 유대인의 삶만큼이나 깊은 맛을 더합니다. “이것이 바로 오래 사는 비결이지!” 그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혼잣말을 합니다. 테라스에 앉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그는 멀리 보이는 해변을 바라봅니다. 모쉐에게 아침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출처 : adobe.stock.com ⓒAlfredo


아침 식사가 끝나면 모쉐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그곳에는 매일 아침 열리는 ‘노인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벤치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현재 일어나는 전쟁상황부터 세계 정치와 지역 뉴스까지 마치 유엔 총회처럼 열띤 토론이 벌어집니다. 모쉐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대화를 즐기며, 주변 친구들과 함께 깊은 유대감을 느낍니다. 공원에서의 이 시간은 그에게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주변친구들 중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요가, 미술, 음악, 춤등을 배우는 친구들도 있지만, 모쉐는 공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담소가 가장 즐겁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이 산책을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스라엘로 처음 이주해 온 젊은 유대인들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기로 해서 말이죠.



출처 : Gettyimagesbank ⓒDrazen Zigic


집에 돌아온 후 점심식사를 합니다. 정오가 되면 손자들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점심 식사를 준비하며 손자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아들 부부는 둘 다 일하기 때문에 손자들은 할아버지와 자주 점심을 먹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직접 만든 샥슈카(계란과 토마토 스튜). 손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릅니다.

“할아버지, 정말로 탱크를 운전했어요?”

“그럼, 그때는 내가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지. 믿기 어렵겠지만 말이야!” 손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모쉐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깊은 행복을 느낍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가족의 유대를 더욱 단단히 하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후 모쉐는 정원으로 향합니다. 작은 감람나무 아래에서 그는 물을 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탈무드를 읽기도 하고, 성경을 읽기도 합니다. 때때로 그는 손자들과의 시간을 떠올리며 그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이 나무처럼 내 삶도 뿌리 깊이 단단하구나.”



출처 : Gettyimagesbank ⓒtowfiqu ahamed


해가 지면 그는 다시 기도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저녁 식탁에는 가족들이 모여 앉아,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소리를 채웁니다. 모쉐는 어린 손자에게 말합니다. “너는 내일 학교에서 더 많이 배우고, 나보다 더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저녁식사 후 티비를 조금 보다 방으로 들어온 모쉐는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기도인 쉐마(Shema)를 조용히 암송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하루의 축복을 감사하며 내일의 평화를 기대하며 잠이 듭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 중심 사회에서 점차 변화하고 있지만, 노년 세대는 여전히 가족, 친구, 그리고 신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노인들이 전통과 신앙을 고수하며 공원이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처럼, 한국의 노인들도 교회와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느낍니다.


비록 문화와 환경은 다를지라도, 이 두 세대가 공유하는 삶의 철학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교훈을 줍니다. 매일을 축복으로 여기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태도는 이스라엘과 한국의 노년 세대가 보여주는 진정한 지혜입니다. 이들의 감사와 소속감을 통해 우리는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함께 공동체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빛나는 기쁨과 가치를 발견하는 노년 세대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출처 : flickr.com ⓒRachel Barenblat


제가 살았던 집은 유대 광야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는 광활하고 황량한 광야가 펼쳐졌고, 그 주변에는 아랍 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 새벽이면 아잔 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졌고, 좁은 집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이 밀려와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환경 속에서도 전혀 다른 시선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떠오르는 태양 아래 장엄한 광야를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에 얽매이지 않고 조용히 모데 아니를 읊조렸습니다. 그들은 좁은 공간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공동체와 가족을 찾아 나서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하루를 감사로 채워가는 삶을 실천했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주어진 환경의 제약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는 하루인가요, 아니면 같은 환경 속에서도 감사의 가치를 발견하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하루인가요? 오늘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을까요.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 데살로니가전서 5:18)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