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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④ 피터 브뤼겔, "베들레헴의 인구조사(The Census at Bethlehem)"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1525-1569)
Johannes Wierix가 그린 피터 브뤼겔의 초상화(1572) 출처 : Wikipedia
북유럽 르네상스 시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대를 이어 그 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브뤼겔 집안인데, 그의 아내 역시 화가였고, 두 아들 또한 부모를 따라 화가가 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피터 브뤼겔 더 아우더(Pieter Bruegel de Oude, 영어로 the elder)는 16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그의 아들과 구별하기 위하여 대 브뤼겔, 소 브뤼겔로 부르기도 한다. 그의 Last name인 브뤼겔은 태어난 마을 지명을 따서 정하였다고 한다.
그는 일상의 순수한 장면들을 담아낸 풍경화를 그린 화가이다. 브뤼겔은 가끔 농부로 변복하여 농부들이 모이는 축제, 결혼식 등에 참석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경험들로 인물들에 대해 세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익살스럽고 풍자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한 번에 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그림이 갖고 있는 이야기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 브뤼겔의 대표작은 대부분 “반란 천사들의 몰락”이라고 여긴다. 이 작품은 다음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이라는 작품을 설명할 때 함께 묶어서 다뤄보려고 한다. 이번 원고에서는 12월 크리스마스에 맞추어 브뤼겔의 또 다른 걸작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를 선택하였다. 이 작품은 필자가 대학교 연구실에서 2004년 3000피스 퍼즐로 맞추어 은퇴할 때까지 연구실 큰 테이블 유리덮개 아래에 전시(?)를 해왔고 퍼즐로 맞추는 과정에 구석구석까지 확인을 했던(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그림이다.
피터 브뤼겔 - 베들레헴의 인구조사(The Census at Bethlehem, 1566)
115.5 x 163.5cm, Oil on panel
출처 : Wikipedia
1566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구약성경 누가복음 2장 1-5절까지의 내용을 당시 플랑드르 지역의 한 마을을 베들레헴으로 설정하여 표현하였다. 풍속화 화가답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여기저기서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출처 : Wikipedia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세금을 걷기 위해 전체 호적등록을 하라는 칙령을 내렸다. 자신의 고향으로 주민등록을 하러 간 요셉과 마리아.(그림 정중앙을 자세히 보면 나귀를 탄 마리아와 나귀를 끄는 요셉을 발견할 수 있다)그러나 이곳이 베들레헴이라 볼 수 있는 요소는 요셉 일행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대한 지독한 압정통치를 비판하고 싶었던 브뤼겔은 모든 것을 은유적으로 묘사하여 은근히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이 향하는 여인숙 건물에는 예수 탄생 때라면 절대 존재하지 않았을 유럽 합스부르크 가문의 상징들이 보인다. 이날 결국 머물 빈방을 찾지 못했던 마리아와 요셉은 마구간에서 하룻밤을 지나게 되는데 이날 밤 아기 예수가 탄생하고 동방 박사들이 찾아온 것이다. 즉 이 시간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익일 새벽부터 최초의 크리스마스가 된 것이다.
피터 브뤼겔 - 베를레헴의 영아학살(The Massacre of the Innocents, 1565-1567)
109.2 x 158.1cm, Oil on panel
출처 : Wikipedia
이 그림의 후속작이라 할 “베들레헴의 영아학살”이라는 작품은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한 헤롯왕이 베들레헴의 막 태어난 그리고 어린 영유아들까지 모조리 죽이라는 명령으로 그 마을에 뛰어 들어가 아기들을 처단하는 헤롯의 군대를 묘사한 작품인데 인구조사 그림처럼 영아 학살에서도 브뤼겔 당시 스페인의 펠리페 2세의 압정을 표현하기 위해 군인들을 스페인 기마병 복장으로 통일시켰다고 한다. 심지어 펠리페 2세의 엠블럼까지 그려 넣었다가 나중에 그 부분은 지웠다고 한다.
출처 : Wikipedia
이 그림 역시 많은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잡혀가는 아기들의 모습이 너무 처참하다며 작품 소유자가 된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가 아기들을 대신 양, 나귀, 거위로 바꿔 그려달라고 의뢰하여 현재 이 그림에는 가축을 빼앗기는 약탈 장면으로 바뀌어 있다. “베들레헴의 영아학살”작품은 현재 돌고 돌아 영국 왕실 소유로 윈저궁이 보유하고 있다.
브뤼셀 벨기에 왕립미술관(Musées royaux des Beaux-Arts de Belgique)
브뤼셀 벨기에 왕립미술관 출처 : Wikimedia commons
이 그림을 보기 위하여 파리에서 벨기에 브뤼셀 왕립미술관까지(약 300km 정도) 운전을 해서 간 적이 있다. 벨기에 그랑 플라스 광장에 크리스 마켓이 설치되기 시작한 때이니 아마 12월 초 정도였나 보다. 왕립 미술관이니 아주 찾기 쉬울 줄 알았는데 당시 내비게이션도, 구글 지도도 없던 시절 한 손에 종이책지도를 들고 운전하며 정말 한참 헤매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벨기에 갈 때마다 왕립미술관을 찾았지만 매번 U턴을 몇 번씩 할 정도로 길가 건물들 사이 평범한 건물이었다. 미술관 입구에는 한글이 보이는데 왜일까? ‘벨기에 왕립미술관’이라고 쓰여있다. 실내는 상당히 품위 있으며 아름다웠다. 작품들 간 전시간격도 넓어 관람하기 아주 쾌적한 곳이다.
출처 : 벨기에 왕립미술관 공식홈페이지 캡쳐
왕립미술관은 총 6개의 미술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의 관심사는 Musée Oldmasters라고 불리는 곳에 집중되어 있다. 주소는 rue de la Régence / Regentschapsstraat 3. 이곳은 180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통치하에 브뤼셀 미술관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나폴레옹 실각, 네덜란드의 통치하에 있다가 1830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 벨기에 왕실과 레오폴드 1세에 의해 국립 미술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왕립 미술관 본관 내에 위치한 올드 마스터즈관은 피터 브뤼겔, 폴 루벤스, 안토니 반 다이크와 같은 플랑드르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 15~18세기 작품을 위주로 한 콜랙션이다. 참고로 마그리트 박물관은 왕립 미술관 소속이지만 별도의 건물로 그래도 미술관이 있을만한 장소에 따로 위치하고 있다.
Bruegel Box : "Census at Bethlehem"
명화로 보는 성경동화, '베들레헴 인구조사'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