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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⑭ 성탄절과 하누카 - 명절과 이스라엘 노년세대
매년 12월이 되면 기쁨의 명절의 시간이 돌아옵니다. 성탄절 있는 시즌이죠. 곳곳마다 예쁜 트리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고, 따뜻한 캐럴이 울려 퍼지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선물을 교환하기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하죠. 각 교회들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을 기념하며 아주 기쁜 성탄행사를 설렘으로 준비합니다.
출처 : Gettyimagesbank ⓒbernardbodo
이스라엘에 있어 12월은 우리와 같이 성탄절을 고대하며 기다리는 시기일까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누카라는 명절을 기념합니다. 그 시기가 성탄절과 거의 비슷하여 유대인들도 마치 성탄절을 보내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 가면 매년 크리스마스시기가 되면 한쪽에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광고와 함께 “행복한 하누카~(Hanukkah Sameach~)”라는 문구가 다른 한쪽에 있습니다.
출처 : Wisberr 유튜브
하누카는 어떤 명절일까요? 하누카는 약 2,000여 년 전 셀레우코스의 안티오쿠스가 유대인들에게 그리스 종교를 강요하고, 성전을 훼손하며 우상을 세우며 유대인들을 핍박하였고, 이들은 종교적 자유를 위해 싸우게 됩니다. 유대인의 지도자 마타티아스와 그의 아들 유다 마카비가 이끄는 마카비 군대가 소규모의 훈련받지 못한 병사들로 대군을 물리치고 성전을 되찾았습니다. 성전을 정화하고 재헌신하는 과정에서 전통에 따르면, 하루 분량의 기름이 8일 동안 불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하누카 명절에 유대인들은 8일 동안 초를 밝히며 이 기적을 기념합니다. 그래서 이때는 하누카 명절을 위한 특별한 촛대를 사용합니다. 메노라라고 불리는 일반 안식일을 위한 촛대는 7개의 초를 밝히게 되어있지만 하누카 촛대는 그보다 많은 9개의 촛대를 사용합니다.
8개는 8일 동안 초를 밝히는 촛대이고, 하나는 ‘샤마시’라고 하여 다른 촛불을 점화하는 데 사용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이 촛대를 창가에 두어 불빛이 밖에서 보이도록 하죠. 그러면서 하누카의 기적을 알리는 의미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하누카를 빛의 명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크리스마스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릅니다. 성탄절은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념하기 때문이지요.
출처 : Gettyimagesbank ⓒLiudmila Chernetska, whatjewwannaeat.com, Wikipedia
하누카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전통놀이인 드레들 게임(주사위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하누카 전통음식을 먹습니다. 라트케(Latke)라는 감자 팬케이크와 수프가니야(Sufganiyah)이라는 도넛을 먹는데, 모두 기름진 음식으로 하누카의 풍요로움을 상징합니다.
하누카 명절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하누카 초를 함께 키는 모습이 있어 회사에서도 일찍 퇴근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일찍 귀가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모이게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하누카와 같이 가족 간 만남이 있는 시간들은 이스라엘 노년세대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출처 : researchgate.net
하누카와 같은 유대 명절이 노년층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Death Rests a While: Holy Day and Sabbath Effects on Jewish Mortality in Israel)에 따르면 유대인들의 명절과 안식일을 보내는 일들이 사회적 통합 및 규제 역할을 통해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노년세대의 사망률이 감소하는 연구결과를 보입니다. 하누카와 같은 종교적 명절은 시간의 흐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인에게는 내적 강화를, 집단에는 사회적 응집력을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시기보다 가족 간 보내는 시간의 의미가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사망률의 감소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를 안식일 효과 혹은 거룩한 날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출처 : Gettyimagesbank ⓒDrazen Zigic
하누카 명절과 안식일은 단순히 일주일 중 하루의 휴식일이 아니라, 종교적 의식과 가족 간의 연대가 강화되는 사회적 통합의 날로 기능하듯이, 성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신 성탄절은 가장 큰 기쁨의 의미이자 가족 간의 연대가 강화되는 중요한 명절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명절이라도 가족 간 연대에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누카 명절에 유대인들은 전 세대가 같이 모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성탄절은 설날이나 추석과 같이 전 세대가 모이는 의미의 명절로는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년세대의 경우 이런 가족 간의 유대가 있는 명절이 많을수록 더 긍정적 영향이 있습니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족 간 자주 모이는 모습이 더 중요하겠지만, 특별한 날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부여하고 함께 기쁨의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하누카는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의 노년세대는 그럼 안식일과 하누카 명절과 같은 풍성하고 기쁜 만남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가족 간의 만남이 있고, 특별히 교회를 통해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부여받습니다. 교회로 모이는 공동체에도 가족과 같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사랑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이신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기쁨에 동참하는 공동체적 의미를 교회를 통해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쁨과 사랑의 나눔은 주일이나 명절이라는 특별한 날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성탄절, 유대인의 하누카는 단순히 한 해의 끝을 장식하는 축제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사랑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입니다.
출처 : Gettyimagesbank ⓒChristopher Ames
성탄을 맞이하여 예수님의 탄생은 단지 종교적인 사건이 아니라, 어둠 속에 빛을 비추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희망을 전합니다. 성탄의 메시지는 밝고 화려한 축제를 넘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관계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교회는 이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보살피며 사랑을 나누는 자리로, 세상에 빛과 소망을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선물과 장식을 넘어,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 깨닫게 하는 날입니다. 함께 이런 마음을 가지고 교회에서의 만남뿐 아니라 온 세대가 자주 함께 모여 이러한 사랑과 나눔을 가지며 성탄절이 지나도, 하누카가 지나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