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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③ 요하네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스 모나리자 혹은 모나리자의 미소라는 그림은 정확하게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그림은 어디선가 보았고 무척 매력적인 그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그림이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레이크 뮤지엄(Rijksmuseum)이 아닌 지방도시 단 허그(우리는 헤이그라 부르며 이준열사의 할복사건 도시로 알려져 있는)에 있는 마우리츠 호이스(Mauritshuis Museum)라는 뮤지엄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림이 갖고 있는 이야기
Johannes Vermeer - Girl with a Pearl Earring(1665)
oil on canvas, 44.5cm x 39cm
출처 :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mauritshuis.nl)
깊은 어둠 속에서 조금은 놀란 듯?, 무언가를 말하기 직전의 눈빛으로 관람자를 고요히 응시하고 있는 소녀가 묘사되고 있다. 이 그림은 북유럽의 모나리자 혹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터번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사실 당시 흔한 로컬의 모습은 아니다. 커다란 진주 귀걸이가 빛을 받아 쨍하고 반사되고, 같은 반사로 입술에도 글로시한 반짝임이 특징이다. 이 신비로운 소녀가 누군지 궁금하겠지만 실재했던 인물은 아니다.
Johannes Vermeer - The Procuress(1656), 요하네스 베르메르 본인으로 추정되는 그림 출처 : Wikipedia
‘진주 귀걸이의 소녀’를 그린 유명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는’는 1632년 델프트에서 출생하였고 ‘델프트의 스핑크스’라고 불릴 만큼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고, 작품의 수도 30-40여 점에 불과하다. 그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어서 그의 전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알 수 없지만 그의 사후 200여 년이 지나 재조명되며 활발한 재 해석이 이뤄졌다. 현재는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와 함께 17세기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3인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왼쪽부터 '델프트의 풍경(1660-1661)', '우유를 따르는 여인(1657-1658)',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1666-1668)'
출처 :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mauritshuis.nl), Wikipedia
그는 당시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노랑과 파랑 등의 밝고 순수한 색채를 주로 사용했으며, 빛의 사용에 있어서 능수능란했다. 그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완벽하고 균형 잡힌 구도, 은은한 빛의 향연은 신비하고 아름답다. 베르메르의 최고의 작품들은(필자의 개인적 초이스이다) 진주 귀걸이의 소녀, 델프트의 풍경(이상 마우리츠 호이스소장) ‘우유를 따르는 여인’(암스테르담 레이크 뮤지엄 소장) 그리고 하나 더 소개한다면 오스트리아 빈의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이다.
베르메르의 주요 스토리는 그의 작품이 각광받기 시작할 당시 위작으로 그의 작품을 제작해 내던 반 메헤렌이라는 위작작가의 이야기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베르메르 작품들을 나치에게 팔아넘겼다는 이유로 재판장에 피고로 섰는데 “사실 그 그림은 제가 그린 위작입니다”라고 선언, 큰 파문을 일으켰다.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 앞에서 직접 위작품을 그려내어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많은 미술 평론가들이 메헤렌의 작품을 베르메르 진품으로 믿고 있었기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절묘한 빛과 색, 아름다운 윤곽선의 그림 속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많은 상상과 스토리를 만들어 냈고, 이 그림을 바탕으로 한 책과 영화(피터 웨버 감독의 동명 영화 2004년)가 나오기도 하였다. 일부 학자들은 그가 렌더링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지를 투사하여 그림에 사진 같은 느낌을 주는 장치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당시 많은 화가들이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또한 전 세계 유명 미술관들이 베르메르의 작품을 한점 혹은 그 이상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들은 예술품 절도범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타깃이다. 진품으로 인정된 37개의 희소성과 비싼 경매가격, 작품의 사이즈가 작아서 재빠르게 액자에서 칼로 쓱 뜯어내 안 주머니에 넣어서 재빨리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현재까지도 다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베르메르 작품 도난 사건들은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암스테르담 레이크 뮤지엄, 영국 런던의 덜위치 미술관 등에서 발생한 바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스 1635년 지어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천천히 돌아보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네덜란드 내에서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다음으로 큰 미술관이다. 마우리츠호이스라는 명칭은 미술관 건물의 첫 소유주인 ‘요한 마우리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곳은 입장료가 좀(많이) 비싼 편이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과 진주귀걸이 소녀는 현재 네덜란드외의 해외 전시 절대 불허이다. 그러나 이미 진주 귀걸이 소녀는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미술관(1995-1996) 일본 도쿄도 미술관, 고베 시립 박물관, 나고야 시립 미술관 등에서(2012) 그리고 2000년대 마우리츠 호이스 미술관의 대대적 개조공사 시기(2013-2014)에 아르바이트로 미국 투어 전시가 뉴욕 프릭 컬렉션, 샌프란시스코 드 영 박물관,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에서 그리고 귀국하는 길에 이탈리아 볼로냐의 Palazzo Fava에서 전시(2014)하였다. 거대한 자본의 맛을 잊지 못하고 2017년 중국, 2018년 호주 순회전시를 마지막 댄스로 거행했다. 그러니 해외 전시불허 방침은 별 의미 없는 방침인 것 같다.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