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⑬ 이스라엘 노년층의 고독과 공동체
이스라엘 노년층의 고독과 공동체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노인 돌봄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자 가구 중 38%가 독거노인이기 때문에, 이들을 돌볼 서비스로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과 SKT의 '누구' 출처 : NAVER CLOVA 공식 페이스북, NUGU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의 경우 클로바 케어콜, 누구(NUGU) 등 AI 스피커를 활용한 노인 돌봄 서비스를 시행했다. 기술이 발전하며 노인들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이들이 겪는 고독과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러한 기술이 가지는 궁극 대상은 주로 복지의 사각지대라 일컬어지는 독거노인이 그 대상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은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스스로 고독과 고립을 견뎌내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결국 이를 통해 공동체로 나가거나 사회적으로 적응을 돕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독거노인들이 겪는 문제 중 큰 문제가 사회적 고독과 감정적 고독을 모두 경험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2010년경 설문지 기반으로 65세 이상의 연령층의 고독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설문지에는 인구통계학적, 심리적 및 건강, 사회적 특성에 대한 항목과 척도, 그리고 사회적 및 감정적 고독을 평가하는 검증된 고독 측정 도구가 포함되었다. 이 설문의 결과를 보면, 45% 정도 되는 조사자들이 고독을 중간 이상으로 느끼고 있고, 7~8%는 심각한 수준의 고독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 고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남성, 배우자 사망, 웰빙 부족, 낮은 자존감, 적은 소득, 가족 접촉 부족, 친구 접촉 부족, 낮은 활동 수준, 지역 사회 통합 인식의 결여, 지역 사회 돌봄 수령 등의 요인들이 있다. 이 요인들은 젊은 층에도 해당이 되겠지만, 대체로 노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감정적 고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배우자 사망, 낮은 웰빙 수준, 낮은 자존감, 신체적 요인으로 인한 높은 활동 제한, 소득 부족, 비공식적 돌봄(가족 돌봄의 부족)과 같은 요인들이 있다. 사회적 고독과 감정적 고독에는 비슷한 요인들도 존재한다. 특별히 소득의 부족, 활동이 제한되는 경우, 자존감이 낮은 경우 등이 사회적 고독과 감정적 고독을 함께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출처 : Gettyimagesbank ⓒfrancescoch
이러한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의 고독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실질적이고 공동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달을 너무 급하게 적용하여 기술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들은 오히려 사회 부적응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이스라엘의 경우 천만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디지털 기술이 사회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나라이다. 여러 이유로 인해 한국보다 사회에서 실제 기술의 발전을 체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노년층도 디지털 소외현상을 겪고 있으나, 그 정도가 한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래서일까? 이스라엘에서 추진하는 노인들의 고독을 더는 방법으로 관계 형성에 집중한다. 이스라엘에도 사회화 촉진에 실패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있다. 실패의 원인으로 프로그램의 진행 중에 발생하는 관계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그 원인이 되었다. 공동체 프로그램에서 기대하는 바는 외로움과 고독의 해소가 아니라 도구적 동반자에서부터 친밀한 관계 및 배우자 관계에 이르기까지 특정 유형의 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노인들에게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꺼리게 만들고, 점점 고립화가 심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공동체적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데 관계 형성을 비롯한 심리적 요인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도 공공 정책과 사회적 이니셔티브를 고려할 때, 사회적 참여를 촉진하고 혁신적인 전략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장벽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공동체적인 접근이 노년층의 고독과 고립에 대한 기술을 통한 해결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노년층이 선호하는 특정한 선호를 어떻게 고려할 수 있을까?
아브라함과 그의 손님 출처 : 베나키 박물관(benaki.org)
유대인의 전통적 개념 중 ‘하크나사트 오르힘’ (הכנסת אורחים)이라는 공동체적 개념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환대’ 혹은 ‘접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 이 개념은 유대교 공동체에서 관계 형성과 나눔, 연대의 가치를 잘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 개념이 시작된 것은 구약성경 창세기 18장의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은 세 명의 낯선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며 정성껏 대접했다. 이 손님 중 한 명은 하나님이었으며, 아브라함의 환대는 큰 축복을 가져왔다. 따라서 이웃을 섬기고 따뜻하게 맞이한 것은 단지 그들의 선행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교제를 경험할 중요한 기회로 여겨진다.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관계를 이루어가는 일은, 독거노인들이 점점 늘어가는 우리의 사회에도 꼭 필요하다. 이 개념은 단순히 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넘어서서 적극적인 관계 형성으로 초대하는 것이기에 중요하다.
출처 : Gettyimagesbank ⓒJacob Wackerhausen
또 하나는 사회가 쉽게 하지 못하는 관계 형성을 교회 공동체를 통해 이루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교회 공동체는 공통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가치는 단순히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의존하지 않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다. 이것은 단순한 모임 그 이상이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하며, 연약한 부분까지도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형식적인 관계가 아닌 진실한 사랑의 실천을 지향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를 품어주고 이해해 주며, 서로의 삶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픈 곳을 함께 아파하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에서 그 관계는 깊어진다.
모이기를 힘쓰고, 서로 섬기기를 즐겨하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매 순간 사랑을 경험하며 그 사랑을 세상에 흘려보내게 된다.
성경은 놀라울 정도로 실패한 인간의 삶 가운데에도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브라함의 부족함, 다윗의 실패, 베드로의 배신까지도 모두 새롭게 되고,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아름답게 세워져 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공동체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 곳에서 빛을 발한다. 완벽한 사람들이 모여 완벽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과 상처를 인정하며 서로 짐을 나누어지며 함께 성장해 가는 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출처 : Gettyimagesbank ⓒfizkes
노년 세대의 고독과 고립 문제에 대해 기술적 돌봄이나 치료 목적의 효율성을 강조한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들은 단순한 서비스나 도움 이상의 것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진정한 공감과 소속감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노년 세대가 느끼는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그들의 진정한 욕구와 필요를 깊이 이해하고 이에 응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공동체적 고민과 참여를 통해 노년 세대에게는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돌봄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히브리서 1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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