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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이스라엘의 고독한 노년- 독거노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⑫ 이스라엘의 고독한 노년 - 독거노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


세계 곳곳에 걸쳐 고령자들은 여러 이유로 인해 홀로 지내게 된다. 외부적 환경에 의한 사회적 고립을 겪기도 하고, 스스로 사회적 접촉을 줄이는 자발적 고립을 겪기도 한다. 대체적으로는 고령이 되면서 질병과 장애가 증가하면서 일반적인 사회활동과 상호작용에 방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는 사회적 관계의 부족을 야기하고 그 관계 부족을 스스로 인식할 때 고통스러운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를 ‘고독’이라고 우리는 부른다.



출처 : Gettyimagesbank ⓒInside Creative House


이러한 고독감은 주로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한 어린 나이와 어떤 이유에서든지 고립을 경험하는 노년층에 주로 나타난다. 유럽 25개국을 대상으로 2010년경 고독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였는데, 60세 이상의 인구에서 우크라이나의 경우 35%가 고독을 경험하고, 영국은 7%, 덴마크의 경우 3% 정도가, 이스라엘은 65세 이상의 인구에서 36%가 고독을 경험한다. 고독을 느끼는 정도들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신체적 노화, 질병, 장애와 같은 손상은 사회적 고립도를 높이고 사회적 접촉을 꺼리게 만든다. 또한 외부적 환경이나 사회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출처 : Gettyimagesbank ⓒdikushin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대표되는 지역개발은 사회기반시설의 질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그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온 노년층에게는 이웃이 사라지고 알던 동네의 모습이 사라지게 되어 이주하게 되거나, 고립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또한 은퇴 이후의 삶은 지속되던 동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사회적 만남에 대한 욕구를 반강제적으로 떨어뜨리게 만든다. 이와 같은 이유가 고독을 불러오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상당한 수준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출처 : airforcemedicine.af.mil/COVID-19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는 노년층의 고독감을 더 심하게 증가시켰고, 노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을 봉쇄된 요양원에 격리하거나, 집에 반강제적으로 혼자 머물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독거노인의 경우 이러한 경험이 더 고통스럽고 힘들게 다가왔다. 이스라엘 뉴스 매체인 Ynet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스라엘의 두 번째 코로나 확산 시기 동안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이스라엘 노인들의 절반이 자신들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고했으며, 31%는 우울증을 보고하고, 36%는 고독감을 느끼며, 20%는 월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지역사회 거주가 대체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에서조차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노년층을 위한 사회적 세팅이 코로나 기간에는 작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8년 UN 보고서 기준 이스라엘의 65세 이상 인구를 살펴보면 독거노인들의 비율은 23%에 달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65세 이상 인구는 대략 100만 명 수준(인구 전체의 약 9분이 1)이고, 이중 20만 명은 빈곤층에 해당한다. 코로나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들을 위한 사회적 대안들은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


노년층을 위한 이스라엘의 사회적 대안은 크게 2 분류가 있다. 첫 번째로는 연속돌봄 퇴직 커뮤니티(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이고, 두 번째로는 주간 돌봄 센터(adult day care center)가 있다.



출처 : riddlevillage.com


연속돌봄 퇴직 커뮤니티의 경우 노인 장기 거주 시설인데, 입주자들이 건강 상태가 변화함에 따라 독립적인 생활에서부터 지원이 필요한 생활, 그리고 요양 시설까지 점진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노인들이 한 곳에서 계속해서 나이를 먹을 수 있게 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 없이 일관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곳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노년층과 함께 생활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이다. 하지만 이 시설들은 주로 사설로 운영되며, 경제적인 점 때문에 이용률이 3% 미만이다.



출처 : Beit Shemesh 노인 복지 센터 페이스북


노년층 대부분이 혜택을 보고 있는 정책은 주간 돌봄 센터이다. 주간 돌봄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방문 서비스를 받고, 중위 정도의 지원과 함께 돌보미의 도움 없이 생활이 가능한 경우에는 주간 돌봄 센터에 참가하게 된다. 주 5일 또는 6일 운영되며, 하루 6~7시간 동안 서비스를 받는다. 여가 및 사회활동뿐 아니라 왕복 교통편,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물리치료, 작업치료, 간호 관리 및 식이 감독 서비스도 제공된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의 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폭넓은 지원을 보장받는다. 실제로 이 서비스는 노년층의 교제와 오래갈 삶에 있어 큰 영향을 주었는데, 특별히 독거노인들에는 큰 이점이 되었다. 고령자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독과 외로움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은 한다.


이스라엘의 삶의 모습을 통해 바라볼 때, 노년층의 고독과 독거노인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핵심은 활동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보인다. 노년 세대는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짐이 된다는 것은 질병을 앓거나, 만성 질환으로 인해 신체적 기능이 손상되는 등의 이유로 인해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활동성을 높이고 신체적 손상의 발발을 최대한 늦추어야 한다. 이러한 일에 주간 돌봄 센터가 이바지하는 부분이 크고, 가족과의 지속적인 만남과 교제를 통해 유지될 수 있어 보인다.



출처 : Gettyimagesbank ⓒAlessandro Biascioli


노년층이 겪는 고독, 특별히 독거노인들에서 더 크게 찾아오는 이 고독에 대한 답은 공동체에 있다. 이스라엘의 활동적 기대 나이는 75세이다. 평균 기대 수명은 83세인데, 이들이 은퇴하는 65세를 전후로 10년은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나이가 된다. 이 시기에 공동체와 함께 머물며, 건강한 활동을 지속하고, 이후에는 이들이 가진 지혜와 지식, 그리고 경험을 나누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노화에 대한 불안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 노인들은 세상은 젊은 사람들의 것이며, 그들 역시 젊게 보이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접하게 되면서 외적으로 노화가 심한 분들과 교제를 꺼리거나 더 단절하게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노화로 나아가 건강한 노인, 허약한 노인을 구분하기보다 마태복음 25장 40절의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와 같은 말씀과 같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연약할 때, 신앙의 공동체는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이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게 된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