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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컬처
2024-09-24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①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그림 혹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그림들... 이 그림들은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이 그림은 어떤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난 2년 에덴미디어에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런 멋진 미술관도 있었군요.'를 연재해주신 강두필 교수님의 새로운 시리즈 '이 그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를 소개합니다.


그림을 보다. See or Watch?


미술작품을 만드는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등이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르네상스 시기 이후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그림이나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별로 관심도 없었고 화가는 예술가가 아니라 주문제작을 하는 장인 정도 취급만을 받았었다. 화가 및 조각가였던 조르조 바사리에 의해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에 대한 기록이 '미술가 열전' 책으로 써지면서 화가나 조각가, 건축가 등에 대한 스토리를 알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와 작품의 스토리까지 관심을 쏟고 있다.



조르조 바사리의 '뛰어난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의 생애(미술관 열전)' 1568년 개정판 표지   출처 : Wikipedia


해외로 여행 가는 일들이 자연스러워졌다. 중, 고 대학생들도 방학을 이용하여 배낭여행이나 가족여행 등을 수시로 떠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거대한 미술관 앞에서 난감해진다. 지나칠 수도 없고 들어가자니 시간도 넉넉지 않고 이미 다리가 아프다. 이 미술관에 도대체 어떤 그림들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1층만 보아도 되는지 3층까지 다 가보아야 하는지. 입장료로 낸 돈이 아까와서 매우 빠른 속도로 전진해 보지만 끝도 없고 넓은 미술관에서 미아가 된 기분이다. 아는 것은 '모나리자의 미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그 외에는 그림과 작가, 미술관이 연관되어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이 도시를 대표하는 이 미술관들을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아마 비슷한 경험들을 수도 없이 해 보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미술관에 다니면서 저절로 깨우치게 된 지혜가 있다.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 파리에 살면서 가끔씩 들리던 루브르 박물관, 세상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고 들리는 말로는 각 작품 앞에 1분씩만 머물러도 3-4달이 소요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친지들이 루브르에 가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나는 짜증이 났다. 하루 종일 그 넓은 박물관을 서성거릴 내 모습. 미술책들을 사서 조금씩 공부를 해 보았다. 루브르에는 어떤 그림들이 대표적인 것이며. 심지어 한 시간에 보는, 3시간에 보는, 하루 종일 보는 루브르 등 시간에 맞추어 볼 수 있는 그림 및 동선 등에 대하여 공부를 해 보았다. 순전히 내가 다리 아프지 않고 편하게 다닐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아들과 함께   출처 : 작가 제공


그렇게 시작한 그림 공부가 결국 선을 넘어섰다. 전혀 예기치 않게. 한국에서 출간된 모든 미술책을 몽땅 사서 읽고 말았다. 너무 재미있었다. 더 읽을 책이 없어서 아들 녀석을 데리고 유럽과 미국, 러시아의 유명 미술관을 순례하며 그에게 그림의 재미를 알려주었다. 여러분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이 그림은 도대체 어디에 가야 볼 수 있는지?


①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Guernica)"


그림이 갖고 있는 이야기



파블로 피카소와 그의 여동생(1889)   출처 : Wikipedia


스페인에서 화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어릴 때부터 미술에 대한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12살이 되었을 때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린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소문이 났다. 나이 제한이 있는 미술학교에도 시험에 합격하여, 15살에 이미 풍속화와 초상화를 능숙하게 그렸다고 한다.(대부분 피카소가 평생을 입체파 그림만을 그리는 줄 알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는 18살에 자기의 화실을 가지게 되고, 19살에 꿈의 도시 파리에서의 화가 생활을 시작했다.



파리에서 리카르도 카날스가 찍은 파블로 피카소의 사진(1904)   출처 : Wikipedia


사진이 발명되면서부터 화가들은 사실을 묘사하는 것에서는 사진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할 때 피카소가 파리에 나타나 당시 아무도 상상 못 했던 그림에 입체감과 깊이를 주는 입체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Pablo Picasso - Guernica(1937)   출처 : museoreinasofia.es


게르니카는 1937년 4월 26일 스페인 게르니카 지역에 있었던 나치군의 비행기 폭격 참사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1937년 초, 피카소는 파리 만국박람회의 스페인관에 설치하기 위한 대형 작품을 의뢰받았다. 몇 달 동안 주제를 잡지 못한 그는 4월 26일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 지방 게르니카 마을에서 16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폭격의 소식을 듣고 게르니카 폭격을 주제로 바로 한 달 만에 그림을 완성하였다. 직접적으로 게르니카 지역에 나치 비행기 폭격이 있었다는 사실화가 아닌 인간의 폭력성, 그리고 약자들의 슬픔을 그림에 담았다.



Pablo Picasso - Guernica(1937) 출처 : museoreinasofia.es


황소와 말 등 동물의 형상으로 폭력성을 야수에 빗대어 표현하였고, 죽어있는 시체와 죽은 아기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여인을 통해 약자들의 슬픔을 표현하였다. 색상을 절제하고 무채색의 단색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특색이 있다.



Pablo Picasso - Guernica(1937) 출처 : museoreinasofia.es


피카소의 그림을 본 독일장교가 이 그림을 당신이 그렸냐는 질문에 “아니, 내가 아니라 당신이 그렸소”라고 대답하며 게르니카에 폭격을 가한 나치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아들과 함께 미술관에서       출처 : 작가 제공


이 그림에는 엄중한 관리가 있어서 사진 촬영이 원천 봉쇄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옆의 전시실에서 열린 문을 통해 멀리서 사진 한 장을 촬영한 기억이 있다.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 센터(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출처 : museoreinasofia.es


마드리드 소피아 여왕 미술관은 18세기에는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재단장하여 1992년 공식 개관하였다. 20세기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스페인 여왕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되어 있던 게르니카 작품이 1981년 피카소 사망(1973년) 이후 소피아 여왕 박물관의 2층으로 이전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게르니카를 그리면서 피카소가 남긴 스케치 습작들도 모두 함께 볼 수 있다.


관람자들이 구입하는 미술관 티켓에는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 하나의 사진들이 프린트되어 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는 무료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되는 사람들은 무료 관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뛰어다녀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일이다. 미술관밖의 돌출 엘리베이터가 무척 인상적이다. 피카소 사망 연도가 1973년 4월 8일이므로 그의 작품에 관한 지적소유권은 사후 70년 후 즉 2043년 4월에 모두 해제가 된다.




구글 아트_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전쟁의 비극, 피카소 '게르니카'




무기 실험장이 되어버린 시골 마을 게르니카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소개 영상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