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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캐나다 예술의 등대와 같은 미술관

㉔ 캐나다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Canada)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중심부에 현대적인 유리와 화강암으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의 대자연을 담은 풍경화부터 에밀리 카(Emily Carr)의 토착 문화를 반영한 작품까지, 캐나다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 미술의 독특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캐나다 국립 미술관을 소개한다.



2011년 7월에 대학생들을 인솔하여 유럽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흔적을 찾아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모든 스케줄을 끝내고 학생들을 다 귀국시키고 혼자 미국에 남아 캐나다를 자동차 렌트로 미술관 여행을 일주일 정도 다녔다. 뉴욕에서 토론토로 이동 후 차를 빌려서 오타와로 가서 캐나다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Canada, 이하 NGC)를 방문하고 돌아오며 AGO(토론토 온타리오 미술관)를 방문한 후 마지막으로 밴쿠버에서 밴쿠버 미술관(Vancouver Art Gallery)까지 방문하고 공항에서 차 반납 후 새벽 인천으로 귀국하는 정말 외롭지만 미술관 때문에 흥미진진했던 여행이었다.



NGC 중정에서 아들과 함께   출처 : 작가 제공


오타와가 캐나다의 수도임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당연히 인구가 훨씬 많고 왕래가 잦은 밴쿠버나 토론토를 머리에 떠올릴 텐데 (필자도 그랬다) 오타와가 국립미술관을 보유하고 국회의사당 및 정부 종합청사가 있는 수도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캐나다가 아직 독립국가가 되기 전 1800년대 유럽에서 새로운 영토로 이주해 온 사람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로어 사이드로 불리는 캐나다 동부의 퀘벡 일대 프랑스 이주민들과 어퍼 사이드로 불리는 서부의 브리티시 콜럼비아의 영국 이주민들이다. 계속된 영국의 지배권으로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에서 퇴각하고 프랑스로 돌아갔고 남은 인구는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들은 프랑스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출처 : nationalgeographic.com


미국과의 오랜 전쟁으로 지친 영국은 식민지에서 자치령으로 캐나다를 직접 통치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수도를 정하는데 꽤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수도를 이곳저곳으로 4곳을 옮겨봤지만 국민들의 통합합의를 얻지 못했다. 결국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결정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여왕은 양쪽 국민들이 가장 불평을 적게할 장소를 선정(1857년)했고, 그곳은 온타리오 지역과 퀘벡지역이 만나는 곳 오타와 강을 끼고 있는 오타와 시티였다. 이후 국회의사당, 정부 종합청사를 건설하고 1866년 캐나다의 수도로 정식으로 선포되었다.



캐나다 국립미술관   출처 : gallery.ca


1880년에 개관한 NGC는 국립미술관이라고 불리기에 어색하게 15점의 기증받은 풍경화로 시작하였으나 곧이어 수많은 캐나다 문화계 인사들의 기증을 받아 몸집을 키웠고 2024년 현재 7만 5천 점의 소장고와 4000점의 전시작품을 갖게 되었다.


유태계 몬트리올 출신 건축가 모쉐 사프디의 작품인 NGC빌딩은 외관이 거의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온통 빛의 향연과 같은 따뜻한 내부를 구성하고 있고 두 곳의 중정은 서로 다른 느낌의 형태로 모두 충분한 휴식을 할 수 있는 멋진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캐나다 국립미술관 내부   출처 : kidsinthecapital.ca ⓒ Misty Pratt


이곳에는 캐나다의 유명화가 그룹 오브 쎄븐의 작품을 비롯해서 보티첼리, 램브란트, 루벤스, 고갱, 고흐, 쿠르베, 르노와르, 샤갈, 클림트,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 알만한 유럽과 미국의 작가들 작품이 풍성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항상 느끼지만 작품이 걸려있는 벽면의 색깔이 너무나 아름다운 붉은색이었던 것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물론 벽면의 색은 몇 년에 한 번씩 색을 바꾸기도 한다.)


바넷 뉴먼(Barnett Newman) - '불의 소리(Voice of Fire)'



Barnett Newman(1905-1970)   출처 : loc.gov


미국에서 시작하여 한 때 세계 미술 사조를 미국으로 집중시켰던 추상 표현주의 중 색면추상의 선구자라 불린다. 한국에서는 그와 유사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큰 인기를 끌었고 그의 작품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그것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가진 바넷 뉴먼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Barnett Newman - Broken Obelisk in Rothko Chapel, Houston   출처 : Wikipedia ⓒFrancisco Anzola


휴스턴에 위치한 로스 채플에 가면 입구 쪽에 부러진 오벨리스크라는 작품이 유명한데 이는 바넷 뉴먼이 갑자기 살해당한 마틴 루터 킹목사를 추모하며 만든 작품이다. 이 부러진 오벨리스크는 총 3개의 오리지널 레플리카가 미국(휴스턴, 시애틀 워싱턴대학, 뉴욕 MoMA)에 있다.



Barnett Newman - Voice of Fire(1967) in NGC  출처 : Wikipedia ⓒYoungjim


‘불의 소리’는 뉴먼이 몬트리올 67이라는 엑스포 미국관에 출품한 작품인데 크기가 540x240cm의 거대한 작품이다. 전시 당시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NGC에서 엑스포가 끝나고 미망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NGC에서 대여 전시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사랑하였으나 정작 몇 년 뒤 NGC가 이 작품을 구입을 하여 정식 소장하게 되자 그때부터 반대 의견이 일어나더니 결국 이 그림을 구입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책까지 출판이 되었다.


또한 뉴먼의 작품 중 ‘누가 빨강, 노랑, 파랑을 두려워하는가’라는 거대한 작품 연작이 발표되자 반달리즘이 그의 작품에 집중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예술작품에 대한 반달리즘은 그 이유를 물을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Joséphine Bourgeois) - '마멍(Maman)'



Louise Bourgeois(1911-2010)   출처 : The Easton Foundation ⓒVera Isler


지난 미국의 크리스탈 브리지 미술관 원고에서 짧게 한번 언급했던 프랑스계 미국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멍(maman)이라는 거미 조각을 한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 이는 NGC의 가장 독특하고 상징적인 작품으로 미술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NGC미술관 사이의 거대한 광장에서 이 작품을 먼저 만나고 그 크기의 웅장함과 작품의 스토리 때문에 사진을 찍고 엄청 감탄한 후 미술관 입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Maman(1999) in NGC   출처 : gallery.ca


루이즈 부르주아는 150cm가 채 되지 않는 단신이었고 평생을 엄마를 괴롭히고 바람을 피우던 아빠에 대한 증오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녀는 98세 사망할 때까지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고 작지만 거대한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거미 조각 외에도 그녀의 초기의 회화나 설치 미술을 조금 더 찾아서 공부하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호암 미술관의 Maman   출처 : The Korea Herald ⓒPark Yuna


한국에서도 삼성의 리움 미술관이 마멍(Maman)을 구입하여 정원에 설치하여 관람이 가능했는데 2021년 9월 용인 에버랜드 인근의 호암미술관으로 옮겼다. 기존의 모든 마멍이 실내 혹은 광장의 아스팔트, 대리석 위에 설치되었는데 이번 호암 미술관에 옮겨지면서 처음으로 삼만 육천지라 불리는 저수지 작은 섬 위에 흙 위에 서 있다. 이는 미술관에 티켓을 구입하고 들어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근에서 멀리서 라도 직접 그 조각을 자연 속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멋진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국의 데이트 모던이나 스페인의 빌바오, 지금 이야기하는 캐나다 국립미술관 등 모든 곳에서 직접 다가가서 8개의 거미 다리 중 하나를 붙잡고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필자는 왜 호암에서는 50m의 안전거리를 설정하고 직접 다가가서 만져볼 수 없게 조치를 하였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달리즘이 과연 한국에서만 마멍에 가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TMI 같지만 Maman은 불어로 어머니라는 뜻인데 대부분 한국의 모든 책에서 마망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불어로 Maman은 마멍이라고 발음한다.


NGC는 매주 목요일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기는 한데.. 캐나다에 미술관 여행만을 준비하는 분이 아니라면 목요일에 딱 맞춰서 오타와 미술관 관람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캐나다 국립미술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캐나다 국립박물관 소개 영상




캐나다 국립박물관 가상 워킹 투어 영상




Louise Bourgeois - Maman 비하인드 스토리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