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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모로의 상상력이 가득한 미술관

㉓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Musée Gustave Moreau)


프랑스 파리 9구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과 삶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로의 창작 과정을 생생히 엿볼 수 있는 미완성 작품들부터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신화적 주제를 탐구한 작품까지 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 그리고 창작 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을 소개한다.


파리에서 약 7년간 유학하면서 필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냈던 것이 너무 많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30대 초반의 필자는 미술에 관해선 아무런 지식도 흥미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많은 유명 미술관들 사이에서 살면서도 파리에 관광 오는 친지들의 미술관 방문을 에스코트하는 시간이 귀찮고 힘들었다. 심지어 오늘 소개하는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도 2년간 박사과정으로 파리 1대학(팡테옹 소르본)에 다니면서 모로 미술관 앞을 지나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었는데도 전혀 몰랐고 학기 중 일주일 3번씩(사실 왕복 6번) 무심코 그 앞을 지나쳤었다.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Musée Gustave Moreau)   출처 : keewego.com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은 1903년 개관하였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모로의 유언에 따라 그의 4층 저택과 팔지 않았던 8천 점의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하여 개관하게 된 국립 미술관이다. 현재는 약 1천2백여 점의 유화, 수채화 그리고 특이점은 드로잉이 5천 점이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시 모로의 기증 조건은 작품의 전시 위치를 바꾸지 말 것 이것 하나였다고 한다. 미완성 작품 중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승리’ 등 유명 작품들도 많이 있다.



귀스타브 모로의 자화상(1850)   출처 : Wikipedia


모로는 자신이 수학했던 파리의 에콜 보자르에서 교수직을 의뢰받았을 때 두 번이나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절친이던 테오도르 샤세리오 교수가 갑자기 사망하고 학교에서 급하게 다시 부탁을 하자 결국 교수직을 수락하였다. 교수직을 제안받는 것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에콜 보자르가 귀스타브 모로에게 삼고초려까지 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에콜 보자르에서도 결국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훌륭한 교수로 높은 평판을 받았고, 마티스와 조르주 루오, 한스 웅거와 같은 훗날 위대한 화가들을 지도하였다. 모로의 작품은 17세기말에 출현한 이후 상징주의나 초현실주의의 신호탄 혹은 아방가르드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그는 파리에서 인상주의가 발흥하고 미술계를 석권하기 직전까지 가장 많은 제작 주문을 받는 슈퍼스타 화가 겸 교수였다.



모로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미술관 내부의 모습   출처 : Wikimedia commons ⓒDucatipierre


모로는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상징적인 장면들을 자신만의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재해석하여 아무도 본 적 없는 장면들을 연출하였다. 성경에서 교훈을 주는 그림들은 중세 시대에 넘쳐났고 그리스 로마 신화나 전설에서 유명한 사건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주인공처럼 모든 회화에서 다루어졌다. 그러나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들은 어디에서도 비슷한 것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아름답고 신비하고 특히 장식적이다. 이런 형용사들이 한 군데로의 집합하는 것이 가능한건지 잘 모르겠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1868)   출처 : musee-moreau.fr


얼핏 모로의 유명 작품 몇 개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 데카당(Decadent)하거나 퇴폐적인 소재를 다룬다고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프로메테우스라는 그림을 만나게 되면 단추하나를 더 여미게 만드는 것 같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미래를 생각하는 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어 문명이 발전하게 만든 신이다. 그는 그 일로 주피터에게 높은 산에 결박당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도록 벌을 받았다.


결국 평생 독수리가 내려앉아 그의 간을 파 먹히는 끝없는 벌을 감당해야 했던 신이다. 제우스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벌을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메테우스의 머리 위로 불꽃 하나가 이글거리고 있다. 누구나 이 스토리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불꽃을 그려 넣은 모로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환영(The apparition)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의 '환영'(왼), 오르세 미술관의 '춤추는 살로메'(오)   출처 : musee-moreau.fr, musee-orsay.fr


신약 성경 마태복음 14장과 마가복음 6장에서 다뤄지는 세례요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서 당시 헤롯왕의 의붓딸인 살로메가 요염한 춤으로 헤롯의 약속을 받아내어 결국 포상으로 세례 요한의 목을 받아낸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긴 모로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모로 미술관에는 환영이라는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춤추는 살로메’는 현재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환영보다 1년 먼저 제작된 그림이다.


이탈리아로 2년간 그림 공부를 위해 여행을 다녀온 모로는 다빈치와 티치아노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티치아노의 환상적 스토리텔링과 극적이며 관능적 그림의 결합에 감탄하며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살롱전에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로 화단의 관심을 받던 모로는 이후 후속작에서 혹평을 받으면서 칩거에 들어갔고 그 기간 열중했던 소재가 살로메라는 캐릭터이다. 그는 살로메에 관해 150여 장의 데생과 19개의 그림과 6개의 수채화를 그렸다고 한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Oedipus and the Sphinx)


귀스타브 모로의 대표작은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Oedipus and the Sphinx)이다. 이 작품은 많은 미술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의 독특한 시선과 소묘의 아름다움으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뉴욕 메트로 폴리탄에 전시된 그림이지만 귀스타브 모로를 공부하는데 절대 빠트릴 수 없는 그림이다.



뉴욕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Oedipus and the Sphinx, 1864)


흔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아 알 것인데 정작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은 아버지에 의해 발등에 못이 박혀서 잘 걷지도 못하는 ‘발이 부은 아이’라는 뜻이다. 오이디푸스가 아버지와의 관계도 모르고 버려졌다가 결국 그 친부를 살해하게 되고 그의 부인인 자신의 친모를 부인으로 맞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 것이다. 와중에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와의 대결을 하게 되는데 모로가 표현한 스핑크스는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한 관능적 괴수일 것이다.


이 한 장면은 수많은 해석을 낳게 하는데 스핑크스의 자세와 시선 그리고 오이디푸스의 전혀 방심하지 않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곧 뛰쳐나갈 것만 같은 다리 근육과 바위를 딛고 서있는 엄지발가락까지. 당당히 파리의 살롱전에서 입상을 하고 많은 주문과 관심을 받게 된 작품이었다. 아쉽게도 이 걸작은 모로 미술관이 아닌 뉴욕에서 볼 수 있다.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내부의 나선형 계단   출처 : Wikimedia Commons, flickr.com


모로 미술관 3층에서 4층으로 오르는 나선형 계단은 너무나 아름답고 좁고 가파르긴 하지만 꼭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방문자 누구에게나 똑같을 것이다. 높이도 만만치 않아 중간에 약간 쉴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파리를 방문하는 분이라면 이 모로 미술관 꼭 가 보시기를 권한다.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소개 영상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