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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⑨ 이스라엘 노년사회의 은퇴 이후의 삶 2부
3. 자원봉사 전문가
이스라엘에 이주해 온 이주자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럴 때 지역커뮤니티 센터와 자원봉사 기관들을 통해 정착의 도움을 받곤 한다. 이런 도움을 받은 이민자들 중에 자원봉사에 관심을 두고 지역커뮤니티 센터에서 봉사를 하거나 외부 사회복지단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한 이후 여러 자원봉사 프로젝트가 생겨났다. 군인들의 식사를 지원하는 자원봉사 프로젝트가 있었고, 전쟁 발발지역에 거주하던 시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이주를 돕거나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젝트 등이 외부 사회복지 단체 등을 통해 생겨났다.
출처 : a-rubi.co.il
많은 이민자들이 이 분야에서 봉사를 시작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로서 경험이 쌓이면 단체에서 좀 더 실질적인 행정적 업무를 하게 되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교육, 및 행사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자원봉사 전문가는 은퇴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은퇴이전 업무, 혹은 자원봉사 경험 등을 토대로 은퇴 이후의 삶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4. 문예창작
은퇴 이후 노년기를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이주한 후 은퇴 이후의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노년세대에 이주해 온 분들에게는 언어의 장벽이 존재한다. 이스라엘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히브리어 능력이 부족한 분들의 경우 취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 나이나 언어적 능력 부족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어 방황하는 이민자들 또한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방황하다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는데, 이중 문예창작 분야도 그중에 하나이다.
출처 : Gettyimagesbank ⓒopolja
필자가 거주하던 동네에도 딸이 미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은퇴 이후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와 어머니랑 같이 살면서 은퇴 이후의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 딸은 히브리어를 거의 잊어버려 다시 돌아와 처음에는 일을 하려고 여러 취업자리를 알아보았지만 결국 나이와 언어로 인해 일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은퇴생활을 보내기보다 본인이 잘하는 일을 찾아 나섰고 글을 쓰는 일에 흥미와 열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별히 시를 쓰는 데에 큰 흥미를 느꼈고, 서양 시부터 동양 시까지 다양한 시를 쓰는 법을 익히며 시를 작성하고 이를 책으로도 출간하고 있다.
5. 예시바(Yeshiva) 학생
예루살렘의 베이트 이스라엘(Beit Yisroel)에 있는 미르 예시바 출처 : Wikipedia
은퇴 이후 예시바의 학생이 됨을 말하기에 앞서 예시바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면, 예시바는 유대교육기관으로 주로 토라와 탈무드 등의 유대교 경전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곳을 말한다. 유대인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여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유대교의 전통, 율법, 철학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예시바에서는 초등 수준에서 성인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은퇴 이후의 나이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하브루타의 학습방법도 예시바에서 주로 시행하는 학습방법이다.
출처 : Wikipedia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이스라엘로 건너온 이민자들 중 은퇴 이후의 삶을 예시바에서 공부를 하며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적으로 이민자들은 이주해오기 이전의 나라에서 많은 노동과 업무에 시달리던 사람들이었다. 당시 이들의 대부분의 목표는 가정을 위해 일하고 자녀들을 키워내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이 일들을 감당한 이후 이주해 온 이들은 이제 인생의 두 번째 단계를 살아낸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단계를 ‘라메드(ל)’ 단계라고 말하는데, 라메드는 히브리어의 알파벳의 하나로 배우다의 의미를 가진다. 이스라엘에 가면 운전면허 연습을 하는 차량 위에 이 글자가 표시되어 있다. 운전을 배우는 중이라는 뜻이다. 인생의 두번째 단계를 ’라메드‘ 단계로 여기고 젊은 시절 해보지 못했던 가치 있게 여겨지는 토라와 탈무드 공부를 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출처 : njjewishnews.timesofisrael.com ⓒTomer Malichi
이스라엘이 가진 은퇴 이후의 삶의 모습들은 사실 글에서 제시한 모습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개인, 사회, 경제적 차원과 같은 부분에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위에서 제시한 부분들이 전체적인 이스라엘의 은퇴 이후의 삶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진 독특한 이민사회의 모습의 몇 가지 예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은퇴 이후 삶에 있어 사회적 측면에서 적용이 가능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성경을 필사하는 일이나,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 그리고 예시바의 학생이 되어 성경과 탈무드를 공부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신앙공동체의 역할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공동체인 교회를 통해 성경을 배우고, 교제를 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저 지나 보내는 은퇴 이후의 삶이 아닌 나를 돌아보고, 나를 가꾸고, 나를 다시 한번 발전시키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된다.
“Before God, it is important how a person spends their days of life.”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그의 삶을 어떻게 보내었는가가 중요하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