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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이스라엘 노년사회의 은퇴 이후의 삶 1부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⑨ 이스라엘 노년사회의 은퇴 이후의 삶 1부


각 사회마다 은퇴 이후의 삶은 중요하다. 특별히 은퇴 이후의 삶을 살펴보면 그 사회가 가진 독특한 삶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스라엘이 다른 사회에 비해 독특한 삶의 모습이 존재하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는 이민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출처 : gov.il ⓒ요닛 실러(יונית שילר)


이스라엘은 각기 다른 나라에 살다가 이스라엘로 이주해 오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민자들, 혹은 이주자들을 가리켜 ‘올림’으로 부른다. 여기서 올림(עולים)은 올레(עולה)의 복수형태로 그 뜻은 ‘올라가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민은 같은 어근인 ‘알리야(עליה)’로 표현한다.


유대인들의 세계관에서 중심인 이스라엘로 가는 표현이 마치 성경시대 때 성전으로 오르는 것과 같이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여 성전에 오르다의 오르다를 이민이라는 단어에 채용하여 중심인 이스라엘로 모이는 것을 표현하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거두절미하고 이 이주민들은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각자 거주하던 나라들을 떠나 이스라엘에 사회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이다.


이주해 온 이들은 원래 자라왔던 나라들의 문화적 특성 및 언어들을 유지하면서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국가적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이주해 온 유대인들도 있지만, 유대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이주해 온 사람들도 꽤 존재한다. 이들은 주로 자녀들을 타국에 남겨놓은 채 부부만 이스라엘로 이주해 오고 이후에 이스라엘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은퇴 이후 자녀들은 해외에 살고 부모세대만 이스라엘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바티킴 보데딤(외로운 베테랑들)’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스라엘은 자녀세대와 더불어 지역사회에 함께 거주하거나 근처에 거주하는 특징적 모습을 보이는데, 이주민들의 경우는 자녀세대는 해외에 거주하고 노년의 부부만 이스라엘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가족보다 지역사회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별히 이 글에는 이주민들 중 영어권 나라들로부터 이주해 온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유대인들이 은퇴 이후 어떤 삶을 사는지 함께 조명해 보고자 한다.



출처 : Gettyimagesbank ⓒjacoblund


이들의 은퇴 이후의 삶은 다른 나라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스라엘에서만 볼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노년세대의 은퇴 이후의 삶의 모습들을 나눠보려고 한다. 이스라엘로 이주해 온 이주민들은 그들의 젊은 시절 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거나, 자녀를 키우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따라서 이들은 은퇴 이후에 이스라엘에서의 삶에서 풍요로운 은퇴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단순히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처음 은퇴 이후의 삶은 대체적으로 여행으로 시작된다. 은퇴자 혹은 은퇴 커플은 밀린 여행을 시작한다. 여러 국가들을 여행한 이후 이들은 이제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제 은퇴 이후의 삶에서 진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그래서 은퇴를 고민하는 이들을 두고 이스라엘에서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은퇴는 도로의 끝에 다다른 것이 아니다. 이것은 넓은 고속도로로 나아가는 시작지점일 뿐이다.”



출처 : Gettyimagesbank ⓒBrianAJackson



1. 히브리어 마스터


많은 이민자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해 온 이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히브리어를 꼽는다. 이스라엘에서의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히브리어가 필수 요소이다. 언어 안에 삶이 녹아있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 활동도 언어적 요소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이주해 온 이민자들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실생활에 필요한 언어적 수준까지만 공부하고 더 이상 언어를 공부하지 않는다. 이는 지역사회의 삶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지역사회에 녹아들지 못한 채 고립적 은퇴생활을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많은 이민자들은 은퇴 이후에 가장 처음으로 선택하는 것이 히브리어 공부가 되곤 한다.



출처 : posizia.co.il ⓒ나하리야 지방자치단체(עיריית נהריה)


각 지역사회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어학코스들이 있어서 처음 정착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은퇴 이후에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어학원과 달리 생활언어를 목적으로 하는 코스들로 구성되어 있어 생활 히브리어를 배우며 지역사회에 적응을 돕는다. 언어능력만 향상되더라도 삶의 질이 많이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은퇴자들이 히브리어 공부를 시작한다.



출처 : 성인 히브리어 Ulpan Beit Shemesh 페이스북


이스라엘로 유학을 오는 한국 사람들 중 부부의 경우, 부부 중 한 명은 학교에서 어학과정을 공부하고 다른 한 명은 같은 학교에서 어학과정을 공부하기에 여러 이유로 부담이 있어 거주지 근처에 있는 울판(히브리어 어학학원)에서 히브리어 공부를 시작하곤 한다. 이들과 대화를 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동네 울판에는 할머니들이 엄청 많아요!”라는 말이다. 이렇게 모국어 사용이 더 익숙한 이민자들이 은퇴 이후의 시간을 이렇게 히브리어를 배우며 지내는 모습은 이스라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 필사 예술가


은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주간보호센터를 통해 자기 계발을 많이 시작하게 된다. 그중 이스라엘만 가진 특별한 자기 계발이 있는데, 바로 성경을 필사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필사를 하기 위해서는 집중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은퇴 이후에 하기에 적합한 일이다. 성경을 필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필사가 아니라 양피지에 깃펜을 활용해서 적는 전통적인 필사를 말한다. 전통적으로 성경을 필사하는 일은 거룩한 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은퇴 이후 의미를 가지고 유대전통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삶을 성경과 더불어 보낼 수 있게 된다.



출처 : Wikipedia ⓒLiran1977


또한 단순히 성경을 필사하는 일뿐 아니라 전통적 필사 방식을 통해 자녀세대에게 메주자(문에 붙이는 성경말씀들로 이루어진 유대교 축복문) 텍스트를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자신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선택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내는 데에는 그 일을 반드시 마스터하여 전문가의 영역에 있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은퇴 이후의 삶은 서툴지만 의미 있고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은퇴 이후 이민자들에게 성경필사는 삶에 큰 활력을 주는 일이 되기도 한다.


2부에서 계속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