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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컬처
2024-07-02

중세와 현대의 감각이 공존하는 미술관

㉒ 운터린덴 미술관(Unterlinden Museum)


세계적인 걸작인 ‘이젠하임 제단화’를 비롯하여 마르틴 숀가우어의 섬세한 회화, 루카스 크라나흐의 르네상스 걸작들, 피카소, 모네의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을 아우르는 컬렉션은 미술사의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2015년 신축된 현대적 공간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해주는 프랑스 콜마르의  운터린덴 미술관을 소개한다.


2008년 아들과 함께 유럽의 미술관을 방문하며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아빠와 함께하는 유럽 미술여행”이라는 책으로 출간하였다. 당시 40일간의 여름방학을 활용한 미술관 방문 일정이었는데 벨기에 왕립미술관을 방문하여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을 감상하고 연이어 꽤 먼 길을 직접 운전하여 스위스 바젤의 시립미술관에서 한스 홀바인의 ‘무덤 속 그리스도’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너무 먼 거리를 운전하기 힘들어서 경로 중 좋은 미술관을 찾다가 프랑스 국경을 넘어가기 전 콜마르 시의 ‘이젠하임 제단화’를 보고 하루 쉬어 가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콜마르의 쁘띠 베니스   출처 : Wikipedia


방문하기 전까지 콜마르라는 도시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콜마르에 주차를 하고 지도를 보며 운턴린덴 박물관을 향하다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아름답다기보다는 비현실적인 동화 같은 모습의 건물들과 운하 때문에 어리둥절했었다. 이곳이 쁘띠 베니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화마을 그리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곳이다. 7년이나 프랑스에서 살았었는데 이런 곳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알자스 지역에는 연고도, 촬영도 없어서 한 번도 방문을 못했던 탓이다. 도시를 가득 채운 장식적인 돌출간판들은 마치 디즈니 테마파크나 잘츠부르크의 간판 골목에서 보던 것들처럼 품위 있어 보였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맞닿은 바젤에서 70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반드시 들려서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운터린덴 미술관, Unterlinden Museum



운터린덴 미술관(Musée Unterlinden)   출처 : musee-unterlinden.tickeasy.com


13세기에 건립되었던 도미니크회 안토니오 수녀원 건물을 1853년에 다시 리모델링한 미술관이다. 중세 프랑스에 만연했던 ‘맥각중독증’이라는 손과 발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피부 괴저 및 환각까지 유발하는 무서운 피부병 환자들을 돌보던 곳으로 죽음 앞에 서 있는 환자들이 치유를 간절히 원하여 기도하며 바라보던 ‘이젠하임 제단화’를 보유한 곳이다.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면 중세의 수도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정말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중정이 나타난다. 필자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던 중정에서 아들과 함께 사진촬영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처 : 작가 제공


지하층의 전시실에는 20세기 활약한 프랑스 화가 르느와르, 클라우드 모네, 페르날 레제 그리고 피카소의 작품들도 관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역시 이곳 운터린덴을 방문하는 목적은 단연 그뤼네발트의 제단화를 관람하기 위한 것이다.


이젠하임 제단화(Isenheim Altarpiece)


독일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Matthias Grünewald)의 작품이다. 제단화의 목적은 예배가 진행되지 않을 때는 착착 접어서 앞쪽 2장의 그림이 보이다가 중요한 예식이나 성일(성령감림절, 사순절, 부활절 등)에 열어서 죽 펼치면 커다란 병풍(?) 같은 제단 위를 장식하는 총 3겹으로 구성된 패널에 9개 장면의 모음집이라 할 것이다. 이 제단화들의 특징이라면 평상시에는 최소한의 장면만을 보여주지만 특별한 날에 안에 숨겨있던 그림들이 공개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스러운 감동을 받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하겠다.



운터린덴 미술관의 '이젠하임 제단화'   출처 : musee-unterlinden.com


이곳은 미술관이므로 제단에 놓이지 않고 현재는 보기 좋게 공중에 줄을 매달아 관람객들이 선 자세에서 그림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이 작품은 1층에서 자세히 관찰하고 옆의 벽면에 쓰인 부분화를 공부하고 뒤로 들어가면서 각각의 접혀있던 부분의 그림들을 구경하게 되어 있다. 2층 난간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것도 추천한다.



이젠하임 제단화 First View   출처 : musee-unterlinden.com


그뤼네발트의 제작 시 일화는 전혀 알려진 바 없지만 1층 전시실에 입장하며 바로 보게 되는 첫 번째 패널(닫힌부분)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를 보면 아마도 당시 ‘맥각중독증’에 걸린 환자들의 증상을 정확히 알고 그 증상의 모습을 예수 그리스도에 투사하여 그린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이 그림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가장 처참하게 묘사한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다면 그의 과격한 표현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골고다 언덕 위의 십자가라는 성경 속 묘사와는 약간 다르게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배경이 황량한 바닷가임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알려진 바 없다. 



이젠하임 제단화 Second View   출처 : musee-unterlinden.com


두 번째 패널(한번 열린 상태)에서는 이야기가 플래시 백처럼 돌아가 수태고지와 예수의 탄생, 그리고 부활이 표현되어 있다.



이젠하임 제단화 Third View   출처 : musee-unterlinden.com


세 번째 패널(마지막 상태)을 한번 더 중앙을 열어보면 그뤼네발트의 작품 바오로와 성 안토니오(그는 수도생활의 창시자로 인정받으며 모든 병자들의 수호성인이라 불리던 성인이다)에 가해지는 유혹이 양쪽 패널에 그려져 있다. 환자들은 성 안토니오처럼 역경과 유혹을 이겨내면 결국 모든 병에서 구원을 받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중앙 패널에는 니콜라스 하그노버의 조각상들이 금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등장한다. 세 개의 조각 중 정 중앙에 마치 왕처럼 좌정한 이는 성 안토니오이며 좌측의 성 아우구티누스, 오른쪽에 성 제롬이 서 있다.



출처 : 작가 제공


이곳 수도원과 병원으로 몰려왔던 환자들은 특히 한번 열린 상태(두 번째 패널)의 맨 오른쪽의 부활하신 예수님의 그림을 보며 열심히 희망의 기도를 하였다고 한다. 다른 사실적인 그림들과는 달리 예수 부활의 묘사는 상징성을 더욱 중요시했고 예수의 들어 올린 두 손과 얼굴이 살짝 만화처럼 어색하기는 하지만 결국 이곳에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림으로서의 역할은 단단히 했던 것 같다.


이 제단화는 전에 언급한 영국의 가디언지에서 2011년 발표한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걸작 20선’에도 등재가 된 바 있는데 사진과 설명으로 만족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현장에서 마주 서 보기를 권한다. 덤으로 가장 아름다운 동화마을과 쁘띠 베니스의 운하에서 정말 멋진 힐링의 시간도 주어진다.



운터린덴 미술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건물과 도시 광장의 새로운 앙상블, 콜마르 운터린덴 미술관



<이젠하임 제단화> - 미술 읽어드립니다 Ep.11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