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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이스라엘 노년세대 장기요양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⑧ 이스라엘 노년세대 장기요양 -장기요양제도와 지역사회의 역할-


이스라엘은 노인 장기요양에 있어서 꽤나 적극적이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OECD 지역에서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와 가정에서 개인 간병인을 통한 서비스를 받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이스라엘이 적극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스라엘이 OECD 국가들 중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특징들을 통해 이스라엘의 노년사회를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 Taub center

먼저, 이스라엘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소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혜택 대상자가 가정에서 거주하기 때문이다. 90% 이상의 (대략 93%) 대상자들이 시설보다는 가정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거주자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정서비스 기준에서 본다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가정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서비스와 지역사회에서 제공받는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가정에서 제공받는 서비스로는 방문요양, 방문간호, 단기보호 등을 들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제공받는 서비스로는 주간보호센터와 같이 지역사회 센터를 방문하여 교육, 돌봄 등을 제공받는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의 대부분의 노년인구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가정서비스와 주간보호센터 모두를 활용하여 노년세대 장기요양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출처 : Gettyimagesbank ⓒwavebreakmedia, asb.de

한국의 경우는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국가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는 크게 시설급여, 재가급여, 특별 현금급여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77% 내외의 65세 이상 노년세대가 이용하고 있는데, 이 중 70%는 재가급여를 이용하고 30%가량이 시설급여를 이용 중에 있다고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 실태조사에서 밝혔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수치로는 30%가량이 시설급여를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요양원의 입소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출처 : Gettyimagesbank ⓒtampatra

이스라엘의 경우 시설이용자가 거의 없고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재가급여를 이용하고 있는 세대가 거의 대부분이다. 시설입소를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물론 시설입소를 위해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년세대가 지역사회에 자녀세대와 멀지 않은 장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세대의 부양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가급여를 활용하고 있다. 노년세대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요양원 등에 입소를 꺼리기 때문에 중증환자라도 간병인 제도 등을 활용하여 되도록 가정에 거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재가급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노년세대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활용이 핵심적이다. 자녀세대에게 돌봄의 시간적, 비용적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OECD 국가들 중 2018년 리투아니아가 가입하기 이전까지 단연 1등이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가 가입한 이후에도 2023년 여전히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6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은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출처 : 건강보험연구원

한국의 경우 시설입소를 위한 급여의 사용이 많은데, 이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된다. 특히 급여사용에 시설입소가 30%에 달한다는 점은, 그만큼 요양원 및 요양병원의 운영이 적극적이라는 이야기이다. 2020년 기준만 하더라도 인구 천 명당 병상수가 13.2개로 4.4개를 보인 OECD평균보다 4.4배가 많았는데, 요양병상의 경우는 천 명당 5.3개로 OECD 평균인 0.6개보다 무려 8.8배나 많았다.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가 일반적인 사회인 이스라엘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가족들의 노인부양을 돕는 차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활용된다. 결국 지역사회거주를 장려하고 돕는 의미에서의 활용인 것이다. 노년세대와 이후 세대들이 함께 모여 지역사회를 이루는 것은 이스라엘 사회가 가진 주된 특징이다. 이스라엘도 점점 핵가족화되어가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노년세대가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상생하고 더 하나 되는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을 가지고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시행된다. 한국은 국민건강보험료 안에 장기요양보험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경우 이 같은 보험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사설 보험회사의 장기요양보험을 가입하여 납부한다. 물론 사설 보험회사는 정부로부터 장기요양보험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49세 이전부터 납입하는 경우 혜택이 더 많고, 이후에는 혜택이 줄어든다. 이스라엘은 여성의 경우 어떤 보험이든 보험가입 시부터 그보다 큰 혜택을 받는 경향이 있고, 남성의 경우는 대게 65세 이전까지는 납입액에 비해 혜택을 못 보고 있다가 이후부터 혜택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장기요양보험이 노년세대에 큰 혜택을 주고 있다.

모세 율법 해석에 관한 랍비들의 토론 모음집인 미쉬나는 6편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4편인 네지킨에서 아봇(랍비 유대 전통의 윤리적 가르침과 격언을 정리한 부분) 2:4을 보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출처 : sefaria.org

"그분의 뜻을 너희 뜻처럼 행하라 그리하면 그분도 너희 뜻을 그분의 뜻처럼 행하실 것이다. 그분의 뜻 앞에서 네 뜻을 제쳐두어, 그분께서 네 뜻을 위해 다른 사람의 뜻을 제쳐두게 하라. 힐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동체로부터 자신을 분리하지 말고, 죽는 날까지 자신을 믿지 말고, 그 자리에 도달할 때까지 동료를 판단하지 마십시오. 결국에는 이해될 것이라고 [믿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오직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공동체에 속하여 떠나지 말고 스스로를 자랑하거나 남을 판단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개인의 판단과 가치를 중요시하기보다 하나님과 공동체의 가치를 높게 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레위기 19장 18절의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전반에 걸친 가르침과 더불어 이 구절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양의 해설, 논쟁, 철학의 원천이 되는데, 위의 미쉬나의 가르침은 이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 무엇보다 세대 간 통합을 이루어 지역사회에 계속거주를 이루는 삶은 성경의 가르침이자 유대인들의 철학이었다. 노인장기요양제도의 핵심이 여기에 있어 보인다. 우리도 편의와 이익을 위한 정책보다 통합에 가치를 두기를 희망한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