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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로댕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미술관

㉑로댕 박물관(Musée Rodin)


세계적인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이 박물관은 로댕의 유명한 조각들을 소장하고 있어 그의 예술혼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실내 전시실 뿐 아니라 정원 곳곳에 놓인 조각상들이 인상적이고 손때 묻은 듯한 생생한 조각상들을 감상하며 로댕의 열정적인 창작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로댕 박물관을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에 7년 살면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던 로댕 박물관. 한국에 귀국한 이후 관심을 갖게 되어 2007년, 2008년 연이어 박물관에 방문하였다. 로댕 박물관의 위치는 정말 찾기 쉽다. 파리에서 가장 번쩍거리는 Dome 지붕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지하에 나폴레옹 1세의 무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에 아주 인접한 곳이기 때문이다.



로댕 박물관(Musée Rodin)   출처 : Wikimedia commons ⓒJean-Pierre Dalbéra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미켈란젤로의 오리지널 다비드 조각상을 보면서도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고 ‘엄청 크다’라고만 생각했었다. 뒤늦게 근대 조각의 아버지라는 로댕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시작점은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지옥의 문’도 아니었다. ‘키스’라는 조각상을 보고 너무나도 큰 감전사고가 있었고 조각 앞에서 정말 오랫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왜 진즉 파리에 거주할 때는 이곳을 몰랐을까? 아니 어째서 로댕 조각의 깊은 묘미를 전혀 몰랐을까...


대학에서 미술관 수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작품들 중 루브르의 걸작들을 이야기하며 학생들에게 묻곤 한다. 루브르에 다녀온 학생 있어요? 보통 40명 클래스에 10명 정도는 손을 쭈빗거리며 든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어보면 사실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며 어색해한다. 방문할 미술관의 내용을 어느 정도 공부해가지 않으면 다리만 아픈, 길고 오랜 고행길을 가는 것이다. 미술관들이 워낙 넓으니까 어쩔 수 없다.




로댕 박물관(Musée Rodin) 내부   출처 : musee-rodin.fr


로댕에 관한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하고 다시 찾았던 로댕 미술관의 우아함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곳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미술관이고 로댕이 유언으로 집과 작업실, 판매되지 않은 작품과 개인 소장품뿐 아니라 사후에도 작품을 계속 캐스팅할(제작할) 권리도 부여했다. 그가 만든 석고 원형에서 가져온 주형을 이용해 공인된 작품을 만들고 생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값어치를 매긴다.



로댕 박물관(Musée Rodin) 정원   출처 : Wikimedia commons ⓒJean-Pierre Dalbéra


입장 시 14유로의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곳 정원은 별도로 입장료를 더 지불해야 하는데 합계 25유로이다. 그런데 오히려 정원만 티켓을 구입하여 즐기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


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 "La Porte de l'Enfer(지옥의 문)"



Auguste Rodin(1840-1917) in 1902   출처 : Wikipedia


로댕의 37년간 전력을 투구했던 필생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그의 모든 작품들이 총 등장하는 로댕종합선물세트와 같다고 할까? 모든 소재는 단테의 ‘신곡’ 1부 인페르노에서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라고 보면 된다. 로댕은 프랑스 미술부 차관으로부터 파리에 당시 건축 중이던 파리 장식미술 박물관 정문 입구의 문 조각을 의뢰 받았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보고 감동 받았던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천국의 문’이 떠 올랐고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제작 의뢰를 받은 이 작품을 ‘지옥의 문’으로 제작하고 싶었다.



로댕 박물관에 있는 지옥의 문   출처 : musee-rodin.fr


37년이란 길고 긴 시간이 흘렀고 정작 로댕 본인은 이 작품의 최종 완성본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는데 결국 그 해(1917년) 최초의 원본이 완성되었다. 이 조각상들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만 언급한다면 문 상단의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을 방문했던 단테가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표현하였고 이 작품 역시 전 세계 50개 이상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 각국에 전시된 로뎅의 ‘지옥의 문’ 모든 에디션을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주물에서 나온 시리얼 번호만 차이가 나며 같은 작품으로 인정받는데 현재 총 8개의 에디션이 존재한다. 오리지널 원본은 현재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 전시된 '지옥의 문'


최초의 주문 제작 1번 에디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2번은 오늘 소개하는 로댕미술관, 3번은 일본 동경 국립 서양미술관, 4번 스위스 취리히 쿤스트 하우스, 5번 미국 스탠퍼드 대학, 6번 일본 시즈오카 현립미술관, 7번 한국 호암미술관(플라토 미술관이 폐관 이후 삼성 호암 미술관으로 이전) 마지막으로 8번 멕시코 소우야마 미술관까지 작품이 정식 에디션으로 인증된 ‘지옥의 문’ 작품들이다.


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 "The Kiss"



Gustave Doré - The Inferno, Canto 5-2   출처 : Wikipedia


단테의 신곡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슬픈 사랑 이야기… 정확하게 어떤 사랑이라 표현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단테는 지옥을 9단계로 나누고 그중 2단계 애욕이라는 스테이지에서 정략결혼으로 절름발이 남편과 결혼한 프란체스카가 남편의 동생인 파올로와 사랑에 빠지고 남편에 의해 두 사람 모두 살해당한 후 지옥에서 만나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말하면 너무 대강 팩트만 이야기하는 것이라 이해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Sandro Botticelli - La Carte de l'Enfer(지옥의 지도, 단테의 신곡 삽화)   출처 : Wikipedia


애욕이라는 스테이지에서 죄인들은 자기의 발로 땅을 밟지 못하고 강한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벌을 받게 된다. 프란체스카를 진정 사랑하는 파울로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그녀를 붙들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하면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다.



The Kiss(1882)   출처 : musee-rodin.fr


필자의 경험처럼 아마도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되는 사람들은 이 조각 앞에서 일단 숨을 멈추게 될 것이다 마치 군대에서 사격할 때 ‘1단계 숨을 멈춘다’에 해당하는 긴장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약 30초 후 서서히 조각상을 한 바퀴 돌게 될 것이다.



The Kiss(1882) 출처 : musee-rodin.fr


이후 조각상의 부분 묘사를 유심히 보며 몇 군데 로댕의 천재적인 표현들(예를 들면 팔꿈치 아래 눌린 허벅지의 사실감 같은?)을 찬찬히 보게 된다. 그러나 정작 작품제목인 키스하는 정교한 묘사는 사실상 생략되어 있는 이 놀랍고 호흡을 멈추게 만드는 조각상을 3분 정도 보고 옆으로 지나치면서 자신이 이미 로댕의 팬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마 이 정도 입문이 된 분들이라면 이 키스의 주인공 여성이 ‘카미유 클로델’이라는 로댕의 모델과 조수였던 천재 조각가였다는 이야기에 관심이 생길 것이고 그에 관련된 16부작 드라마급의 풀 스토리를 알게 된다면 로댕의 예술 세계로 성덕하게 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로댕 박물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로댕 박물관 공식 유튜브 소개 영상




로댕 미술관 작품 해설 - 생각하는 사람, 지옥문 등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의 이야기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