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의031-645-9191

에덴 미디어

에세이
2024-05-21

노년의 뇌질환 예방할 수 있을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중인 우리나라는 매년 뇌혈관질환 환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뇌혈관질환의 전조 증상을 발견하는 방법과 첨단바이오의약품법: 첨생법을 소개합니다. 


장인어른을 에덴에 모시며

지난 4월에 저희 가족은 장인어른을 에덴낙원으로 모셨습니다. 장인어른은 고혈압과 당뇨라는 만성 질환이 있으셨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60대 중반에 뇌경색이 경미하게 왔고 그 후 알츠하이머 치매도 경미하게 앓게 되면서 말년을 건강하지 못하게 지내시다 소천하셨습니다.


아이러니하고 슬프게도 저는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그리고 척추가 아닌 뇌를 전공한 신경외과 전문의로 현재는 개인 클리닉에서 신경계 질환의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외래 진료를 보면서 장인어른과 유사한 환자분들도 치료를 하고 있는데 정작 장인어른께는 제가 하고 있는 치료조차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기에 장례 기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내 주변 내 가족의 신경계 문제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제 자신에 너무나 화가 났고 뒤늦은 후회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출처 : Gettyimagesbank ⓒJV_WONSUNG


피하고 싶은 노년기의 대표 질환


대한민국은 UN에서 정한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령화 사회를 넘어 수년 내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거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노인 인구의 비율이 급증하다 보니 당뇨, 고혈압, 암 환자 등 만성질환 환자 또한 함께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만성질환 중에서 누구나 피하고 싶고 내 가족만은 피해 갔으면 하는 질환이 바로 저희 장인어른께서 겪어야 했던 뇌혈관질환과 치매 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 두 질환은 인생의 말년을 슬프고 처참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온 가정의 행복에도 치명적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칼럼을 쓰는 이유는 이런 무서운 질병을 조기에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마땅한 치료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2월 개정된 ‘첨생법’이라는 의료법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출처 : Gettyimagesbank ⓒPikovit44


쉽게 지나치면 안되는 증상들

‘중풍’이라는 용어로도 쓰이는 뇌혈관질환은 크게 보면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뇌경색의 비율이 증가하게 되어 60세 이상에서는 뇌혈관 질환 중 뇌경색의 비율이 70~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러한 뇌혈관 질환은 갑자기 들이닥치는 경우가 많지만 질환 발병 전에 조짐이나 징후가 있는 경우가 흔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한 예로, 갑자기 신체의 특정 부분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한데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거나 한의원 가서 침이라도 맞고 지켜보자 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 뇌경색이 악화되면서 언어장애나 편마비 등의 후유증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됩니다.



출처 : Gettyimagesbank ⓒSinenkiy


뇌출혈의 경우는 대부분 극심한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비교적 빨리 응급실이라도 가게 되지만 감각이나 근력저하가 주 증상인 뇌경색의 경우는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초반에 제대로 검사나 치료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자신이나 가족 중에 갑자기 발생하는 안면이나 팔다리 근력 저하나 감각저하, 두통, 어지러움, 현기증, 시야장애, 삼킴 장애, 발음 장애 등의 증상이 있다면 그리고 이런 증상이 단기간 내에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뇌혈관 질환에 대해서 한 번쯤은 의심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고혈압이나 당뇨 또는 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큰 화를 막기 위해서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건망증으로 착각하기 쉬운 알츠하이머



출처 : Gettyimagesbank ⓒTarikVision


반면, 치매의 경우에는 뇌혈관 질환에 비해서 매우 서서히 발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물론, 치매도 종류에 따라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뇌경색이나 뇌출혈 후에 발생하는 혈관성치매가 있지만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에는 매우 서서히 5~10년 정도에 걸쳐서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건망증이 심해지는구나라고 간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경우는 이미 치매가 꽤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뇌혈관 질환에서처럼 치매의 경우에도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을 알면 조기 대처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기 힘든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공간능력저하(방향감각상실), 계산능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이상행동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치매는 환자 본인 보다 가족이나 지인 등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병원에 가보자고 설득을 해서 내원 후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 가족의 이런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신경외과 의사이면서도 장인어른의 이러한 문제에 설마라는 생각을 했던 제가 이런 글을 쓴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지만,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의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일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글을 적어 봅니다.


치료 불가능한 병인가?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경미하게 지나가거나 조기에 잘 대처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적인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치매의 경우에는 한 번 발생하면 악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치료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뇌혈관질환과 치매를 때로는 암보다 더 무섭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의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이 두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 것도 그 두려움을 배가 시키는 원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 오상신경외과 홈페이지


저는 7년 전부터 뇌혈관질환의 급성기나 초기에 줄기세포 시술을 해오면서 최소한 뇌혈관질환에서는 정답은 아니지만 대안은 될 수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치매의 경우에는 효과가 있는 경우가 희박한 것 같습니다. 이런 줄기세포 시술은 분명 좋은 치료일 수 있지만 현재의 의료법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이런 치료 행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저처럼 개인 병원을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어 저의 경험을 공유해 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5년 2월부터 시행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또는 첨생법) 하에서는 국내에서도 합법적으로 줄기세포의 배양 및 치료가 가능해져서 이런 두려움의 대상인 질환뿐만 아니라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불시에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끔찍한 질환인 뇌혈관질환과 치매의 전조 증상에 대해서 알려드렸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지만, 혹시나 나에게 혹은 내 주변에서 말씀드린 전조 증상이 있다면 한번쯤은 위의 내용을 상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민철 원장_오상신경외과 유튜브 보기


1. 스트레스가 병이 되어가는 과정


2.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오민철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석사. 현재 오상신경외과 대표원장, 연세오상병원 네트워크 자문의,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이다. 통합적 접근을 통한 다양한 치료 방법으로 원인 모를 통증이나 증상,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