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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이스라엘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⑦ 이스라엘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노년층이 중심이 되어가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고, 노년층의 삶은 이제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대다수의 노년층은 건강하고 지속적인 삶을 위한 관심이 많고 이 중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노인 인구의 지역사회 거주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중 약 5% 정도가 요양 시설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대다수의 노년층은 자신들이 살아오고 거주해 오던 커뮤니티와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머무는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거주 (Aging in Place)’를 추구한다.



출처 : Gettyimagesbank, ⓒFOTOGRAFIA INC.


왜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할까? 이들이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원하는 이유들을 살펴보면, 첫째, 익숙함과 편안함을 들 수 있다. 노년층은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끼고, 오랜 기간 살았던 집에서 나이 드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심리적 안정과 일상생활의 연속성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적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집에 머물면 이웃, 친구, 가족과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 없이 기존의 사회적 지지 체계를 계속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문화적 배경이 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가족중심의 문화이기 때문에 노년층이 가족과 가까이 지내거나 가족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과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을 선호한다. 



출처 : Gettyimagesbank, ⓒKatarzynaBialasiewicz


넷째, 노년층은 요양원에 입주하면 일상생활에 대한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에서 머무르는 것은 그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요양원에 가면 이제 다시 나올 수 없다, 거기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노년층의 요양원 입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노년층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가 단순히 노년층이 선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모습이라고 보기엔 다른 면이 중요하다. 이 현상이 가진 장점이 노년사회에 있어 중요하며, 노년사회에 대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노인학 저널인 The Gerontologist에서 Theorizing "Place" in Aging in Place라는 논문을 통해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 개념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하였다.



The Gerontologist에 실린 Theorizing "Place" in Aging in Place   출처 : academic.oup.com


여기서는 지역사회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사회는 크게 영역적으로, 관계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데, 영역적은 물리적 경계와 지역적 구조에 기반해 장소를 정의하는 관점으로, '공간'으로서의 장소에 초점을 맞춘다. 관계적인 관점은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 지역사회관계 및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장소를 이해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접근들을 통해 노년층이 장소를 어떠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노년층에 대한 정책수립과 지원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종국에는 노년층의 불평등의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부형들이 지역에 대해서 논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군이다. 그런데 노년층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커뮤니티 또한 그들이 받는 서비스, 지원 및 자원의 수준을 결정한다. 마치 학군과 같이 지역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년층이 겪는 건강, 사회적 지원, 경제적 자원의 불평등을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장소 개념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역적, 관계적 장소기반의 접근을 통한 노년층의 다양한 요구와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한 연구들이 실시되고 있다. 위와 같은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빠르게 증가하는 노년인구에 대한 대비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웁 사회정책연구센터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   출처 : taubcenter.org.il


이스라엘의 경우 2024년 4월에 발표한 이스라엘 타웁 사회정책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서 75세 이상 인구는 매년 평균 9,000명씩 증가하고 있고 기대수명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보면, 2018년에 약 18만 명의 노인인구가 국가보험을 통해 혜택을 받다가 이제는 34만 6,0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2040년에는 75세 이상 노인이 매년 2-3만 명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기대수명도 2000년대 남녀 합산 평균 79세였던데에 반해 2024년 현재는 남녀 합산 평균 83.5세로 크게 증가하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대수명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기에 노년층에 대한 연구는 더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위에서 제시한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거주에 대한 논의는 더욱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고, 여기에는 영역적, 관계적 장소기반을 고려한 정책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 가운데 꽤나 놀라운 아이디어를 실현한 이스라엘의 커뮤니티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프렌치 힐(French Hill)   출처 : Wikipedia


예루살렘의 감람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프렌치 힐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여기에 마소르티라는 이름의 회당이 존재한다. 이 회당은 라모트 시온(Ramot Zion)의 회원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바로 지역에 같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그룹, 즉 노년층 그룹이 함께 힘을 모아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을 조직하였다.


2019년 9월 예루살렘 일간지인 Jerusalem post의 기사로 소개된 이 사례를 살펴보면, 당시 73세였던 마이클 라하브는 “오랫동안 서로를 알아온 사람들, 뉴욕의 유대신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스라엘에 도착한 후 회당을 설립한 사람들까지도 있습니다. 이들은 회당에서 함께 성장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손주를 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이들은 양로원에 가는 것 대신 공동체 내에 함께 머물고 싶어 합니다.”라고 말하며 이 프로그램이 조직된 이유를 설명한다.


1971년 히브리대 교수인 리 레빈이 이스라엘로 이주하면서 함께 온 그의 아내인 미라 레빈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1970년대 예루살렘 프렌치힐에 정착하여 회당을 만들고 함께 학교도 건립하며 지역사회를 만들어갔다. 이제 이들 중 지역사회를 든든히 세우고 난 이후 노년세대가 되어 하나둘씩 요양원으로 가는 이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때 이들은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회당을 중심으로 멤버들을 만들고 요양원 대신 이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실제 요양원과 같은 활동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물리치료, 노인전문의와의 연결, 가족 주치의에 대한 권고를 포함한 연 1회의 신체검사를 시행하게 해 주고, 사교행사, 문화행사, 영화, 연극 및 콘서트를 보러 함께 가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받게 된다. 이들은 이런 일들을 해주는 전문 회사를 찾았고 거기에서 파견된 전문인력을 통해 관리받는다. 단순히 문화생활 등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이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요청을(택시 호출,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 병원 동행자 등을 구해주는 일들) 제공해 준다.



출처 : Congregation Ramot Zion 페이스북


이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공동체가 설립된 지 45년이 지나왔지만, 강의나 워크숍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들은 회당에서 진행해 왔고, 회당의 랍비도 이 프로그램에 적극 협조하여 지역사회에 이들이 머무는데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한다. 이 랍비는 지역에 새로운 세대의 젊은 가족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회당을 중심으로 매우 활동적인 지역사회의 기둥은 초기의 설립자들인 노년세대들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에서 최초로 시작된 공동 요양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여전히 발전되고 있다.


처음 시도된 이러한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이러한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발전한다면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는 결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나아가 우리도 이들과 같은 커뮤니티를 이룰 환경이 있다. 바로 교회 공동체가 바로 그렇다. 지역사회의 중심에 교회를 두고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실행해 나간다면 예루살렘의 커뮤니티보다 더 건강하고 좋은 노년세대 지역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노년세대의 지역거주가 자연스럽게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진정한 '코이노니아'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