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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믿음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곳, 에덴낙원



학계 뿐 아니라 방송과 강연을 통해서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있는 상담학의 권위자 권수영 교수는 에덴낙원의 초창기부터 운영이사로 함께해왔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권수영 교수는 직접 부모님과 조부모님, 형제들과 자신의 안식처를 이곳에 마련하고 자주 오가며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에덴낙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 에덴낙원 초기에, 호텔이 준공도 되기 전에 봉안당에 자리를 마련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숨을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지하 무덤에 들어가 숨었는데 그곳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바로 카타콤입니다. 그들은 숨어 들어간 그곳에서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장소가 무덤인 만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이라고 것을 늘 마음에 품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베드로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입니다. 유럽에 큰 교회를 가면 반드시 무덤이 함께 있습니다. 그 자리에는 초기 교회 지도자들, 성직자가 아니면 묻힐 수 없습니다. 에덴낙원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신기했습니다. 부활교회 아래 누구나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안식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장례문화의 시작이다 싶어서 바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2. 교수로 강연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데 이렇게 미리 안식처를 구입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전 부모님께서 오래 사실 줄 알았습니다. 결혼하고 유학 시절 아버님이 갑자기 편찮아지셔서 졸업식도 못 오게 되시고, 목사 안수를 받게 되었을 때도 직전에 중풍이 오셔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못 오게 되셨습니다. 

몇 년 후, 큰 딸의 백일 잔치 겸 목회 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 아버님을 미국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몸이 건강치는 않으셨지만 잘 챙겨 드리면서 6개월 간 함께 지내며 미국 곳곳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3주 만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개인적인 죄책감과 충격이 너무나 컸습니다.

더 큰 충격은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어디에 모셔야 되는데 아무런 사전 준비가 없었습니다. 일단은 미국식 장례를 하고, 당시만 해도 화장이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 어려운 과정을 거쳐 무조건 한국에 모셔왔는데 묘지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제 모 교회의 은퇴한 장로님께서 가족 묘지에 한 자리가 남아 아버님을 그쪽으로 모실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갑자기 남의 가족 묘지에 자리를 하게 된 거죠. 그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아버님 묘지를 잘 해드려야겠다 그리고 하나님이 언제 부르실지 모르는 일 인데 나처럼 내 자녀가 당황스럽지 않게 내 묘지를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에덴낙원을 만났고 아버님 안식처뿐만 아니라 제 안식처도 미리 이렇게 준비해서 이제는 자녀들한테 ‘너희들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다 해 놨어.’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자녀 분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지금은 다 성인이 됐지만 구입 당시에는 좀 어렸을 때라 “왜요, 벌써 돌아가시는 거 아니잖아요?”라며 의아해하고 아직 살아있는 아빠의 이름이 새겨진 자리를 보며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머님을 처음 모시고 와서 ‘아버님을 이쪽으로, 어머님은 아직 건강히 살아 계시니 나중에 같이 여기 모실 거예요.’라고 말씀드리니 너무 좋아 하시며, 벌써 오래전 모란공원에 모신 제 외조부, 외조모님도 여기에 안식처 하나를 하고 싶다고 넌지시 말씀하셨습니다. 제 외조부께서도 목회자이신데 손주들, 증손주들이 믿음의 뿌리를 한 자리에서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또 저까지 세상에 없으면 증손주들이 집안 조상들의 묘지를 찾고 돌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장인어른도 돌아가셔서 충남 지역에 이미 잘 모셨는데 장모님께서도 에덴낙원에 와 보시고 이장을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자녀들이 앞으로 에덴낙원에 오면 엄마 쪽, 아빠 쪽, 조부모님, 증조부모님까지 함께 두루두루 찾아뵙고 추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추모를 위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임종 후, 제 첫 국제 학술지 논문을 아버지를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동양과 서양의 장례 문화를 비교하는 주제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의 장례에 관한 전통과 문화가 잘 담긴 임권택 감독의 [축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서로 마음이 틀어지고 사이가 좋지 않던 가족들이 장례에 모여서 다시 화해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상의 죽음을 기억하며 제사로, 추모예배로 매년 모이는 것이 우리는 익숙하지만 서양에서는 가족들이 매년 기일을 기억하며 모이는 문화는 잘 없습니다.

부모님 또는 조상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치유적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정 뿐 아니라 요즘 세대는 가족들이 점점 여러 곳에 흩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데 가정 안에 장례가 있을 때, 추모 할 때는 멀리 살던 가족들도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최근 출간 된 책, 복잡하게 얽힌 마음속 시스템을 이해해 내 감정을 살리는 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오랜만에 모이니 반갑기도 하지만 그간 덮어 두었던 문제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제 주 전공이 가족 상담인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정말 회복될 것 같지 않은 가족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이 어떻게 회복 되느냐하면 가족은 내가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구나, 가족은 내가 이해해야 될 대상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가족들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서서히 치유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치유의 완성은 결국 내 존재의 기반이 가족에서부터 왔다는 것, 그리고 그 가족의 이전 가족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 내 생명 의 원천을 가족으로 여길 때부터 치유가 완성되기 시작하고 영글기 시작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또한 영적인 뿌리를 갖고 있기에 창조주 아래, 하늘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영적인 가족의 의미를 새길 수 있기에 이런 추모의 장소에 와서 가족의 뿌리, 신앙의 뿌리를 되짚어보며 내 든든한 존재 기반을 새롭게 인식 한다면 삶을 재충전하고 큰 힘을 얻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5. 본인의 마지막,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옛날 로마의 개선장군이 승리 후 돌아올 때 항상 맨 뒤에 포로로 잡은 노예들을 시켜 이렇게 외치게 했다고 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잘 아시다시피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인데 승리한 개선장군이 소위 제일 잘 나가는 그 순간, 왜 그 말을 듣고자 했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마지막에 있다, 나에게도 반드시 죽음이 있다.’라는 것을 인식할 때에 삶의 태도가 겸손해지고 오늘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 내일 죽음이 와도 만족할 수 있는 오늘을 살아야 되겠다고 다짐 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성공회 주교이신 교수님께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최선을 다해서 살게 해 주십시오. 하지만 집착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오늘은 죽기에 참 좋은 날입니다.’ 항상 이렇게 기도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하나님이 오늘 나를 부르셔도 오늘의 삶을 정말 충만하게 보내겠습니다.’라고 하는 다짐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이미 죽음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그런 기도를 할 수 있는 것 입니다.



6. 에덴낙원에는 자주 오시나요?

저는 여기가 명절 때, 기일 때만 오는 장소가 아닌 것 같아요. 가족 모임도 많고 학교나 학회의 정기 모임도 에덴낙원에서 갖습니다. 레스토랑의 식사도 카페도 모두 만족스럽습니다.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올 때마다 모시고 오는 모든 분들이 하나같이 한국에 이런 장소가 있었냐고 하시면서 깜짝 놀라시는 것 같아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그 시가 하나 있는데요. 이 시를 읽을 때면 에덴낙원이 떠오릅니다. 제가 한번 읽어 드려볼게요. 박노해 시인의 [영성의 진보]라고 하는 시 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낮과 밤이 한 쌍을 이루듯이 삶은 죽음을 등에 업고 달리고 있습니다. 삶의 본질을 놓치고 삶의 수단 만을 쫓을 때 죽음이 삶을 업고 달려갑니다. 한겨울 속에 이미 입춘이 들어가 있듯이 죽음은 삶이 다한 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삶 속에 들어앉아 숨 쉬며 자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늘 자기 안에 죽음과 인사하며 삶의 완성인 죽음을 예비해야 합니다. 죽음을 마주 보면 볼수록 그만큼 유한한 삶은 소중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늘 자기 안에 죽음과 인사하며 삶의 완성인 죽음을 예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마주 보면 볼수록 그만큼 유한한 삶은 소중해집니다. 우리가 죽음을 우리 삶 속에 이렇게 안고 산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울한 삶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7. 에덴낙원 이라이프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세미나와 강연을 비롯 진행하시는 TV 프로그램에서 에덴을 소개해 주시기도 하고 에덴이 가는 길을 함께 걷는 느낌입니다. 

에덴낙원 고령사회 아카데미인 이라이프아카데미가 주최한 김형석 박사님과 함께한 [100세 시대,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 것인가] 세미나, 작년에 있었던 곽선희 목사님과 함께한 [그리스도인의 나이 듦에 관하여]등을 함께 했고 jtbc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천 편 촬영 등 에덴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학교 박사 과정 선생님들과 함께 방문해 봉안당을 둘러본 뒤 세미나실에서 수업도 하고, 세모아에서 식사도 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미리 준비한 제 마지막 자리도 자랑스럽게 보여줄 생각입니다. 

jtbc 바람이 불어오는 곳/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치유의 공간, 에덴낙원



세바시 소통과 공감을 잘 하려면 ‘에포케’를 기억하세요 | 권수영 교수



권수영 교수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종교와 심리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부부·가족상담학회,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등 여러 상담 관련 단체의 회장을 역임, 현재 국내 대표적인 상담연합기구인 한국상담진흥협회의 이사장을 맡고있으며, CBS〈세바시, tvN<어쩌다 어른〉 등 방송 프로그램과 강연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