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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예술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미술관

월리스 컬랙션 (The Wallace Collection)



영국 런던에 있는 이 미술관은 18세기 프랑스 양식의 저택에 자리하고 있다. 영국 최고의 왕실 무기 및 갑옷 컬렉션부터 18-19세기 회화, 조각 작품과 고풍스러운 가구와 장식품들이 풍부해 유럽 문화의 정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런던의 월리스 컬렉션(The Wallace Collection)을 소개한다.



런던은 정말 미술관이 다양한 사이즈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 곳이다. 적어도 한 달 정도 머물면서 하루에 한 군데씩 방문해도 다 다니기 힘들 것이다. 오늘 주인공 월리스 컬랙션은 그중에도 압권, 엄지 척을 계속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멋진 미술관이다.



월리스 컬렉션   출처 : ceeh.es


영국의 거대한 국립 미술관들이 무료로 입장을 허용하며 기부금을 선택할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규모의 사립 미술관들은 비싼 입장료를 받는 게 당연시되는데 이곳은 무료로 관객들에게 멋진 작품들(그리고 휘황찬란한 저택의 내부까지)을 공개하고 있으니 그게 더 놀라웠다.



Wallace Collection Great Gallery   출처 : Wikimedia


영국 하트포드(영국과 미국에 같은 이름의 도시들이 무척 많다) 후작의 저택이 현재 월리스 컬랙션 건물이다. 그의 고급스러운 컬랙션과 그의 후손인 리처드 월리스경이 열정적으로 수집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하여 1900년에 개관한 미술관이다. 이곳 소장품(물론 전시 작품 숫자는 그 보다 적지만)이 무려 5500점이나 된다. 그러니 ‘작지만 아름다운’이라는 우리의 명제에 과연 포함시켜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4대 하트포드 후작(왼쪽)과 리처드 월리스(오른쪽)   출처 : wallacecollection.org


필자에게 이곳은 로코코의 마지막 화가 프라고나르의 대표작 ‘그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수아 부쉐의 작품들 중 ‘마담 퐁파두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레브란트의 자화상과 그의 아들 티투스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 있고 루벤스의 초대형 작품들은 볼 수 없지만 중, 소형 작품들은 꽤 많이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프란스 할스의 '웃고 있는 기사', 윌리암 터너의 초기 작품들 등 기대하지 않았던 대가들의 비싼 작품들을 계속 만나게 된다.


이곳을 소개하려면 로코코 미술사조에 대한 약간의 선행 학습이 필요할 것 같다. 바로크와 로코코는 항상 같이 비교하며 설명되는데, 로코코는 18세기 초·중반 바로크의 웅장하고 호화로우며 역사성을 띤 작품(건축포함)들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된 양식으로 귀족들의 쾌락적이며 섬세하고 관능적인 면이 강조되는 경향을 말한다. 로코코는 후기 바로크라고도 불리지만 바로크와 분명 구분이 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바로크 시대 대표 건축물 베르사유 궁전(위)과 로코코 시대 대표 건축물 상수시 궁전(아래)   출처 : Wikipedia


로코코도 긴 시간 이어가지 못하고 계몽주의와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발흥에 쓸쓸히 뒷방으로 물러나는데 로코코의 대표 작가들로는 앙투안 와토, 프랑수와 부쉐,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티에폴로 등을 들 수 있다. 웰리스 미술관은 어떤 의미에선 로코코 사조를 좋아하는 애호가에게는 보물섬 같은 곳이다. 특히 프라고나르를 사랑하는 분들에겐.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Jean-Honoré Fragonard) "The Swing"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자화상(1800-1806)   출처 : collections.louvre.fr


부쉐와 샤르댕에게서 사사한 프라고나르는 당시 프랑스에서 활약하는 모든 화가들의 최종 목표였던 로마상을 20세 때 수상하게 된다. 이것은 바로 유명 화가 대열로 바로 들어서는 입장티켓을 발부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1년간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서 거장들의 그림을 직접 보고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아카데미 프랑스에서 큰 신뢰를 얻고 후원을 받았지만 그들과는 미술에 관한 해석을 공유하기 어려워(싫어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프랑스에서 그가 주로 교류하게 된 후원자들은 귀족들인데 특히 프랑스 왕가를 쥐락펴락하던 마담 퐁파두르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부유한 귀족들의 최고 선호화가로 등극한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혁명으로 세상이 뒤바뀌고 그의 고객들이 하나둘씩 단두대에서 사라지고 나니 급격히 일감이 떨어진다. 말년에는 아주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 힘들어하다 사망하게 된다.


프랑스의 줄리앙 남작의 의뢰로 그려진 ‘그네’라는 작품에는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는데 얼핏 사정을 모르고 작품을 바라보면 나이 많은 귀족이 자신의 정부를 그네를 태워 밀어주는데 정부는 저 멀리 숨어 있는 자신의 숨겨진 젊은 연인에게 신발 한 짝을 날리며 치마 속 모습을 살짝 보여주는 그림으로 읽힌다.



The Swing, 1767-1768   출처 : wallacecollection.org


그러나 정작 이 그림의 의뢰자 남작은 화가에게 그네를 타는 여자의 다리 쪽에 남작을 그려 넣고 다리사이를 바라보도록 표현하고 여인의 그네는 주교가 밀도록 할 것… 참 이상한 취향의 사람임에 분명하다. 결국 주교는 흐릿하게 늙은 사람 정도로만 묘사되었고 그네를 타는 여인의 다리 속을 바라보는 남작의 표정은 기쁘고 흥분된 감정에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보인다.


뭐 이런 기묘한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할까 의아하지만 당시 귀족들은 이런 불륜, 일탈, 정오의 잠깐 바람피우기 등 주문하는 그림 주제가 남녀 상열지사에 주로 몰두하고 있었다고 한다. 로코코의 매력과 방향성을 아주 충분히 알 수 있는 대표적 작품이 바로 ‘그네’이다.



렘브란트(Rembrandt) "Titus, the Artist's Son"



월리스 컬렉션에 전시되어 있는 렘브란트의 자화상(1637)   출처 : wallacecollection.org


렘브란트는 자신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화가이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는 대개 한 장 혹은 두 장씩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유하고 있다. 약 30점이 넘는 자화상들이 존재한다. 대부분 화가들은 자화상을 그리며 자신의 그림을 연마하기도 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델을 구하기 힘들 때 그리기도 했지만 렘브란트는 자신의 화가 커리어 시작부터 말년까지 꾸준히 자화상을 그리며 마치 자서전을 써나가듯이 기록해 두었다.



Titus, the Artist's Son, 1657   출처 : wallacecollection.org


특히 전성기 그는 수많은 주문 의뢰 속에 모델을 구할 비용을 아꼈으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자화상이 아닌 초상화들도 많이 그렸는데 특히 자기 식구들을 모델로 즐겨 그렸다. 25살에 만나 결혼했던 부인 사스키아의 초상화, 말년에 자신을 돌보아주고 집안 일과 화가의 매니저 역할, 그림 판매까지 도와주었던 헨드리케, 사스키아와 3명의 자녀가 줄이어 사망하고 마지막에 갖게 된 아들 티투스의 초상화도 약 10여 점이 된다. 특히 유일하게 생존했던 티투스마저 사망하자 더 이상의 삶의 희망이 없어진 렘브란트는 바로 1년 뒤 사망한다. 이곳 미술관에는 티투스뿐 아니라 렘브란트 말년의 자화상도 한 점 전시되고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하고도 품위 있는 실내 장식과 로코코 거장들의 작품들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실내 중정의 카페일 수도 있고 필자에게는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입장해서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고물가로 며칠 지내기도 힘든 런던에서 이런 호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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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