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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⑤ 노인을 대하는 가족과 국가 간의 관계(사회정책)
전 세계는 점점 노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스라엘도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예외가 아니다. 이 사회는 젊은 사회에서 점점 노화되어가는 중이다. 수십 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나라는 경제, 고용, 건강, 여가, 사회 서비스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사회정책 수립과 설계에 직면하고 있다. 점점 노령화되어가는 사회에 대한 책임은 노인 스스로 질 수 없고, 노인의 가족만이 질 수도 없다. 그리고 국가가 그들의 기본적인 의무로서 시민들의 노후를 전적으로 보장하기엔 부담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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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사회정책 수립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아마도 가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의 규모가 줄어든 요즘 사회에서 현대화가 되어갈수록 세대 간 관계가 소원해지고 노년층이 고립되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심은 가족들의 돌봄과 지원이 노인 돌봄의 핵심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연구에 의하면 이스라엘도 여전히 80~90%의 노인들이 가족의 내외부적 돌봄을 받고 있다고 보고된다. 결국 가족들의 도움은 감정적, 심리적,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실질적인 부분인 의료적, 간호적 도움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가족들이 일방적으로 그들의 노인 부모를 돌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노인 부모로부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노인 부모로부터의 돌봄과 사랑도 가족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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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스라엘은 이런 가족적 가치를 어떻게 사회정책을 통해 실현하고 있을까? 먼저 이스라엘의 삶 전통의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성경에서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의무를 강조한다. 이 의무는 후에 현대 유대 법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 출애굽기 20장 12절
위 계명은 다른 대부분의 계명과 달리 이 세상에서의 명확한 보상을 이야기한다. 그 밖의 성경 구절들(출애굽기 21:15,17 / 신명기 21:18-21)은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 부모에 대한 존경을 훼손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이며, 그 판결은 사형이라는 것이다. 성경은 부모에 대한 존경에 매우 높은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바빌로니안 탈무드의 키두신 30:72에는 부모님을 존경하는 것과 하나님을 존경하는 것을 동일시하고, 예루살렘 탈무드의 페아 81:1에서 랍비 시몬 바르 요카이는 “부모에 대한 존경이 크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자신에 대한 존경보다 우선시했다.”라고까지 말한다. 이 밖에도 탈무드에서는 부모를 공경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성경과 탈무드는 부모를 공경하는 일이 하나님을 공경하는 일과 같다고 말하며 사회적 도덕적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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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전통적인 유대 법은 세대 간의 관계에서 자녀 세대가 심리적, 경제적 수준에서 모두 부모 세대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며 강제적인 종교적 의무로 사회정책을 설정한다. 결국 유대교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적 중요성은 가족에 있고, 가족을 구성하는 일에서 부모에 대한 공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스라엘 국가 초기에 사회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책임과 가족적 책임의 조합을 통한 복지 정책이 수립되었다. 당시 사회복지부 차관이었던 J. S. 로젠버그는 이 법을 지지하면서 명시적으로 유대 법에 의존하였다.
1958-59년에 걸쳐 이러한 복지 서비스법이 완성되었다. 유대적 가치가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법을 살펴보면 가족을 부양하고 난 이후 여유가 있다면 추가적인 가족 구성원에게 생계비를 지불하고, 생계비를 받는 가족은 자신을 부양할 수 없는 상태여야 한다. 재산이나 저축이 있는 노부모는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모두 소진하기 전에는 자녀에게 생계비를 요구할 수 없다. 또한 이 법은 일정한 판단력과 유연성을 부여해서 오랜 시간 동안 부모에게서 받은 돌봄과 지원을 고려하여 노인 부모에게 생계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생계비와 관련된 법적 다툼이 있을 때 법원의 경향은 이러한 규정을 지지하고 그 안에 내재한 유대적 가치를 인정하는 쪽에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렇게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왜냐하면 고령이나 병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많은 노인이 성인 자녀에게 청구하는 것을 꺼리고,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이 법을 활용해서 생계비를 대신 청구해주거나 방치된 노인들을 이 법을 통해 구제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집행에 실제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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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스라엘은 법정의무에 근거한 돌봄이 아닌 국가와 가족 간 협력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쪽으로 사회정책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1. 간호보험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며, 가족이 노인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부담을 줄이게 해준다.
2. 외국 노동자와 간병인은 노인들의 보살핌과 지원을 위해 근무하며, 이는 가족 구성원들이 직접 보살핌을 제공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3. 주간 돌봄 센터, 긴급호출 시스템 및 의료서비스 지원 시스템을 갖춘다. 이 서비스는 가족과 노인이 부담하지만,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
4. 퇴직금 보상법을 통해 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직하지 않고 가족 구성원을 돌보기 위해 사직하는 경우 퇴직금을 보상해 주기도 한다.
5. 부모의 질병으로 인해 결근하는 경우 병가비를 국가가 일정 지급하는 법이다.
6. 소득세법과 세금 혜택은 노인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특정 의료 비용을 공제하거나, 노인을 돌보는데 필요한 다른 비용에 대한 세금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여전히 이러한 법에도 현실 사이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가족 단위의 중요성과 자녀들이 부모에게 제공하는 사랑, 지지, 존경이 노년기의 생활 질과 수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이스라엘은 이 분야에서 명확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기묘계추화산양로연도(己卯季秋花山養老宴圖) - 작자미상' 이미지 출처 : 한국국학진흥원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며 예의를 중시해왔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1394년 국립경로당인 기사를 만들었고 문신과 무신을 가리지 않고 70세 내외의 정2품 이상 관료 출신들을 예우했다. 또한 양로연 제도가 있어서 노인을 우대하여 베푸는 잔치를 열었다. 귀천을 따지지 않고 베풀었고 국상이나 흉년을 제외하고는 늘 열렸다. 왕과 왕비가 주관하는 양로연에 노비들도 초대되었고, 모든 노인이 자리 잡을 때까지 왕과 왕비가 용상에 앉지 않고 서서 기다리며 노인들을 공경했다.
이러한 노인공경의 역사가 깊은 우리나라도 역사적, 도덕적 전통을 이해하고 사회정책을 펼쳐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핵가족화를 넘어서 독신화로, 비친족 가구원이 100만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노인을 대하는 이스라엘의 사회정책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