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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2023-12-10

의사와 노인환자, 그리고 가족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④ 의사와 노인환자, 그리고 가족


스라엘은 노인들의 대부분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볼 때,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가족과 연결되어 그들의 주변에 함께 거주하거나, 자주 왕래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노년 친구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이들과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미지 출처 : MARC ISRAEL SELLEM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많은 프로그램들에 참여함으로 같은 나이대의 노년층과도 활발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의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들의 정신적 안정감과 더불어 건강의 수준이 그들의 행복과 안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의사, 가족, 그리고 노인 환자들이 가지는 특별한 관계성에 주목하면 좋겠다.


지역사회에서 노년 세대가 단절되는 주요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65세 이상의 거주 비율을 살펴보면 요양원에 거주하는 인구가 매우 적고 지역사회에 대략 95%가 거주한다. 85세 이상이 되면 요양원과 같은 기관에서 장기 체류를 위해 머무는 경우가 20%로 상승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수의 노년 인구는 지역사회에 자립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stock.adobe.com by De Visu


그래서 지역사회에 노년 세대에 중요한 이슈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가족, 의료 및 사회 서비스 분야이고, 이 분야가 얼마나 잘 세팅되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지역사회에서의 노년 세대의 단절 여부가 결정된다. 특별히 노년 세대의 경우 신체적인 노화에서도 청력 및 시력의 상실이 큰데, 이 부분은 보청기와 백내장 수술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기도 하지만 완벽히 해결해 줄 수 있지 못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유병률도 이스라엘은 4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은 비율로 나타나며 이것은 시력과 청각 문제보다 더 큰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노년층이 지역사회, 가족, 친척들로부터 점점 더 단절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erfect Caregiver and Language Training Center facebook


무엇보다 이스라엘에서만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는 언어에 따른 소통의 문제이다. 노년 인구의 15% 미만만이 이스라엘 본토 출신이다. 대다수의 노년 인구는 해외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인데, 특히 구소련 지역에서 이주해 온 노년 인구는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이스라엘 사회의 관심에서 먼 사회적 위치에 놓여있다. 이들은 이민자의 삶을 살면서 연금을 모으지 못하고 저축도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아서 이들의 상당수가 빈곤하거나 그에 가까운 처지에 놓여있다.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이들은 간병인과의 언어적 문제와 의료 네트워크에서도 소외되곤 한다.



이미지 출처 : getty images


의료분야에 있어 노년 세대에 주목되는 분야는 ‘노년내과’ 분야이다. 임상적으로 어린이가 성인이 아니라는 인식에 오랜 시간이 걸렸듯이 노년 세대의 특별한 필요를 인식하고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의학 분야에서 전문화와 첨단 기술의 발전은 이루어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신의 특별한 노년 상황을 알고 있는 의사들을 만나기 원하고 이에 따른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한 내과학회에 따르면 노인병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하여 노년내과 위원회를 설립하여 해마다 노인병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회원들의 이해를 돕고 있고, 2018년부터 노년내과 인증의 자격 인정증을 발급하여 노인병 교육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4개 의과대학 모두 노인학 과정을 제공하고 있어 어느 정도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보건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노력들로 인해 수십 명의 노인의학 분야의 전문의를 양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수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노인의학 분야는 일반적인 진료와는 다른 특징들을 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를 이해하고 대처할 의료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이스라엘 지역사회의 노인들을 돌보는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지 출처 : legalimmigrationisrael.com by Joshua Pex


가족들의 역할은 이스라엘 내에서 가족의 형태 변화로 인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 간의 유대는 강력하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독립 이후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이스라엘의 많은 노력들이 있었고, 여기에는 가족의 유대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한 유대감과는 달리 사회의 변화로 인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비율의 증가와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사는 비율들이 높아지면서 부양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는 간호 보호법의 틀 안에서 예산을 늘려 간병인 제도를 더욱 확대하고 장기 요양 시설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노년 세대의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노인, 의사, 가족 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책임감, 커뮤니케이션, 전문적인 지식이 함께 동반되어 이루어져야 이상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인다. 모두가 적극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잘 숙지해야 하는데, 의사의 경우 적절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명확한 설명, 관련 자료 제공 등을 통해 가족과 노인이 모두 지식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


가족은 부모에 대한 존경을 가지고 의사와 노인 간 소통의 대리자, 전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노인 환자 또한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전달함으로써 빠른 조치가 가능케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계획, 의사소통, 헌신이 필요하며 결국 가족의 중간자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가족은 노년 세대에 대해 깊은 존경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부모 세대를 돌봐야 하며, 각 가족들의 노력은 지역사회 내 세대 간 갈등이 더 줄어들게 할 뿐만 아니라 노년 세대의 건강한 지역사회 정착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 myjewishlearning.com


베레쉬트 라바 파라샷 바예히 97(בראשית רבה כי"ו פרשת ויחי פרשה צז)에는 노년 세대에 대한 랍비 유다의 글이 등장한다.


랍비 시몬의 아들 랍비 유다가 말했다: 아브라함은 노화를 요구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우주의 주인이시여, 아버지와 아들이 한 장소에 들어가면 누구를 더 공경해야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당신이 아버지에게 노화로 관을 씌워 주시면 누구를 더 공경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거룩하신 분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너의 삶에서! 너는 좋은 일을 구했고 나는 너로부터 그것을 시작하겠다."

라고 하셨다.


책의 시작부터 이 시점까지는 노화가 기록되지 않았었다.

아브라함은 일어났고 이제 노화가 그에게 주어졌다.

아브라함은 늙고 연륜이 많았다.


여기서는 노년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브라함과 이삭을 비롯해 닮은 꼴이었던 아버지와 아들은 실제로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다고 말한다. 즉, 인간의 신체 발달은 특정 시점에서 멈췄고 더 이상 늙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화가 없으니 시간의 흐름이나 인생의 경험, 세대 차이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없었고, 이에 아브라함은 간단하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요청을 하게 된다.


아브라함은 나이에 따른 존경을 원했다. 그는 존경, 지위, 위계에 대해 요청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나이가 든 사람은 존경을 받을 뿐 아니라 지위와 명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아브라함의 노화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노년 세대의 삶은 그저 늙어감이 아닌 삶이라는 유대인의 전통적 인식을 이 짧은 글을 통해 잘 알게 된다.



이미지 출처 : behbehanicare.com


노인은 보살핌을 받기만 해야 하는 존재로 동등한 위치가 아닌 관계로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인 환자와 함께 한다는 것은 단지 그런 관계가 아님을 항상 기억하고, 충분히 존경받는 위치에서 의사, 노인 환자, 그리고 가족 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로 나아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