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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읽기 #13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이민자들의 자녀가 겪는 정체성, 그리고 자신의 성장에 관한 충돌의 문제를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그래픽,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담아낸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살펴본다.
‘엘리멘탈’은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이 연출을 맡아 제작한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올해 여름 개봉하여 우리나라에서만 700만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으며, 제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공식 초청되었다.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시공간적 배경은 4원소설을 모티브로 한 ‘엘리멘트 시티’로, 이곳에는 불, 물, 공기, 공기 4개의 원소를 의인화한 종족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야기는 ‘엘리멘트 시티’로 이주한 불 종족 부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엘리멘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작은 식료품 상점을 시작한 부부는 조금씩 가난과 차별을 극복하고 도시에 자리 잡는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바로 주인공 앰버로, 이제 성인이 된 앰버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상점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열정 넘치고 적극적인 성격이지만, 돌발 상황이 생기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단점 때문에, 앰버는 아버지 대신 상점 경영을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실 위험으로 아버지의 상점이 폐점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앰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난 물 종족인 시청 소속 조사관 웨이드와 함께 동분서주한다. 이 과정에서, 앰버와 웨이드는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엘리멘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로맨스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하는 과정이 어려울수록 더 고귀해 보인다. 물과 불은 서로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원소이다. 앰버와 웨이드의 관계는 현실 세계의 인종 갈등에 대한 은유이다.
성격 면에서도 두 사람은 극과 극이다. 앰버는 열정이 넘치는 성격이지만, 동시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반면, 웨이드는 감정적인 공유를 잘하며,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빠른 사려 깊은 성격이다.
앰버는 웨이드를 만나면서 조금씩 웨이드가 가진 장점을 받아들인다. 불과 물이기에 서로의 소멸을 각오하고 손을 맞잡는 장면은 두 사람의 결심이 오롯이 담겨 있어 그 자체로 아름답다.
[엘리멘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엘리멘탈’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것은 두 남녀의 단순한 로맨스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며 한 단계 성장하는 서사로 매끄럽게 이어지게 만든 점 때문이다. 앰버에게 최초로 주어졌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앰버는 과연 가업을 승계하여 잘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엘리멘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앰버는 이 목표를 이루는 것에 실패한다. 웨이드는 앰버에게 다른 재능(지니고 있는 불의 능력을 이용한 유리 공예)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앰버는 그제야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 아님을 깨닫는다. 또한, 쉽게 분노하는 불안정한 자신의 심리 상태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왔음을 깨닫고 자신이 찾은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앰버와 그녀의 가족의 서사는 미국에 이주한 이민자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에 대한 비유이다. 이민 1세대가 겪는 가난과 차별, 그로 인한 타 인종에 대한 배척과 동일 민족 간의 혼인 강요, 2세대가 겪는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 등이 그것이다. 엘리멘탈에서는 앰버가 겪는 좌절과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린다. 우리의 인생에서 흔히 그러하듯이, 실패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엘리멘탈]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가 개봉한 나라 중, 유독 한국에서 인구 대비 훨씬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고 한다. 다양한 OTT를 통해, 픽사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과 따뜻한 로맨스뿐만 아니라,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삶에 대한 묘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 등을 느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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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OST] Lauv – Steal The Show
김경모 작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다.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했다. EBS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스테리야’의 스토리를 집필했으며, 현재 제주에 머물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