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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가족 구성2

이스라엘에서 배운 지혜의 유산


③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가족 구성2


홀로코스트를 겪은 이스라엘 노년 세대가 가정을 이루는 모습들은 현대사회의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담겨있다. 홀로코스트 이후 이스라엘에 정착한 생존자들에게 보이는 가장 시급했던 사회적, 국가적 지원은 가족의 성립이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가족을 잃고 수 년 간의 고통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았던 이들에게 필요한 일은 가족이 줄 수 있는 전적 지지와 따뜻한 인간적 사랑이었고, 가족을 새롭게 형성한다는 것이야말로 이스라엘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급한 부분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주로 홀로코스트 경험을 겪었던 공통사가 있는 생존자들끼리의 만남이 주를 이루었고 이들은 부부 사이의 깊은 상호 이해를 가능케 해주었다. 하지만 급하게 구성된 가족의 개념에 있어 깊은 친분을 쌓고 결혼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기능적인 면이 충족된 경우가 많아 생존자들이 겪는 지속적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결혼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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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가정들 내에서 실제로 이러한 트라우마가 발현될 경우 자녀 세대까지 그 고통이 전달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이스라엘의 가정들은 부모 세대가 가진 무거운 정신적 부담과 고통에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고 자녀들 또한 건강하게 잘 자랐다. 하지만 부모가 가진 끝나지 않는 고통으로 인해 자라나면서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려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개인적 경험의 문제에 몰두한 생 존자들은 양육에 있어 자녀의 곤경에 반응하고 도와야 하는 상황에 돕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 반면에 그들이 경험한 고통을 자녀 세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강한 일념으로 자녀를 키워내는 가정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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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녀들이 즐거운 삶을 누리길 원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고통에 분노하고 포기하기보다 더 열심히 살며 자녀들을 행복하게 키워내는 일에 집중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끔찍한 고통을 마음에 담은 채, 감정을 추스르며 자녀들을 키워낸다.

위와 같은 모순적 두 측면이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가족들에게 보이는 모습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첫 몇 년 간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을 나누는 일에 주저함이 있는 분위기였다. 사회 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분위기에서 그들이 겪은 추방과 고통의 역사의 이미지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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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들은 이들의 경험을 숨기고 살았다. 혹여 홀로코스트 기간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었던 형제나 친척들이 있다면 생존자들은 가족들과 그들의 형제들에게 끔직한 경험을 나누기를 주저하고 꺼려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후에 자녀 세대들에게도 공개하기 꺼려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생존자들의 가족들에게 침묵의 장벽을 만들어 부모 세대는 말하기를 꺼려하고, 자녀 세대는 듣기를 꺼려하면서 가족이 유지되었다.

이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노년기를 지나 극노년기에 접어들었고, 여전히 자녀세대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생존자들의 자녀들은 그들의 부모를 헌신적이고 지속적으로 돌보며 살아간다. 생존자인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측은지심은 이들의 돌봄의 원동력이 된다. 생존자인 부모 세대가 겪은 상실의 고통이 있기에 자녀들은 쉽게 부모들을 양로원으로 모시지 못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돌보게 된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일은 생존자 부모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를 경험케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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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일반 유대인들과는 달리 생존자 부모들은 거의 맨몸으로 이스라엘에 건너와 정착했기 때문에 기존에 거주하던 유대인들과는 삶에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직업적, 사회적 지위가 낮고, 재정적 결핍이 있고, 외롭고, 치매에 더 높은 확률로 노출되어 있으며 타인에게 의존적이다.

그래서 일반 유대인 가정에 비해 홀로코스트 생존자 부모는 자녀 세대에 더욱 높은 의존성을 보인다. 생존자 조부모와 손자들과의 관계에서 바라보면, 손자들은 홀로코스트를 경험하지 않았고 부모 세대로부터, 학교로부터 들어왔던 세대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회적 분위기도 숨기던 분위기에서 이제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고, 추모의 날도 생겼다. 거기다가 생존자들의 정보가 영구 보존되어 기록되고, 이들이 고통 당했던 수용소들은 손자 세대가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고, 홀로코스트는 국가적 아젠다로서 중요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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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세대는 부모 세대가 생존자인 조부모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긴장 관계를 겪지 않고 개방적인 관계를 자유롭게 형성하여 조부모의 마음 을 열고 침묵의 벽을 깨뜨리기도 한다. 게다가 손자 세대는 이제 이들의 힘들고 고통 받은 과거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할 마지막 연결 고리가 된다. 미래에는 직접적으로 생존 자들의 경험을 들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기에 이들의 어깨에는 가족의 역사를 미래로 이 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세대 간 현상들로 인해 생존자들과 그 자녀, 그리고 손주 세대까지 자주 보고 만나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스라엘은 형성되어 있다.

3세대가 근처에 거주하며 자주 만나고 아픈 과거의 경험을 담담하게 나누며 살아간다. 트라우마가 가득한 경험을 나누기도 하지만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겪었던 고난의 극복과 하나님의 이끄심을 나누기도 한다. 유월절에 만 찬을 나누며 모세를 통해 출애굽의 구원을 이끄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초막절에 초막을 지으며 광야 생활동안 이들을 안전하게 지키시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나눈다. 성경 이야기가 그들이 평생 기억하며 전해야 할 그들의 역사이자 삶이라면, 홀로코스트의 기억과 경험 또한 이들이 기억하고 전해야 할 유대인들의 역사의 한 조각이다.
무엇보다 생존이 중요한 유대인들의 삶의 가치에 있어 조상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지혜가 된다.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면 이런 문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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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fulness leads to exile, while rememberance is the secret of Redemption” 

“망각은 추방으로 이끈다. 하지만 기억은 구원의 비밀이다.”

세대에 걸쳐 기억하는 일, 유대인들이 잘해오고 잘 하는 일이다. 3대가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며 이들은 기억하고, 전한다. 현대사회에서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 중심에는 세대를 돌보는 책임감과 이들의 기억을 듣고 전해야 하는 다음 세대의 책임감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우리는 가족끼리 경험을 나누고 있을까?

물질적 가치는 사라질 것들이지만, 노년 세대의 삶의 경험의 전달은 가족을 유지하고 삶을 더 지혜롭게 살아갈 가치가 된다. 우리도 역사적 아픔의 경험이 트라우마로만 남겨진 것이라 여기지 말고 다음 세대 에 적극적으로 나누고 기억하게 하자. 이는 가족과 사회가 함께 살아가고 나아가는 공통 분모가 될 것이다.

이범수 지역전문가

2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성서학과를 졸업하고 Bar ilan University에서 이스라엘 학을 전공하였다. 주이 한국 대사관과 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에 근무하며 지역 전반에 걸친 현안들을 경험하였고 현재 이스라엘 성서, 역사, 지리, 문화, 언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