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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미국 최초의 현대 미술관

⑬필립스 컬렉션(Phillips Collection)


1921년 문을 연 필립스 컬렉션은 미국 최초의 현대 미술관이다. 계속 늘어나는 갤러리들을 위해 2006년 증축을 마치고 더 넓은 공간에서 많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 미술 연구 센터까지 운영하며 계속해서 미국의 현대 미술을 위해 고민하는 곳을 만나보자. 


던컨 필립스가 평생 모든 작품들


미국 정치의 중심지이며 스파이 영화나 미드 첫 장면에 여지없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워싱턴 DC에는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술 애호가들이 무척 많이 몰려든다. 그들은 대부분 내셔널 몰에서 만나게 된다. 이 내쇼널 몰(National Mall)은 쇼핑몰이 아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다양한 미술관, 문화 기관과 다양한 기념물을 포함한 링컨 박물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직선 연장 거리 2km를 말한다. 



1600 21번가 NW워싱턴 D.C.에 자리한 Phillips Collection    출처 : 위키피디아


그곳 내셔널 몰을 빠져나와 백악관을 끼고 북서쪽으로 20분 정도 차로 올라가면 듀퐁 서클에 도착한다. 붉은색 3층 벽돌 건물로 별로 미술관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자그마한 간판에 이름이 쓰여 있다. 바로 이곳이 던컨 필립스(Duncan Phillips)라는 사람이 평생 수집 소장한 작품들을 일반에게 개방한 ‘필립스 컬렉션’이다.



1922년의 던컨 필립스와 아내 마조리 필립스의 모습       출처 : phillipscollection.org


그는 스페인 독감과 사고로 부모님과 자식을 약 1년여 동안 차례로 다 잃었다. 그 상실감에 미술에만 전념하고 미술품 수집가 및 평론가로 평생을 살게 되었다. 필립스 컬렉션은 현재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약 3000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 미술관을 모두 관람하는데 1시간 정도면 충분할 규모의 우아한 미술관이다.


현대 미술을 미국에 소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


이곳은 미국 최초 현대 미술관이라고도 불린다. 워싱턴의 거대한 미술관들과 규모는 비교하기 힘든 소규모 하우스의 개인 미술관이지만 소장 작품들의 튼실함은 다시 한번 방문토록 만드는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1931년 필립스 컬렉션의 현관 모습   출처 : phillipscollection.org


이 미술관은 워싱턴의 고위 정치가들이나 새로 부임해오는 외국 대사들의 환영 만찬, 고위직 경영인들의 은퇴 파티 등을 위해 임대 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얼마나 고급스러울지 상상으로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이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은 각국의 대사관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듀퐁 서클이란 곳인데 이 주변은 게이들이 많이 운집하고 비즈니스 및 행사를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르누아르 선상의 점심 식사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1880-1881)   출처 :  phillipscollection.org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는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이다. 전 세계 어느 미술관에 가도 거의 한 점 이상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그의 작품은 항상 따뜻하고 인생의 기쁨을 느끼도록 인도해준다. 이 미술관의 가장 중요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은 르누아르의 선상의 점심 식사(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이다.


필자는 이 그림과 오르세의 물랭 들라 걀레트(La Moulin de la Gallete: 1881년)를 한동안 구별하지 못했고 소장한 미술관들도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특히 두 개의 작품 모두 1000피스 퍼즐로까지 완성시켜 보았는데도 자꾸 혼동하였던 이유를 알 수가 없다.



Dance at Le Moulin de la Galette, Renoir    출처 : 위키피디아 


두 개 그림이 색 톤도 다르고 배경도 야외와 선상(선상도 야외이긴 하지만)이며 전시 장소도 파리의 오르세와 워싱턴 DC 필립스 컬렉션으로 확실히 다른 작품인데도 필자가 받았던 느낌이 너무 유사해서 수많은 강의에서도 서로 틀리게 설명하고 머릿속에서 완전히 엉켜있었던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르누아르가 현장에서 오래 지내며 관찰하고 자신의 기억들을 모아 그려낸 작품들이다.


주요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실제 르누아르의 지인이나 절친 혹은 모델들이다. ‘선상의 점심 식사’에 등장하는 화면 좌 중간 강아지를 데리고 귀여워하는 여인은 훗날 르누아르가 실제 결혼한 부인이 된다. 필립스 미술관에 전시된 이 작품은 던킨 필립스가 너무나도 간절히 근 10여 년 동안 구입하고 싶어 했다. 결국 MoMA와 마지막 경매에서 필립스가 승리하며 차지하게 된 작품이다. 구입 후, 던컨 필립스는 그의 회계 담당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이제 우리 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 중 하나를 소유한 곳이 될 것입니다."


조지 호수의 나의 오두막(MY SHANTY, LAKE GEORGE)


지금은 미국 현대 회화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데뷔 시절 아무도 인정해 주지도 않고 그림을 팔지 못하던 시절, 처음으로 그녀의 자질을 알아보고 손길을 내밀고 그림을 구입해 준 사람이 던킨 필립스이다. 이후 조지아 오키프 작품은 사람들의 큰 반응을 이끌기 시작했고 그녀는 대가의 반열에 들어선다.



1950년의 조지아 오키프   출처 : 위키피디아 


1986년 미국 산타페에서 사망한 그녀의 작품은 가격은 현재 천문학적이라고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오키프는 커리어의 후반에는 꽃과 사막을 집중적으로 형상화했는데 이곳 필립스 컬렉션에 전시된 작품은 그녀의 초창기 작품인 ‘조지 호수의 나의 오두막(1922)이다. 젊은 시절 남편과 가끔씩 머물며 지내던 일종의 가족들 안식처 같았던 별장을 그렸다.



MY SHANTY, LAKE GEORGE(1922)   출처 :  phillipscollection.org


그녀는 텍사스에서 대학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미국 남서부 풍광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막의 황량함은 오키드의 작품세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오키드의 인생에 가장 주요한 인물이라면 단연 그녀의 남편 사진작가 스티글리츠이다. 사진작가로는 표현이 부족하고 현대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진예술의 대가라고 불리는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전설적인 미술관 ‘291’에 오키드의 작품을 일반에게 선보였다.


자신과는 전혀 상의도 없이 작품을 전시한 스티글리츠를 찾아가 즉각 자신의 작품을 내려달라고 항의하던 오키프. 그러나 이 일로 두 사람은 점차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후 다른 미술관에 오키드의 작품을 추천하던 스티글리츠는 1924년 결국 오키드와 결혼하였다. 그녀는 자신을 매료시켰던 뉴멕시코주에 1929년부터 거주하기 시작했고 50년 이상을 산타페에서 작품 생활을 했다. 조키아 오키프의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면 뉴욕 ‘휘트니 미술관 방문을 권한다.


마크 로스코의 방


지난 원고들에서도 몇번 다루었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을 필립스 컬렉션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로스코 작품들을 한 방에 모아 전시하고 있으며 적절한 배경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로스코 룸’이 있다.



아들과 함께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감상 중인 작가  


던킨 필립스는 그의 미술적 취향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미술 사조들 위주의 컬렉션을 진행한 걸로 알려졌다. 비교적 인상주의 위주의 컬렉션을 유지하고 현대 미술은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마크 로스코에게만은 그의 원칙에서 예외를 보였다. 로스코 작품을 집중적 수집, 단독 전시실을 만들어주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로스코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은 휴스턴 로스코 채플 다음으로 이곳 DC 필립스 컬렉션의 로스코룸을 순례지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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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보기


1. 르누아르의 선상의 점심 식사 간단한 해설 




2. 로스코의 방 오디오 투어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