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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읽기 #11

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읽기

#11 영화 ‘브로커’


브로커는 잔잔한 가족 영화일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정의되는 가족의 진짜 뜻과 의미는 무엇인지, 생명의 가지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브로커를 스토리텔링의 관점으로 다가가 보았다. 


‘브로커’는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색다르게도 한국의 자본과 배우가 결합하였고, 2022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좋은 작품이지만 감독의 전작인 ’어느 가족‘과 비교하며 평가가 엇갈렸고, 몇 가지 설정의 작위성, 직접적인 주제 의식 드러내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였다. 본 글에서는 비평적인 접근보다는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이 작품의 독특함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브로커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보통의 대중 영화에서의 스토리텔링은 간결하다. 주인공의 목표는 명확하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인공이 맞서거나 상대해야 할 악당/장애물 역시 정확하게 그 기능을 충실히 이행한다. 정/반의 구도 위에서 흘러가는 스토리는 단선적이다. 단순한 서사를 다른 요소들이 채워 나간다. 액션, 로맨스, 서스펜스, 스펙터클, 서스펜스, 미스테리, 반전, 코미디, 춤과 노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저마다의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들을 탐구하고, 함께 생각해 보자고 권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토리라면 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구사할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갈등이 없는 지루한 이야기나 남루한 현실의 나열은 아니다.

(이하,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주인공 상현(송강호)은 교회의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몰래 빼돌려 불법 입양을 알선하는 브로커다. 교회 일을 하는 동수(강동원)는 상현과 공범이다. 상현은 도박 빚에 몰려 있고 아내와 딸과 헤어진 상태다. 동수는 어렸을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보육원에 버림받은 아픈 과거를 가진 청년이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로 아기들을 원하는 부모에게 넘긴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갔던 어린 엄마 소영(아이유)이 되돌아오면서 그녀의 아기 우성을 팔려던 이들의 계획은 틀어진다. 친모와 브로커가 적절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떠나면서 이들은 서로 부대끼며 조금씩 감정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이야기의 다른 한 축에는 불법 입양 거래 현장을 덮쳐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형사들-수진(배두나)과 이 형사(이주영)가 있다. 특히, 수진은 연기자를 가짜 부모로 투입해서라도 브로커를 잡으려 할 정도로 법 집행에 몰두하는 인물이다. 브로커들과 형사들의 추격이 좁혀지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낳기 전에 죽이는 것이 낳은 뒤에 버리는 것보다 죄가 덜해?' 어두운 현실로 인해 미혼모가 된 소영의 입을 통해 던지는 이 질문만으로도, 영화는 낙태, 원치 않은 출산, 입양 등 우리 현실 속의 문제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역설적이지만, 영화 ’브로커‘의 장점은 인물들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입양을 알선하는 상현. 고아로 살아왔기에 누구보다 버려진 아기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아기를 버린 엄마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동수. 태어난 아기를 범죄자의 자식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에 사랑하지만 아기를 보내야만 하는 소영.


캐릭터들의 배경이 입체적이기에 이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떠돌면서도 머뭇거리고 고민하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끝내는 처음의 목표를 포기하고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현실 속에서 우리가, 그리고 마주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선과 악으로 쉽게 분류할 수 없듯 이 작품 속의 인물들 역시 자신들이 겪는 사건에 대한 단일하고 명쾌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도달하는 결론과 전해지는 감정은 느껴볼만한 가치가 있다.


브로커와 같은 영화제 수상작, 흔히 예술 영화라고 분류되는 작품들은 ’명확한 해답이 없기에 난해하다‘라고 평가받는다.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화 [브로커] 메인 예고편 보기



김경모 작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다.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했다. EBS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스테리야’의 스토리를 집필했으며, 현재 제주에 머물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