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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 (The Mauritshuis Royal Picture Gallery)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은 16세기에 지어진 멋진 건물 외관에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 훌륭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네덜란드의 황금기였던 17세기 대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에 반드시 가야 할 곳으로 기억해 두어야 한다.
발음하기 쉽지 않은 미술관 이름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하고 있다. 이 미술관의 이름 표기가 각각 다른 것이 좀 불편하다. 마우리츠라는 인명에는 별문제가 없으나 마우리츠의 집에서 '집'에 해당하는 하위스, 휴이스, 호이스 등 꽤 많은 표기가 여러 책자와 온라인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기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필자는 2008년 처음 헤이그에 갔을 때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우리츠휴이스 미술관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다들 모르겠다고만 했다. 물론 정확하게 발음했을 리 없고 헤이그의 주민들이 미술관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결국 호텔 로비에서 얻은 관광지도를 들고 인근 경찰서에서 도움을 받은 기억이 난다.
헤이그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 앞에서 출처 : 작가 제공
이 미술관은 16세기 네덜란드가 브라질을 통치할 당시의 총독 마우리츠 저택으로 지어졌다. 후에 후이 보나파르트 통치 시기에 헤이그 국립 미술관의 컬렉션들을 기반으로 1820년에 개관되었다. 당시 왕이었던 윌리엄 1세는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 전경 출처 : 공식 홈페이지 www.mauritshuis.nl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바르톨로메우스 요하네스 반 호브의 1825년 그려진 그림[마우리츠하이스]를 보면 1822년 국립 미술관으로 개관한 뒤 바로 3년 뒤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을 보면 당시 건물도 지금과 매우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건물은 현재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1825년 바르톨로메우스 요하네스 반 호브가 그린 마우리츠하이스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은 렘브란트, 얀 스테인, 요하네스 베르메르 등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들을 약 8,000여 점 소장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작품 소장 규모로는 작은 미술관이라 할 수 있지만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델프트 풍경’, 렘브란트의 ‘닥터 튀르프의 해부학 강의’등은 미술사에서 무척 중요한 의미 있는 작품들이다.
휴관없이 모든 요일에 문을 열며 3층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구조이므로 아주 여유 있게 천천히 관람을 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1665년경에 그린 작품으로, 마우리츠 휴이스 미술관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어두운 배경에서 관객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과 목에 걸린 진주 귀고리만 밝게 빛나고 있다. 소녀의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입술은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깊은 어둠 속에서 조금은 놀란 듯한,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눈빛의 소녀를 그린 이 그림은 북유럽의 모나리자 혹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
미술관 공식 사이트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https://www.mauritshuis.nl
노랑과 파랑으로 채색된 터번을 두르고, 귀에는 커다란 진주 귀걸이가 반짝이는 이 신비로운 소녀가 누군지 궁금하지만 그녀는 실재했던 인물은 아니다. 흘러내리는 빛과 색, 부드러운 윤곽선으로 그려진 그림 속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많은 상상과 이야기를 불러일으켰고, 이 그림을 바탕으로 한 소설과 영화(피터 웨버 감독의 동명 영화 2004년)가 나오기도 하였다.
델프트의 풍경
베르메르라는 이름이 여러 가지로 사람들이 발음을 하고 책에도 각각 다르게 명시되어 있다. 얀 베르메르, 요하네스 베르메르, 요하네스 페르메이유 등 여러 가지인데 네덜란드어로 페르메이유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베르메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베르메르(1632-1672)의 초상화 출처 : 위키피디아
17세기에 베르메르는 네덜란드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던 화가이지만 사실 이 사람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화가로 평가를 받기까지는 죽고 나서 2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다. 그동안 네덜란드가 아닌 곳에서는 이 사람이 존재했는지도 잘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주로 등장인물이 온화한 햇살을 받으며 실내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 네덜란드 풍속화들의 대표적 화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메르는 단 두 점의 풍경화만을 남겼다. 아직 완전히 다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 확인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두 장 풍경화는 이곳 헤이그 마우리츠하이스에 소장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르스트가 극찬을 했던 ‘델프트의 풍경’ 과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델프트 거리’이다.
델프트의 풍경(1660-1661) 출처 :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 공식 사이트
헤이그에서 만나는 그림은 ‘델프트의 풍경’으로 지금도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쉬운 것은 현재 그림과 비슷한 모습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폐교와 중앙 첨탑 정도만 스카이 라인이 남아 있고 대부분 새로 건설이 되어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림의 내용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어류인 청어를 잡기 위해 출항 준비하는 어선을 그린 것인데 정작 후경의 수려한 스카이라인과 화면 우측의 밝은 노란색으로 표현된 햇살을 반사하는 건물로 인해 전면의 청어잡이 배는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델프트 거리(1658-1660) 출처 : 위키피디아
‘델프트 거리’는 ‘베르메르가 살았고 베르메르가 운영했던 여관을 그린 것이다’라고 알려져 있다. 베르메르가 사망할 때 부인에게 유물로 남겨준 것이 여관 한 채와 그가 끝까지 팔지 않고 보관하던 ‘회화의 알레고리’이다. 이 그림은 유일한 베르메르 자화상이라고 알려졌는데, 베르메르의 등만 보이는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지난 원고 중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편을 참조하시면 된다.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렘브란트는 1632년 거처를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게 되면서 우연히 외과 의사 조합의 주문으로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를 제작하게 된다. 이 그림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그는 초상화가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였다. 유럽에서는 17세기 초부터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해부학 강의가 꽤 인기있는 강좌였다. 의사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도 해부학 강의를 들으러 올 정도였다고 한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 출처 :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 공식 사이트
해부학 공개 강의는 창조주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일반적인 행사였다. 암스테르담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무명의 렘브란트였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화상 윌렌보르흐가 당시 유명했던 니콜라스 튈프 교수가 수행하는 해부학 강의를 그려 달라고 의뢰한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렘브란트는 직접 가서 해부학 강의를 들었고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비공식적으로 시체를 해부하는 의사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화가들이 해부학 실험에 참가 했었다.
사진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화가들은 그림으로 역사를 기록했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튈프교수는 암스테르담 의대 외과의 조합의 회장으로 팔 근육의 해부가 특기였다. 렘브란트가 암스테르담의 외과의사 조합의 의뢰를 화상을 통해 하청 받아 해부학 수업 장면을 그린 것이다. 1632년 1월 16일 니콜라스 튈프 박사가 그날 처형된 범죄자의 시신을 해부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였고 주변의 동료 의사들의 심각하고도 집중하는 모습이 잘 묘사되었고 이 후 이런 구도의 집단 초상화가 유행하게 되었다.
출처 : 공식 홈페이지 www.mauritshuis.nl
이러한 작품들 외에도 얀 브뤼헐, 피터 포스트 등 17세기 네덜란드와 벨기에 거장들의 바로크 미술을 감사하기 위해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미술관 소개 영상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