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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고흐의 흔적이 가득한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네덜란드 국립공원(호헤 벨루에) 숲 속에 살포시 내려 앉은 새처럼 존재하고 있다.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서 19세기와 20세기의 쟁쟁한 화가들 중 가장 사랑한 화가는 바로 반 고흐다.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인기가 높은 반 고흐의 작품을 100점 가까이 갖고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을 소개한다.   



크뢸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는 누군가 잘 아는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msterdam Stedelijk Museum) 그리고 덴 허그(우리에게는 헤이그로 불리는)의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들은 미술 애호가라면 당연히 방문하는 유명 미술관들이다. 그러나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나 더 만들어 보자면 고흐의 작품을 100점 이상 소장하고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 방문을 권하려 한다.


오테를로의 더 호에 벨루(Do Hoge Veluwe) 국립 공원 내에 있는 독특한 입지 조건의 국립 미술관이다. 심지어 그곳에 접근하려면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자전거(다행히 자전거는 공원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다)를 타고 10Km 정도 들어가야 미술관이 보인다. 그곳에서 국립 공원 입장료와 같은 금액의 미술관 입장료를 다시 한번 지급해야 이 미술관에 입장이 가능하다. 이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아가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과연 어떤 곳일까…



크뢸러 뮐러 미술관          출처 : 크뢸러 뮐러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안톤 크뢸러와 헬렌 뮐러 부부의 평생의 작품을 기증하여 정부와 함께 세운 미술관이다. 특히 아내 헬렌의 수집품 중 고흐의 유화 90점과 고흐의 드로잉 170점이 이 미술관의 핵심이라 하겠다. 헬렌은 미술관을 건립하여 수집한 미술품들을 많은 사람에게 함께 감상할 기회를 주고 싶어 했다. 세계 공항이 터지고 재정 상태가 갑자기 악화가 되었다. 헬렌은 자신들의 땅과 미술품을 정부에 기증할 터이니 미술관을 건립해달라고 호소하였고 결국 1938년에 네덜란드 정부가 개입하여 건립된 미술관이 바로 이곳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그림들은 당연히 고흐의 작품들인데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 자리하는 고흐의 작품들의 레플리카들이 무척 많이 소장되어 있는데 대부분 원작보다 먼저 그림을 스케치하고 초벌로 그린 작품들이 대다수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흐의 광팬들이라면 당연히 이곳에서 고흐 작품의 추이를 관찰하고 그의 드로잉이 어떻게 마지막 작품으로 발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장소라는 것이다.


특히 고흐의 수많은 레플리카로 유명한 해바라기 시리즈 중에 ‘네 송이 해바라기’는 다른 유명 해바라기에 못지않은 작품이다. 아를로 옮겨가기 전 파리 시절에 그렸던 해바라기의 초기 작품으로 상당히 거칠고 인상성에 있어서는 압권이라 할 색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고흐의 ‘화병 속 해바라기’ 연작 7점과는 다른 구도이고 그의 해바라기 시리즈의 시작점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해바라기(1877년)          출처 : 크뢸러 뮐러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감자 먹는 사람들’의 초벌 작품 역시 이곳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데 한눈에 두 그림의 차이를 확인하기는 약간 어렵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시간을 들여 비교해 보면 몇 군데만 표현의 미세한 차이가 있으며 그림의 크기가 약간 작을 뿐이다.



감자먹는 사람들(1855년)          출처 : 구글 아트


반 고흐의 그림 중 상당히 많은 사람이 제목까지 잘 알고 있는 ‘카페테라스’ 정확하게는 ‘밤의 카페테라스’ 그림의 원본이 이곳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은 고흐가 아를(Arles)이라는 남부 프랑스 지방의 소도시에서 3일간 밤을 새우며 완성한 그림이다.


수많은 퍼즐 작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한 그림인데 제목까지는 알아도 이 그림의 소재가 크뢸러 뮐러 미술관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아를에서 CF 촬영을 하게 되어 일주일 정도 머물렀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 이 실제 카페에서 커피도 마셔보고 입구 쪽 안내판에 걸려있는 복제 그림을 통해 어느 위치에서 고흐가 스케치하고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직접 확인했던 적이 있다.



밤의 카페 테라스(1888년)         출처 : 크뢸러 뮐러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현재 이곳 카페는 완전히 고흐를 사랑하는 관광객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고 하루 종일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정작 아를의 주민들에게는 이 카페가 가격도 비싸고 손님에 대한 서비스와 커피 맛도 별로라고 회피 장소라고 한다. 2015년 발표된 제러드 박스터라는 미술사학자 의견이 약간 흥미를 끌고 있다.


그림 속 카페의 손님들과 가운데 서빙하는 흰옷입은 사람이 예수와 12사도들의 최후의 만찬을 묘사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아무리 보아도 이 의견에 동의하기가 힘들다. 2023년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고흐의 아버지가 목사였고 고흐 본인도 실패한 전도사 출신이긴 하지만 이 그림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고흐 버전이라는 가설에는 아직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룰랭의 초상'은 어디선가 많이 보았을 유명한 그림이다. 대강 느낌으로 오르세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림인데 물론 그곳에도 있고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도 있고 미국의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즉 이 그림은 고흐가 꽤 여러 번에 걸쳐 레플리카를 그렸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를의 집배원 조셉 룰랭의 초상화이다. 개인 소장까지 합쳐서 룰랭의 초상화는 총 6점, 룰랭부인의 초상은 총 5점 그리고 그 부부의 아이들까지도 초상화를 하나씩 다 그려주었으니, 고흐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우체부 조셉룰랭 초상화, 1889년          출처 : 크뢸러 뮐러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아를에서 고흐의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자해한 이후 사람들은 고흐를 정신병자로 취급하였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씩 우체국에서 만나던 혹은 집으로 편지를 배달해 주던 조셉룰랭은 고흐가 동생 테오와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는 따뜻한 모습에 그를 좋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친밀하게 대하였다. 고흐가 자신을 모델로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고 부탁했을 때 기꺼이 무더운 여름에도 두꺼운 우체부 정복을 입고 몇 시간씩 모델을 서주곤 했다.


이곳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 소장된 그림은 연작 중 첫 번째로 그린 뮬랭의 초상화이다. 고흐는 뮬랭이 마치 고대 철학자와 같은 풍모라고 평가한 것처럼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의 수염과 화가를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에서 뮬랭이 고흐를 얼마나 신뢰하고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고흐에게는 사망 전 몇 년 동안 동생 테오를 제외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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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뢸러 뮐러 미술관 공식 유튜브 영상 _ 크뢸러 뮐러 미술관 점묘법의 대가 '조르주 쇠라' 편




크뢸러 뮐러 미술관 공식 유튜브 영상 _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반 고흐 갤러리 편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