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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미디어

에세이
2023-04-25

영원한 가족전도



가족전도, 늘 우리 곁을 따라다니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쉽게 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가족전도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도는 다른 어떤 대상이 아닌 가족을 통해서 가장 많이 이루어진다.


최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더글로리’에는 “없이 살수록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라는 잔인한 대사가 나온다. 현실 세계에서 가족은 마냥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다. 실제로 가족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면서도, 언제든 서로 양보 없는 전쟁을 벌이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남부럽지 않은 경력과 지위를 갖춘 이들 가운데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자존감과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을 종종 본다. 그런 이들과 깊이 대화해 보면 대부분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은 강요나 학대의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도, 심지어 객관적으로 뛰어난 사회적 역량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잠재의식을 사로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가족은 우리에게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 인생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도, 그 처음과 끝에서는 대부분 가족이 항상 함께한다.’ 우리는 모두 가족의 품에서 태어난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죽을 때도 그 곁을 지키는 이들은 가족이다. 서로 불화하고 불편했던 가족들도 임종과 장례의 시간에는 모인다.


한 중년의 여 성도는 평생 어머니로부터 받은 차별과 외면에 몸서리치며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지 않겠노라고 독하게 마음먹었다. 필자의 설득 끝에,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정 사진 앞에서 후회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조금만 더 일찍 올 것을. 조금만 더 일찍 어머니와 화해하고, 마지막 순간을 보내면서 부활 소망을 나눌 것을. 이 순간은 가족과의 관계가 어떠했든 간에 우리가 모두 마주해야 한다. 그 마지막이 허무한 순간이 될 수도, 아니면 가족과의 영원한 교제를 소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성준전도사(가명)는 현재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그는 지난 해 10월 필자의 수업에서 에덴낙원으로 장례 사역을 위한 견학을 왔을 때 함께 했다. 부활교회와 봉안당을 모두 둘러본 후 그에게는 작은 소원이 생겼다. 그것은 늙으신 부모님의 안식처로 이곳을 소개하려는 마음이었다. 그는 비록 신학생이지만 그를 제외한 가족 모두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는 가족은 그를 ‘광신도’로 의심하며 더욱 거리를 두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부모님을 설득하여 에덴낙원에 모시고 왔다. 그의 부모는 기독교 추모시설이라는 점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들의 간곡한 권유와 마침 자신들을 위한 장묘를 미리 준비해 온 터라 관심이 생겼다. 이 부모는 에덴낙원을 둘러보면서 죽음에 대한 기독교의 고결한 신앙과 부활 소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특히 평생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그의 어머니는 부활교회에서 잠시 아들과 묵상의 시간을 가지면서 “70 평생에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현실 너머의 경건한 세계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 가족은 현재 신앙에 대해서, 그리고 에덴낙원을 가족의 영원한 안식처로 삼는 문제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죽음과 장묘를 준비하는 가운데 그들은 신앙의 의미를 처음으로 숙고하게 되었다. 한전도사에게는 그동안도 늘 기도해 왔지만, 이제 가장 큰 기도의 제목이 되었다. 필자 또한 기도하는 중이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도 기도를 부탁한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소중한 가족의 죽음도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는 강박적으로 죽음을 외면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을 불온하게 여기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준비를 미루는 것은 가장 어리석고 무모하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죽음은 영원한 위로와 소망을 바라보게 하는 복음 전파의 기회가 된다.

“나는 뼈가 되어서도 가족에게 전도하고 싶습니다!”는 한 신앙인의 외침이 기억난다. 가족전도는 영원한 전도다. 당대에 끝나지 않는다. 성도의 경건한 죽음과 장례는 그 자체로 복음을 전한다. 그것은 기억과 유산으로 후대에 전수된다.




김선일 교수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전도학을 전공(Ph.D)했으며,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실천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독교 사역 전문기관인 새세대아카데미 연구소장, 이라이프아카데미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기독교적 회심의 해석과 실천>, <모든 사람을 위한 가족전도>, <전도의 유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