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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1

에덴클래식 #26 사랑과 절망을 담은 클래식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돈 조반니‘는 악명 높고 방탕한 돈 조반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오페라는 1787년 10월 29일 프라하에서 초연되었고, 모차르트의 숭고한 음악가 함께 희극, 드라마,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혼합되어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모차르트 역사상 위대한 오페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Mozart, Opera ‘Don Giovanni’


로마 시대의 카이사르, 근대 회화의 거장 피카소,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 영국의 시인 바이런 등은 당대의 바람둥이로도 소문이 자자했던 역사적 인물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남긴 사회적, 예술적 유산이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기에 여성 편력 관련 이야기는 그다지 주목할만한 화젯거리로 부각되지는 않는다.

서양 역사상 희대 난봉꾼의 대표적인 인물은 카사노바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10대 후반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등 어학은 물론, 문학, 신학, 예술 등 다양한 지식과 사교술로 무장한 채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여인을 유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유럽 전역의 122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고 하니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불릴만하다.

그렇지만 카사노바도 스페인의 돈 후안에 비하면 그리 놀랄만한 인물이 아니다. 돈 후안(Don Juan)은 프랑스에서는 동 쥐앙(Don Juan), 이탈리아어로는 돈 조반니(Don Giovanni)로 불린다. 중세 시대의 전설 속 인물로 영국의 바람둥이 시인 바이런은 돈 후안의 전설에 기초해 무려 16,000행의 풍자 서사시를 지었고, 그의 여성 편력 이야기는 몰리에르 등 많은 극작가에 의해 희곡으로 만들어졌다.


Wolfgang Amadeus Mozart (1781)     출처 : 위키피디아

1783년 27세의 모차르트는 빈 궁정극장 소속 오페라 대본 작가인 로렌초 다 폰테(Lorenz da Ponte, 1749~1838)를 만났다. 10세 때부터 오페라를 작곡하기 시작해 20대 중반까지 무려 20곡에 달하는 오페라를 작곡했을 만큼 열정을 보였으나 그리 큰 성공작을 만들어내지 못한 모차르트는 다 폰테에게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대본을 부탁했다.

이렇게 탄생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프라하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의욕이 넘쳐흘렀던 모차르트는 불과 1년 만에 역시 다 폰테의 대본으로 또 하나의 명작 오페라를 발표했다. 카사노바와도 한때 친분이 있었던 다 폰테가 스페인의 전설 속 난봉꾼 돈 후안을 소재로 쓴 오페라 대본에 모차르트가 곡을 입혀 발표한 ‘돈 조반니’ 역시 대성공을 거두었고, 오늘날까지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와 더불어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로 사랑받고 있다.


Lorenz da Ponte (1822)     출처 : 위키피디아

오페라 ‘돈 조반니’는 등장인물이 많고 줄거리가 복잡하다.
3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복합한 오페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들과 줄거리를 요약해 본다.


Don Giovanni (1912)     출처 : 위키피디아

(주요 등장인물)

돈 조반니 Don Giovanni(바리톤 또는 베이스) : 젊은 귀족, 호색한. 하인이 기록한 수첩에 따르면 그의 여성 편력은 2,065명에 이르며(이탈리아 640명, 독일 231명, 프랑스 100명, 튀르키예 91명, 스페인 1,003명), 시골 처녀, 하녀, 백작 부인, 후작 부인, 공작부인, 귀족의 따님 등 모든 지위, 계급, 그리고 모든 나이의 여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레포렐로 Leporello(베이스) : 하인. 돈 조반니를 수행하며 그의 행각을 도와주고 있으나 주인의 부도덕한 행실을 은근히 비난한다.

돈나 안나 Donna Anna(소프라노)-이하 여인(I) : 기사장騎士長의 딸. 침실에 잠입한 돈 조반니를 물리치나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는다. 복수하기 위해 약혼자와 함께 돈 조반니를 찾아 나선다.

돈 오타비오 Don Ottavio(테너) : 약혼자 돈나 안나-여인(I)과 함께 돈 조반니를 추적한다.

돈나 엘비라 Donna Elvira(소프라노)-이하 여인(II) : 돈 조반니와 결혼했으나 3일 만에 버림받은 여인. 복수심과 사랑 사이에서 항상 갈등한다.

체를리나 Zerlina(소프라노)-이하 여인(III) : 농촌 처녀. 마세토와 결혼식 중 돈 조반니의 유혹에 걸려든다. 잠시 젊은 귀족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하나 마세토의 품으로 돌아온다. 우유부단하나 애교가 넘쳐흐르는 귀여운 여인.

마세토 Masseto(바리톤 또는 베이스) : 체를리나의 약혼자. 돈 조반니를 죽이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찾아 나선다.

기사장 騎士長(베이스) : 돈나 안나-여인(I)의 아버지. 돈 조반니와의 결투로 목숨을 잃는다. 후에 석상으로 나타나 돈 조반니를 지옥의 불길로 떨어뜨린다.

(줄거리)

귀족 돈 조반니는 하인을 데리고 다니며 만나는 여인마다 유혹하거나 겁탈한다. 여인(I)의 침실에 몰래 들어갔다가 여인의 아버지인 기사장騎士長에게 들키자 결투 끝에 죽인다.
도망치다가 밤중에 만난 여인(II)을 또 유혹하려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결혼한 지 3일 만에 버려진 여인이다. 돈 조반니에게 복수를 맹세했으나 아직 그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다. 돈 조반니는 변명하다가 하인의 도움으로 도망친다. 하인은 그녀에게 주인의 여성 편력 행적이 적힌 수첩을 보이면서 그를 단념하라고 충고한다.

세 번째 여인(III)은 결혼 축제를 즐기고 있는 예쁜 마을 처녀다. 이 여인의 신랑을 따돌리고 유혹하나, 이때 여인(II)이 나타나 유혹에 빠져들 뻔한 처녀를 구한다. 돈 조반니가 운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을 때 여인(I)이 약혼자와 함께 나타난다. 하지만 여인(I)은 돈 조반니를 몰라보고 오히려 도움을 청한다. 여인(II)이 “이 사람을 믿지 마세요”라고 하지만 돈 조반니는 여인(II)이 정신이상자라고 주장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헤어진 후 여인(I)은 돈 조반니의 음성이 자기 침실에 침입한 남자의 음성과 같다는 것을 깨닫고 약혼자에게 복수를 요청한다.

돈 조반니는 결혼 축제를 즐기던 마을 사람들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청한다. 물론 축제 주인공인 여인(III)을 다시 유혹하고자 하는 속셈이 있다. 저택의 무도장에 여인(I)과 약혼녀, 여인(II)이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여인(III)을 옆방으로 데리고 가던 돈 조반니 앞에 세 사람이 나타나 가면을 벗자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주인의 못된 행각에 지친 하인이 더는 섬기려 하지 않자 돈 조반니는 돈을 주며 하인을 달랜다. 그러고는 새로이 눈독을 들인 여인(II)의 하녀를 유혹하기 위해 하인과 옷을 바꿔입는다. 이때 여인(II)이 2층 발코니 창가에서 독백으로 돈 조반니를 비난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어딘지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을 보인다. 이 목소리를 들은 돈 조반니는 달콤한 말로 후회하는 척하며 여인(II)을 불러낸다. 여인이 난간에서 내려오자 자신으로 변장한 하인에게 그녀를 부탁하고 하인으로 변장한 돈 조반니는 만돌린을 켜며 여인(II)의 하녀를 유혹하는 유명한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때 여인(III)의 신랑이 마을 사람들과 무장한 채 나타나 돈 조반니를 찾아내나 하인으로 변장한 그를 몰라본다. 한편 돈 조반니로 변장한 하인은 여인(II)과 함께 있다가 여인(I)과 약혼녀, 여인(III)과 그의 신랑 등 네 사람과 마주친다. 여인(II)이 그를 살려주자고 애원하지만, 그들이 말을 듣지 않고 죽이려 하자 하인은 정체를 드러내고, 모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넋을 잃는다.
돈 조반니와 하인은 각기 도망치다가 한 묘지에서 서로 만나 웃으며 무용담을 주고받을 때 묘지의 한 석상이 “이제 그 웃음도 오늘뿐이다”라는 경고의 말을 한다. 하인은 놀라지만 돈 조반니는 태연하게 그 석상을 그날 밤 자기 집 만찬에 초대한다. 그 석상은 돈 조반니와 결투 중 숨진 여인(I)의 아버지인 기사장의 석상이다.


석상을 마주한 Don Giovanni (1825)    출처 : Metmuseum

마지막 무대는 돈 조반니의 저택이다. 만찬이 진행되고 여인(II)이 들어와 돈 조반니에게 죄를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라고 애원하나 거절당한 후 퇴장한다. 이어 공포스런 선율과 함께 석상이 들어와 회개하라고 다그치나 끝내 거절하던 돈 조반니는 결국 불길이 솟는 지옥으로 떨어져 버린다.


♬ 아리아 들어보기

1.  카탈로그 노래 (마님, 이게 내 주인이 사랑한 여인들입니다)
하인 레포렐로가 돈나 엘비라에게 돈 조반니의 여성 편력을 알려주는 아리아



2.  '자, 우리 손에 손을 맞잡고'
돈 조반니가 마을 처녀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아리아



3.  '그 악당이 나를 배신했어'
돈나 엘비라가 배신한 돈 조반니에 분노하며 부르는 아리아.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다.



4.  돈 조반니 '세레나데'
하인으로 변장한 돈 조반니가 발코니 창가에서 돈나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는 아리아


유재후 클래식 칼럼니스트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 후 외환은행에 입행, 파리 지점장,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은퇴 후 클래식 음악 관련 글쓰기, 강연 등을 하는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LP로 듣는 클래식 : 유재후의 음악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