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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읽기 #6
더 퍼스트 슬램덩크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서 화제가 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에서 개봉했던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0년대 인기 만화였던 ‘슬램덩크’를 스크린에 옮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스토리텔링의 ABC플롯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더욱 관객의 몰입감을 높여주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코로나 이후 위축된 영화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원작만화와 TV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던 3040세대 뿐 만 아니라 이 작품을 처음 접한 MZ세대들 역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원작만화, TV애니메이션까지 다시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3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슬램덩크의 매력을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슬램덩크는 1990년 일본 만화잡지 소년 점프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 만화다. 만화의 메인 캐릭터는 문제 고등학교 신입생 강백호다. 농구부 매니저 채소연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백호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농구부에 가입한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아직은 수련이 필요하다는 캐릭터 설정은 스토리텔링에서 메인 캐릭터의 성장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레이업을 배우는 과정,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라는 농구의 중요 원칙을 일깨우는 에피소드 등은 주인공 백호가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이전 글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ABC 플롯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조금씩 그 난이도를 높여감으로써, 백호가 좋은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몰입감있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ABC플롯은 메인 플롯인 백호의 성장과정 뿐 아니라 서브 플롯을 구성하는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에도 사용되고 있다. 팀 내 라이벌인 동년배 서태웅의 약점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들이 흔히 가지는 자만심이다. 백호를 애송이라고 깔보던 서태웅은 자신의 앞에 놓인 장애물 – 자만심을 극복하고 백호에게 패스를 하는 팀워크를 발휘하며 원팀의 멤버로 성장한다. 2학년생 포인트가드 송태섭과 무릎부상으로 잠시 농구를 떠났던 3학년 정대만의 갈등에서도 이 플롯이 사용된다. 두 사람의 대립, 그리고 화해는 캐릭터들의 각성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가장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있는 팀의 감독 안선생님에게도 적절한 장애물을 배치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과거 호랑이 감독으로 스파르타식 훈련 방식으로 제자의 선수생명을 단축시킨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안감독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백호의 성장을, 그리고 선수들의 팀워크가 완성되기를 기다려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한 팀이 된 북산고는 도내 대회에 참가한다. 그들 앞에는 능남, 상양, 해남대부속고, 산왕공고와 같은 내노라하는 팀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 팀을 이기면 더 강한 팀이 나오는 명승부의 경기가 이어지며, 강백호와 선수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장애물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극복해 나간다.
그래봐야 고작 고등학생들의 전국체전 경기 정도에 불과하지 않느냐며 이 작품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에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에서 항상 겪는 각자의 인생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담은 청춘들의 열정이 숨 쉬는 농구 코트로 떠나 보기를 권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p.s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송태섭의 서사가 부각되며, 원작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중요한 캐릭터가 되었다. 스토리텔링적인 면에서 이 점을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이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김경모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다.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했다. EBS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스테리야’의 스토리를 집필했으며, 현재 제주에 머물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