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의031-645-9191

에덴 미디어

컬처
2023-02-23

합스부르크 가문의 소장품이 가득한 미술관

⑥ 빈 미술사 박물관 (Kunsthistorisches Museum)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간다면 반드시 빈 미술사 박물관을 가야한다.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유럽 역사의 중심이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600년 예술 유산을 소장하고 있는 곳, 그들의 열렬한 수집과 투자로 이곳에는 피테르 브뤼헐, 베르메르, 루벤스 등 수 많은 거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비엔나에서는 반드시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을 방문할 것


대한민국 국립중앙미술관에서 2022년 10월 25일부터 2023년 3월 15일까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라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 ‘빈 미술사 박물관’의 대표 작품 69점을 임대하여 개최한 기획 전시회이다.



합스부르크 전시회 공식 포스터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프랑스, 이탈리아의 미술관들과의 기획전들은 항상 한국에서 성공불패 이벤트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규모, 역사, 소장품 가치로도 세계 3대 미술관 혹은 5대 미술관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소장품이 루부르 박물관 38만 점을 뛰어넘는 40만 점이나 되니 얼마나 큰 미술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그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는데 이 기획전을 계기로 ‘빈 미술사 박물관’에 대한 관심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다.



빈 미술사 박물관 전경       출처 : 위키피디아 


비엔나의 중심부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는 거대한 쌍둥이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데 하나는 '자연사 박물관', 다른 하나가 ‘빈 미술사 박물관'이다. 오스트리아가 유럽의 강호로 확고히 자리 잡도록 인도했던 영민한 합스부르그 가문의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16세기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와 17세기 중엽 레오폴트 빌헬름이 수집한 방대한 소장품을 모체로 세계 미술사 전반에 걸친 진귀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1891년 일반에게 공개되었던 박물관이다. 1전시실은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다른 대형 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이집트, 로마, 근동 아시아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회화 작품들은 2층과 3층에서만 볼 수 있다.


얀 베르메르: 회화 예술의 알레고리(120cmx100cm)


베르메르에 관해서는 이미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짧게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회화 예술의 알레고리’는 베르메르의 그림 중 최고봉의 한 작품이며, 유일한 베르메르의 자화상(물론 등짝만 출연하였으므로 자화상의 모든 요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이기도 하다. 17세기 무명화가에서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재조명 받고 유명세를 탔으며 수많은 모작 시비로 한바탕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The Art of Painting]        출처 : wikipidia


베르메르는 무명 시절 작품을 그려서 팔기에 바빴는데도 죽을 때까지 집에 보관했던 2장(회화 예술의 알레고리, 진주 목걸이를 한 소녀)의 작품이 있었다[The Art of Painting]이 그 중 하나이다. 베르메르의 유품으로 이 작품을 보관하던 부인은 결국 생활고로 팔아버리고 만다.


베르메르가 그림을 그리던 스튜디오에서 항상 같은 방향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패턴은 늘 동일하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알레고리(우화)로서 수많은 소품들이 등장한다. 뒷벽에 걸려있는 네덜란드 17개 주의 지도, 원근을 표현하려는 바닥의 흑백 타일 배치, 푸른 깃털처럼 보이는 월계관을 쓴 여인이 들고 있는 황금색 트럼펫과 두꺼운 책(이 여인은 9인의 뮤즈 중 한 명인 ‘역사와 영웅시를 관장하는 뮤즈’ 클레오를 묘사).


꽤 많은 해석들이 나오는데 테이블 위의 마스크를 내려보는 클레오의 시선에서 조각과 회화를 비교하여 회화의 우수성을 나타내려 했다는 비교적 단순한 해석(제목이 큰 역할을 한)과 지도를 통해 당시 네덜란드를 침략하려는 야욕을 보인 프랑스에 대한 애국심의 표현이라는 해석 등이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The Allegory of Faith]         출처 : wikipidia


약 200년간 이 그림의 존재도 모르다가 19세기에 발견하게 되는데 아직도 정확하지 않은 제목과 몇 가지의 소품과 모델을 두고 수많은 상상력들이 이 그림의 진의를 밝히려 노력하고 있다. 이 작품과 페어를 이루는 '신념의 알레고리(114.3cmx88.9cm)'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피테르 브뤼헐 : 바벨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인 피테르 브뤼헐의 작품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빈 미술사 박물관이다. 그의 출신 지역인 플랑드르의 풍속화 대표작들을 이곳에서 마음껏 볼 수 있게 된다.


1565년경 그린 브뤼헐의 자화상으로 생각 되는 [화가와 감정가]    출처 : wikipidia


빈 미술사 박물관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바벨탑’ 은 성경 창세기 11장 1-9절에서 인간들이 연합하여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나라에 닿으려는 시도를 보시고 여호와가 그들의 언어를 뒤섞어 사람들을 흩으셨다는 이야기다.



피테르 브뤼헐의 [The Tower of Babel], 1563년   출처 :  wikipidia


피테르 브뤼헐은 인간의 오만함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성경의 바벨탑을 상징으로 새롭게 구성하였다. 바벨탑 형태는 로마의 콜로세움을 모델로 그린 것 같이 보인다. 이 그림을 그리기 전 브뤼헐이 이미 두 번이나 로마를 방문하였고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라던 콜로세움의 스케치를 그려서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브뤼헐의 작품은 항상 세밀한 묘사가 압권이니만큼 이 작품도 바짝 붙어서 돋보기로 찬찬히 살펴보면 작품의 촌철살인 위트와 풍자를 감상할 수 있다. 바벨탑을 쌓아 올리는 것은 분명한데 신과 맞서려는 인간의 무모함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민들의 생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The Tower of Babel] 왕과 수행원들이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출처 : wikipidia


바벨탑도 중요하지만 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도 중요하고 심지어 서민들은 탑의 중요성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아직 하단부가 다 완성되지도 않았는데도 어리석은 인간들은 그 위에 층수를 올려가고 기단이 허물어져 어차피 붕괴할 수밖에 없는 탑을 기계적으로 쌓아 올리고 있다. 최상층부에는 이미 여호와의 노를 표현하는 구름이 크게 드리워져 있고 8층 기단에 불과한 바벨탑은 수직으로 서지도 못하고 기울어져가고 있다. 좌하단에 왕이 행차하여 건설 상황을 살피는데 주변부의 서민들은 피곤한 축조 과정과 배고픔에 지쳐 여기저기 널브러져 쉬거나 심지어 대자로 누워 잠자고 있다. 고대 바빌론의 바벨탑이나 로마의 콜로세움 그리고 브뤼겔이 겪고 있었던 스페인의 식민통치까지 모두 무너질 바벨탑이라는 깊은 안타까움과 분노가 그려진 것이다.


벨라스케스 :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빈 미술사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화는 총 4점이다. 한국 기획전에 보내온 것은 공주 5세 때 그린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공주     출처 : 연합신문 


화가는 스페인의 국민화가인 디에고 벨라스케스이다. 펠리페 4세 궁정화가로서 합스부르그의 레오폴트 1세(마르가리타 공주의 어머니 마리안의 남동생, 공주 본인에게는 11세 연상의 외삼촌)에게 정혼한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를 그려서 직접 오스트리아 왕실에 배달하며 공주의 근황을 알리곤 하였다. 정혼자에게 성장하는 공주의 외모를 보여주기 위해 스페인 왕실에서는 초상화를 계속 보내주었던 것이다.



벨라스케스의 [Las Meninas, The Maids of Honour] 1656년    출처 : wikipidia


이 그림과 비슷한 시기에 ‘시녀들’(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소장)은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으로 구성과 공간의 해석이 난해한 위대한 작품인데 이 그림에서 정중앙에 위치했던 어린 소녀가 바로 마르가리타 공주이다. 빈 미술사 박물관에는 ‘분홍 가운을 입고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3살)’와 푸른 드레스를 입고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8세)이 더 소장되어 있다.


스페인 왕실과 합스부르그 왕실 모두 정치 외교적 목적으로 근친혼의 정략결혼이 성행하였고 그 유전적 부작용으로 턱이 길게 튀어나오는 병들을 많이 앓았고 맣은 경우 단명하였다. 마르가리타 공주 역시 21세로 단명하였는데 결혼 이후 4명의 자녀를 출산했으나 4명 모두 유전적인 병으로 일찍 사망하였다고 한다. 벨라스케스의 작품 중 ‘푸른 드레스의 마르가리타 공주’ 작품이 가장 뛰어난 것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한국 전시회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가서 보아야 할 것 같다. 바벨탑과 회화예술의 알레고리도.




빈 미술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빈 미술사 박물관 공식 유튜브 영상 _ 100개의 걸작 중 요하네스 베르메르 편





빈 미술사 박물관 공식 유튜브 영상_ 100개의 걸작 중 피터 브뤼겔 편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