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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읽기 #5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 ‘FEAST’
새해가 되면 우리는 목표를 세운다. 새해 뿐 아니라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계속 해서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는 과정일 수 있다. 때론 장애물의 등장으로 그 목표를 이룰 수도, 중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계속 크고 작은 목표들을 세워 나가기 마련이다. 2015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디즈니의 Feast는 강아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짧지만 매력적인 영상 속에서 주인공과 목표, 장애물을 통한 스토리의 구조, 스토리텔링을 알아보자.
‘FEAST’ 스토리에서 핵심이 되는 두 개의 요소를 꼽으라면, 주인공과 주인공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될 것이다. 주인공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사실상 스토리의 전부이며, 메인 플롯(Main plot)이라고 부른다. 때로, 목표를 향한 여정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를 서브 플롯(Sub plot)이라고 하며 이 서브 플롯들은 주인공의 메인 플롯과 연결되거나 상호 영향을 주며 메인 플롯을 흥미롭게 만든다.
한권의 소설을 읽는 동안, 두 시간의 어두운 극장 속에서, 회가 거듭되는 TV 속 드라마를 즐기는 동안, 독자/관객/시청자는 주인공과 동일시한 상태에서 과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진 채 스토리에 푹 빠져 든다.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을 그린 셰익피어의 [햄릿] 출처 : 위키피디아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 다름 아닌 숙부임을 알게 된 왕자는 복수를 결심한다[햄릿].
학교 폭력에 시달렸던 여고생은 성인이 된 후, 그녀들 괴롭혔던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더 글로리]. 르네상스 시대 대문호의 희곡과 현대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는 수백년의 시간차가 있으나, 주인공과 목표라는 핵심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복수를 담은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출처 :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지금 이 시간에도 모든 작가들은 어떤 주인공이 어떤 목표를 이루면 흥미로울까에 대해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하며, 주인공의 노력을 가로막는 허들을 고안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소개한 ABC 플롯을 대입해 보자. 주인공은 A, 목표는 C, 가로막는 허들은 B가 될 것이다. 간단한 스토리 하나를 구상해 보자.
주인공은 중학교에 다니는 여자 아이다. 그녀는 오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평소의 평범한 일상과 다를 바가 없다. 자, 이제 허들을 만들어 보자.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선 그녀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추위를 피해 승용차의 본네트에 숨어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주인공은 차를 멈춰 고양이를 꺼내 구하고, 제 시간에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
어떤가? 새로운 허들의 등장으로 인해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여기에 B1, B2, 이어지는 허들을 추가하면 긴장감은 더 커질 것이다. 곧이어 등장한 차주인이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시동을 걸거나, 출발한 승용차가 그녀의 학교와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면 난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짧은 스토리 안에 앞서 설명한 스토리 구조를 잘 활용한 작품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014년,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FEAST’로 2015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유기견 강아지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늘 배가 고팠던 강아지는 어느 날 거리에서 한 남자를 만나 그의 집으로 입양된다. 윈스턴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강아지는 새로 만난 주인와 함께 풍족한 식사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남자는 윈스턴과 함께 간 식당에서 서빙을 하던 여자에게 한눈에 반하고, 윈스턴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이제 셋이 되어 함께 식사를 하는 윈스턴과 커플.
그러나, 두 사람이 헤어지며 남자는 식음을 전폐하며 실연의 아픔에 괴로워하고, 윈스턴은 혼자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행복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윈스턴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혼자서 거리로 나서는 모험을 감행한다. 차량들과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도, 맛있는 고기도 윈스턴의 질주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윈스턴은 두 사람의 사랑을 다시 이어주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더해진 가정 속에서 윈스턴은 예전보다 더 풍성해진 식사를 한다.
제목 ‘FEAST’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잔치, 만찬이란 뜻이다. 강아지 윈스턴은 함께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때 비로소 행복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 앞에 놓인 허들들을 힘차게 뛰어넘는다. 강아지 윈스턴의 시선을 통해 전개되는 애니메이션적인 재미와 적재적소에 사용된 파스텔톤의 색감,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 윈스턴 캐릭터의 사랑스러움까지.
이 작품을 통해 설날 연휴동안 가족,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시간, 그 여운을 다시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 애니메이션 [ Feast ] 스틸 컷
Feast 예고편 영상
# 전편은 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경모 작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다.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했다. EBS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스테리야’의 스토리를 집필했으며, 현재 제주에 머물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