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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런 멋진 미술관이 있었군요." 세 번째로 소개할 미술관은 보스턴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들려야만 하는 미술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건물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푸르른 중간 정원에 놀라게 되고 층별로 주제에 맞게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에 놀라게 된다.
역사상 최대의 도난 사건으로 더 유명해진 곳
미국 볼티모어, 필라델피아에 이어 보스턴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방문해야만 하는 미술관을 하나 더 소개한다. 바로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이다. 미국의 3대 개인 미술관을 꼽자면 뉴욕의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 워싱턴 DC의 필립스 컬렉션(Phillips Collection), 그리고 바로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he World’s Biggest Heist 이것은 강도다: 세계 최대 미술품 도난 사건
오늘 주인공은 그중 단연 돋보이는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이다. 이 미술관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점이 많은데 특히 1990년 3월 역사상 최대의 명화 도난 사건(총 13점, 당시 가치로 5억 달러 상당)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건에 관해서 넷플릭스에 4부작 다큐멘터리(The World’s Biggest Heist)로 만나볼 수 있는데 이 사건에 관한 스토리와 이곳 미술관의 가치와 의미를 아주 소상하게 알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한번 시청해 보시기를 바란다.
열정 가득한 미술품 수집가
Isabella Stewart Gardner in 1888 출처 : 위키피디아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는 1900년대 초에 보스턴에서 가장 유명한 자선가, 예술 수집가였던 여걸이었다. 뉴욕의 부유한 아버지 아래서 태어나 동창생 오빠와 결혼 후 보스턴에 정착하게 된다. 그녀는 2살 난 어린 아들 잭의 죽음 이후로 우울증을 앓고 피폐한 삶을 살다가 주변에서 권했던 해외여행을 남편과 함께 시작하며 새로운 삶에 뛰어들게 된다.
Ralph Wormeley Curtis, Return from the Lido (Detail), 1884. Oil on Canvas 출처: gardnermuseum.org
유럽과 아시아를 여행하며 예술 작품 컬렉터가 되고 그들 부부가 학자금을 지원해 주었던 학생으로 하버드 교수가 된 버나드 버랜손(Bernard Berenson)의 조언을 따라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품들과 스페인 작품들까지 구매하게 된다. 그렇게 모은 보관 작품의 숫자가 개인이 감당할 정도가 넘어서자 부부는 미술관을 건립하게 된다.
베니스 궁전을 재현한 멋진 건축물
1903년에 설립된 미술관은 그녀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Fenway Court라고 불리었고 그 전시 방법과 이탈리아 베니스 형식의 미술관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유명 건축가를 고용하여 베니스에서 자신이 감탄해 마지않았던 15세기 베니스 궁전을 재현해 내었다. 몇 번의 증축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의 아름다운 미술관이 탄생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전시 방법을 고안해 냈으며 건물 완공(1901년) 뒤 거의 2년에 걸쳐 전시실들을 완성시켰다.
그녀가 1924년 사망할 때 유서에 자신이 전시 방법을 절대 수정하지 말라고 적었으며, 만에 하나 미술관에 결정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모든 작품들을 파리 경매장에 보내어 일괄적으로 판매하고 그 돈은 하버드 대학교에 전액 기증하라고 강조하였다. 그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시되는 자신의 미술관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녀가 사망한 해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모습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엄청난 명작들
이사벨라 스튜어트가 최초로 프랑스에서 구입한 그림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세 사람의 연주회(The Concert)”이다.
‘The Concert,' By Johannes Vermeer 출처 : 위키피디아
이 그림은 이사벨라의 르네상스 전시실에서 주요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1990년 도난 사건 때 사라졌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여 빈 액자만이 벽에 걸려 있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도난 당시 이 그림의 가치가 1억 달러 상당일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현재 33점 혹은 35점만이 진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유수의 거대 미술관들이 베르메르의 그림을 구입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가치를 정확히 매길 수가 없다. 베르메르의 작품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서 도난을 당하는 대표적 작품인데 그 이유는 아마도 작품의 가치도 엄청나지만 워낙 작은 사이즈의 그림들이라 순간적으로 떼어내서 액자에서 칼로 잘라낸 후 안주머니에 넣고 나오기 좋은 형태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 By Rembrandt 출처 : 위키피디아
이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 3월 도난 사건으로 모르던 사람들도 신문을 통해 알게 된 렘브란트의 “갈릴리 호수의 폭풍(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인 것 같다. 이 그림을 풍경화라고 부르지만 성경의 유명한 이야기를 묘사한 성서화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호수에서 고기잡이배로 이동 중에 갑자기 풍랑이 덮쳐 배가 뒤집힐 절체절명의 상황에 제자들은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른다. 제자들은 그물에서 잠이 든 예수님을 깨워 도와 달라고 하고, 예수님께서 잠잠하라 명하시자 호수가 다시 잠잠해졌다는 이야기로 확고한 믿음에 관한 성경 속 이야기이다. 이 그림은 풍랑이 최고조에서 당황하는 제자들의 모습과 마치 바다처럼 파도치는 갈릴리 호수 위의 낙엽같이 흔들리는 배와 침착하게 대처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렘브란트의 장기인 명암의 대조로 극적인 위기감을 고조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도 아직 미술관 내 네덜란드관에 그저 빈 액자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의 전신 초상화
또 하나 자세히 알아두면 재미있을 작품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가 그린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의 초상화다.
Isabella Stewart Gardner By John Singer Sargent 출처: gardnermuseum.org
전신상이라 초상화라 부르기는 좀 어색하지만 초상화가 맞다. 아마 비슷한 그림을 어디선가 많이 본 기억이 날 것이다. 그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된 마담 X(Madame Pierre Gautreau)일 것이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와 친분이 있었던 존 싱어 사전트는 프랑스에서 자신의 화가로서 전성기에 당시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라 불리던 마담 고트로의 전신 초상화를 그리고 그의 작가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악평과 조롱을 당하게 된다. 현재의 우리가 볼 때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알 수도 없을 정도였지만 최초 발표된 작품과 현재 뉴욕 메츠에 전시된 작품을 비교해 보면 그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된다.
Madame X (Madame Pierre Gautreau) By John Singer Sargent 출처 : metmuseum.org
바로 어깨에서 흘러내린 어깨 끈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너무 외설적(?)이란 지적으로 모델이었던 마담 고트로도 작가 존 싱어 사전트도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후 계속 수정을 거쳐 어깨 끈을 다시 어깨 위로 올리는 작업을 했지만 프랑스에서 사전트는 더 이상 그림 주문 손님을 만나기 힘들 정도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미술관의 이 초상화는 배경이나 모델이 완전히 다르고 어깨 끈 시비도 없지만 얼핏 비슷한 분위기로 심심치 않게 마담X 그림과 비교를 당하는 유명한 그림이기도 하다.
여전히 큰 사랑을 받는 멋진 미술관
너무나 주요한 작품들이 도난을 당했지만 아직도 이 미술관은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계속 받고 있다. 미술관 밖에서는 상상도 못한 아름다운 중정이 건물 가운데 펼쳐지고, 각 층 전시실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전시 방법, 그리고 30년이 지났지만 명작들이 걸려있던 빈 액자마다 전해지는 아픔과 연민으로 코로나 이후에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객들로 열기가 뜨겁다.
강두필 교수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했다. Paris 소재 CLAP35 Production 대표 감독(CF, Documentary)이며, 저서로는 좋은 광고의 10가지 원칙(시공아트),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아트북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다산북스),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다산북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CF 감독(살림출판사) 등이 있다. 전 세계 미술관 꼼꼼하게 찾아다니기와 매일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편집해 두는 것이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