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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가족, 하나님을 닮게 하다



이보다 자신을 귀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을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함을 잊을 때가 많다. 감사를 떠올리게 되는 시기. 이 땅에서 우리를 반짝이며 살게하는 ‘가족’ 그리고, ‘가정’에 대한 이야기.


가정의 달을 앞두고 진원무역 오창화 대표가 이번 인터뷰 석에 앉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시대 속 가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그는 ‘전국입양가족연대’,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의 대표로 일하면서 저출산이 해결되고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낙태・입양 실태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고, 제도와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발로 뛰며 노력한다. 그의 행보를 짚어 보다 보면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데 한 사람이 이토록 진심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Q. 하고 계신 활동 모두 ‘가족’과 관련이 깊습니다. 대표님께 가족은 어떤 존재이신지요.

일찍부터 아버지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일까 많이 생각해 왔습니다. 제 아버지는 조실부모에 자수성가하신 분이에요. 노년에 하나님을 영접하기는 하셨지만, 곁에서 보기에도 보통 힘든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삶에서 아버지가 지켜내려 노력한 것은 유일한 가족, 바로 동생이었어요. 아마 아버지의 아버지께서 맡기기도 하셨을 테고요. 이런 아버지의 삶을 듣고 보아 온 만큼 제게 가족이란 잘 다스리고 지키고, 충분히 책임져야 할 존재인 것 같아요.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아내, 가장 큰 기업이 자녀죠. 또, 가족이 제 삶을 흐트러지지 않게 지켜주기도 해요. 한번은 우리 쌍둥이 중 하나가 숨을 멈춰 급히 병원에 간 적이 있었어요. 구급차 뒤를 쫓아가며 기도했습니다. 저희는 이미 넷째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 일도 있었기에, 이번엔 제발 아이 대신 나를 데려가 달라 울부짖었어요. 지나고서 생각해보니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나처럼 이기적인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그때 깨달은 게 자녀가 내게 하나님의 성품을 닮게 한다는 거예요. 자녀가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아이를 위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정을 통해 허락해 주신 것은 하나님을 닮아갈 수 있는 통로 아닐까 싶어요. 결론적으로 제 삶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가족으로 인해 하나님이 주시는 선한 뜻을 많이 깨닫습니다.



저마다 다른 표정에서도 친근함이 묻어나는 오창화 대표 가족.



“가족은 내가 하나님을 닮아가게 하는 유일한 존재”


Q. 다자녀 가정을 꾸리고 계십니다.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하셨나요?

글쎄요, 저는 제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집에 아이가 다섯 명입니다. 스물셋, 스물둘인 아들 둘과 열네 살이 된 딸 그리고, 열 한 살 딸 쌍둥이예요. 저희 부부는 20년 전부터 교회 영아부 교사로 있는데, 아내 말에 의하면 저는 수업 내내 저희 아이 쪽만 보고 있대요. 교사답지 못하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곤 하죠. 아무튼 저는 그런 아빠라 쌍둥이 입양 전에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혹시라도 차별이나 데면데면하게 할까봐. 입양할 그릇이 못 된다는 생각에 하소연도 했죠. 그랬더니 아내가 말해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나눠 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애정은 '0'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해준 거죠. 그리고, 실제로 그 말이 맞았어요. 우리가 낳은 아이들도 모태부터 미리 알던 사이는 아니잖아요.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 맺다 보니 사랑이 온 거죠. 입양한 딸들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처음 만난 후 이제까지 어떤 차이도 없었어요. 그리고 조만간 저희 가정에 새 식구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위탁 신청을 해두었거든요. 일이 빨리 진행되면 한두 달 안에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Q. 축하드립니다. 또 한 번의 기쁨이 오시는군요! 위탁은 입양으로 이어지는 절차인가요?

위탁이 무조건 입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베이비박스 아동을 인터셉트하는 활동의 대표로 있다보니, 스피커 역할도 하게 되고, 아이를 위탁하게 되었어요. 엄밀히 말해 베이비박스 아동은 원래 입양 대상이어야 했던 아동입니다. 하지만, 행정적인 미비로 무조건 5년간 시설에서 자랄 수밖에 없게 되었죠. 입양을 보내는 시설과 연계 운영을 많이 하고 있다 해도, 여전히 많은 아이가 시설에 남아 자라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위탁 가족은 법정 후견인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입양 결정이 나면 그 즉시 돌려보내야 해요. 하지만, 아마 저희는 헤어지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또 늘 것 같아요. 하루빨리 만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덴낙원 부활교회에서 봉안예배를 드린 가족들의 모습. 가장 오른쪽이 오창화 대표.


Q. 에덴낙원과도 인연이 깊으시죠.

저희 가족은 오래전부터 온누리교회에 다녔는데, 에덴낙원에 대해서는 장로님이나 교우님들로부터 많이 들어 왔어요.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천국에 가시면서 원래는 당신께서 평생 일군 이천 농장에 모셨어요. 하지만, 어머니께서 아버지 평생의 땀이 밴 그곳에 가기를 너무나 괴로워하셨어요. 그 슬픔을 보다 안 되겠다 싶어 에덴낙원을 떠올린 거예요. 때마침 생각난 이곳에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예배당이 있어 좋았고, 다른 부분들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앞서 소천하신 장인어른과 외조부모님도 이곳으로 이장해서 모셨어요. 그 후로 에덴낙원은 갈 때마다 뵙고, 추모하고 천국에서 만날 것을 기도하며 예배드리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언제든 아버지를 위해 예배드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아버님의 장례를 어떻게 치르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2018년, 얼마 안 되었어요. 당시 가장 바란 건 장례를 예배로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장례 치르는 약 나흘 동안 14번 예배를 드렸어요. 또, 모든 분이 말씀을 듣게 되길 소망했습니다. 병원 장례식장의 가장 큰 방을 마련하고 식사 공간까지 모두 음향을 연결했어요. 환송예배, 입관예배를 제외하고 하루에 여섯 번까지, 게다가 식사 사이에는 위로 예배가 또 있었고요. 바쁘기도 얼마나 바빴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나중에 식사 도우미 분이 말씀하시더라고요. 태어나 처음으로 목사님 말씀을 들었는데, 교회를 가고싶어졌다고. 이렇듯, 우리의 장례는 세상의 장례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아들들은 말해요. 아버지의 장례는 천국환송파티로 할 거라고. 낄낄 웃는 사진을, 영상을 전시하고, 밝은 옷을 입고 와달라 부탁하는 파티로 하고 싶대요. ‘우리 아빠 천국 갔어요’ 말하고요. 평소에 이런 이야기를 곧잘 해요. 이 땅에서의 삶이 다가 아니고, 천국 가는 것인데, 헤어져서 슬픈 게 아니라 천국 가는 기쁨을 더 크게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오창화 대표는 가정의 대소사를 겪으며 엄청난 가족 전도의 통로가 그곳에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Q. 웰다잉, 죽음 준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들들에게 배운 대로, 제 장례는 파티였으면 좋겠어요. 웃는 소리가 많길 바랍니다. 아빠, 남편이었던 나로 인해 정말 행복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이로 인해 복음이 전도되는 그런 장례식이었으면 해요. 저희 부부가 결혼할 때 하용조 목사님이 주례를 해주셨거든요. 그날 하나님 만났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가정의 대소사라는 것이 엄청난 가족 전도의 통로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장례도 복음 전도할 기회가 되는 거죠. 장례식도 굳이 병원에서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영혼이 거기 없으니 크게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장기기증서약도 해두었고요. 화장이나 납골도 아이들이 원해서 메모리얼 장소로 하면 하는 거지만, 저는 아무렴 괜찮습니다. 그저 제가 천국 갈 때 누군가 하나 복음을 받았으면 좋겠고, 파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죽음에 대한 준비는, 사실 그런건 전혀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아무리 건강해도 언제든 죽음이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결국 하나님 손에 달렸으니까요. 그런 준비는 없습니다. 다만, 심적으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천국 소망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결코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죽음 자체는 무섭지만, 하나님께 뜨겁게 있으면 또 안 무섭기도 하고. 오락가락하죠. 그런데 지금은 상태 좋은가 봅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 많은 요즘입니다. 이 사회에 바람직한 가족의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이 어려움 가운데 치유되고 회복되려면, 그 방법은 예배밖에 없지 않을까요. 혹여 지루하고 아이들은 어려워할지라도 가정에서 계속 훈련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을 그냥 주일학교만 보내면 다 잘 커서 오겠지 하지만, 가정의 역할은 성경을 가르치고 암송하게 하는 것도 있거든요. 예배라고 항상 뜨겁고 좋기만 할 수는 없겠지만, 어찌 보면 하나님이 아담에게 처음으로 주신 것은 교회 이전에 가정이었잖아요. 지금은 그 가정을 통해 회복하게 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선, 가족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 감사해야 할 존재고 또,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가운데 치유와 위로가 있겠죠. 사실 가족이란 얼마나 신기한 존재인가요. 그저 존재함 만으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 하나님이 가족을 왜 허락하셨을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한 것은 스스로 찬양받기 위한 것이라면, 가족은 찬양하라고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 창 화  진원무역 대표


전국입양가족연대 회장으로서 입양 실태를 알리고,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선친이 시작하신 작은 바나나가게를 국내 수입과일 유통업계 1위인 진원무역으로 성장시켜 보육원 지원 등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경영철학을 지켜오고 있다. 2018년 <입양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입양문화 정착을 위해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황은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

에디터, 기자, 에세이스트. 언론을 전공하고 매거진, 일간지 등 매체에서 일했다. 현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오가며 기억될 콘텐츠를 고민하고 만든다. 2021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