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검색
오후가 되자 가든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에덴낙원 일곱 개 정원 중 노을이 가장 아름다워 선셋 론sunset lawn이라 불리는 곳. 측백나무로 둘러싼 너른 잔디 위로 꽃과 의자가 줄지어 놓였다. 온통 푸르른 5월의 마지막 날, 누군가의 찬란한 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에덴낙원메모리얼리조트의 결혼식은 봄, 가을 성수기면 날짜 예약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 있는 이벤트다. 3천여 평 넓은 자연의 품에 건축이 어우러진 야외 결혼식은 예비부부라면 누구나 눈길이 머물 특별한 웨딩 베뉴venue인 까닭이다. 게다가 공간이 지닌 의미를 안다면 이곳에서의 첫 시작은 더욱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팬데믹 속에도 거듭 찾아온 봄, 작년 이맘때 에덴낙원에서 결혼식을 올린 에덴파라다이스호텔 최진수 주임을 만났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여기서 함께 일하던 호텔지배인님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났어요. 말이 잘 통했던 데다, 무엇보다 서로의 두터운 신앙을 알아보고 가까워졌죠.” 조심스레 시작한 만남은 1년이 채 안 되어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다. “서로 다른 점도 있었지만, 저흰 둘 다 아이를 좋아하는 점이 꼭 닮았어요. 게다가, 항상 저를 믿고 맞춰주려는 아내의 모습에 확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초에 계획을 잡고, 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예식 장소를 에덴낙원으로 정한 것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평소 에덴낙원의 귀한 의미를 잘 아는 그였지만, 가족 행사인 결혼식을 일터에서 치르기로 마음먹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에도 코로나 19로 제약이 많던 시기였다. “많이 걱정하고 고민했습니다. 혹시 모를 불상사로 직장과 동료에게 폐를 끼치진 않을지, 식을 마치고 난 후에도 2주가 지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죠. 하지만,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꼭 이곳에서 하리라 생각해왔고, 에덴이 가진 콘셉트 자체가 좋았습니다. 위쪽 안식처에는 삶의 평안한 마지막이, 아래 가든에선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말처럼 평소 많은 가족들이 삶의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는 에덴낙원은 인생의 중요한 시작을 앞둔 이들에게 더욱 특별하다. 마치 새로 짓는 집에 안정감을 주는 튼튼한 울타리와 같이.
아내 현정씨는 그 전에 에덴낙원을 방문한 적이 없었지만,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내는 이곳을 실제로 본 후에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워낙 아름다운 곳이고, 흔치 않은 호텔 야외 결혼식이라는 점에서도 특히 만족해 했습니다. 게다가, 정말 감사한 것은 양가 부모님도 저희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해주신 거예요. 위치나, 비용 등 현실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많으셨을 텐데, 일이 어느 하나 막힘없이 진행됐죠.”
신랑, 신부에게 주어지는 첫 공동 미션. 결혼식은 아무리 수월하다 해도 준비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근교 야외 결혼식이라면? 그 준비 과정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결정 후 준비 과정은 오히려 간소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준비 기간이 조금 짧은 편이었는데 이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었죠. 이벤트 전담 부서('스페이스 에덴')가 있어서 불필요한 선택지를 줄이고, 꼭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웨딩 플래너를 따로 섭외하지 않아도 됐고요. 에덴낙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진행하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맡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이 매끄러웠던 만큼,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어요.”
실제로 예식 사진을 받아 보니 아쉬움 하나 없다는 그의 말에 납득할 수 있었다. 하늘과 정원을 배경으로 펼쳐진 예식은 장면 하나하나 행복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야외 예식이다 보니 날씨가 관건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정말 맑고 화창했습니다. 지나치게 맑은 나머지, 잠시 동안 하객들이 자리 대신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야 했던 해프닝도 있었네요.(웃음) 다행히 점차 해가 저물면서 피로연까지 잘 마쳤습니다.”
이날 예식은 가까운 친지 위주로 100명이 조금 넘는 하객이 참석했다. 주인공 두 사람을 포함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당시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지키며 조심스러운 중에도, 잠시 세상의 걱정과 염려를 접어두고 마음을 다해 축복에 동참했다. 너무 밝아 여름을 방불케 했던 그날의 햇살처럼 싱그러운 표정이 말해준다. “결혼식을 치르고 난 후 부모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날 예식을 두고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 하셨죠.”
찬란하게 시작한 이들 부부 기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에는 반가운 변수가 있었는데, 바로 며칠 전 아내 현정씨의 출산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원래는 결혼식 이야기만을 담으려 했었지만, 때마침 찾아온 큰 경사를 그냥 넘겨선 안 되었다. 소감을 묻자마자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아직 실감이 안 나기도 하지만, 기쁜 건 말해 뭐 할까요. 너무 좋습니다.”
신혼부부에서 부모가 되었으니, 자연히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큰 기쁨과 동시에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죠. 지금까지와 달라질 생활 면에서도 그렇고, 축복받은 생명을 세상에 오게 했는데, 잘 성장하게 해야 할 텐데.... 여러 감정이 공존하는 요즘입니다.” 에덴파라다이스호텔에서 고객을 가까이 만나는 그는 평소에도 가족의 모습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 “매일 출근길에 에덴가든에서 쉬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져요. 뛰어 노는 아이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 하고 책을 읽는 부모. 가족에게서 나오는 평화로움이 제게 큰 에너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남편에서 아버지로, 연달아 새로운 출발을 마주한 그의 목소리와 눈빛에서는 일 년 전 에덴낙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제 가정이란 단순히 생각할 부분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 제 가족을 떠올리면 긍정적으로 잘 해내고 싶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아마도 그것은 한 가정의 울타리가 되기 위한 굳건함 또는, 이곳에서 일궈 나가는 삶의 축복에 대한 확신이 아니었을까. “많은 분이 기쁨과 위로를 받는 공간이라는 것만으로도 에덴낙원은 굉장한 축복을 받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저와 제 가정이 이곳에서 시작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큰 힘을 얻습니다.”
에덴낙원에서 첫 발을 내디딘 최진수-김현정 부부, 지난 3월 8일 이들에게 찾아온 천사의 이름은 ‘윤희’다. 축복됨을 아는 이 가정에 앞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마르지 않길 바란다.
황은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
에디터, 기자, 에세이스트. 언론을 전공하고 매거진, 일간지 등 매체에서 일했다. 현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를 오가며 기억될 콘텐츠를 고민하고 만든다. 2021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