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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에덴낙원메모리얼리조트에는 국내외 많은 관심이 향했다. 제2회 <2020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파이널리스트 10곳 중 한국 유일의 수상작. 전 세계 유수의 심사위원이 주목한 지속가능한 가치와 더불어, 오늘의 에덴낙원 프로젝트를 세운 신앙의 토대를 들여다본다.
온 세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지 1년여, 고립된 생활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더불어 가는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마 코로나 19로 인해 그 시점이 조금 앞당겨졌을지 모르나, 이 같은 고민은 사람과 자연, 도시가 조화롭게 존재하기 위해 언젠가는 필요 불가결의 일이었을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몇 해 전 시작한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Human City Design Award)> 역시 공동의 삶을 향해 한 걸음 앞서 나선 결과물이다. 2020년 2회를 맞이한 이 어워드는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도 묵묵히 이어지는 세계의 도시와 삶을 보여주었다. 이 가운데, ‘에덴낙원메모리얼리조트’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2020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로고, 어워드 소개(출처: 공식 홈페이지 캡쳐)
에덴낙원을 오로지 한 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대외적으로 봉안당, 안식처라 단정하기도 하지만, 이는 안타깝게도 공간의 성격을 다 담지 못한다. 굳이 말하자면, 에덴낙원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가치의 실현이 봉안당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안식처에서 과연 무엇이 시작될 수 있을는지 의아하겠으나, 이 점이야말로 에덴낙원만이 지닌 특징이다. 2020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서 심사위원단은 에덴낙원이 기존에 봉안당이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에덴낙원에서 죽음과 안식은 슬픈 종결 대신, 평안한 영생, 부활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안식처를 마련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두 메모리얼 리조트 내 7개의 정원을 중심으로 티하우스,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 함께하며 정서적 유대 속에 이별과 추모의 시간을 보낸다. 여기에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공간의 매력도 크다. 프로젝트 출발 당시에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산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난제는 평소 '농사짓는 건축가’로 불리며 자연의 위안을 구현하기로 유명한 건축가 최시영이 나서 기획을 십분 구현해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교통하는 전에 없던 공간, 부지 1만 5천여 평이 어느 한 곳 빠짐없이 자연에서 얻는 정서적 위로와 평온으로 채워졌다.
2020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공식홈페이지 최종 후보 리스트
2020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팬데믹으로 어두워진 우리 일상을 새롭게 조명하자는 주제로 출품작 31개국 99개 프로젝트가 출품했다. 다양한 삶의 공존을 위해 고민한 세계 각국 파이널리스트에는 에덴낙원 외에 빈민촌 빈곤과 주택 문제를 고민하면서 시작한 브라질의 ‘파벨라’, 지속가능한 삶과 관광산업이 공존하는 경제모델을 제시한 태국의 ‘엘리펀트 월드’, 버려진 집과 예술의 만남으로 지역 활성화를 불러 일으킨 이탈리아의 ‘카운트리스 시티즈’ 등도 포함됐다. 최종 후보 선정에는 <창조적 도시>의 저자이자 도시전략 컨설팅에 있어 저명한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와 함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운영, 심사단이 참여해 과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이번 수상으로 에덴낙원은 시대에 맞는 미래 도시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로서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2021년 새해가 밝은 첫날, <중앙일보> 신년호에는 에덴낙원의 수상 소식을 다룬 칼럼이 실렸다. 한은화 기자는 죽은 자의 공간이 지속가능한 도시 후보로 뽑힌 것이 역설적이라면서도, 정원, 호텔, 레스토랑 등 살아 있는 이들이 찾아와 즐기는 장소가 봉안당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공간이 지닌 힘이라며, 마무리에는 미국 건축평론가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Sarah Williams Goldhagen 의 저서 <공간 혁명>을 인용했다. 방문하는 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삶에 가까운 죽음을 어둡지 않게 돌아보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한 에덴낙원의 혁신적인 가치를 높이 산 셈이다. 심사위원 스테파노 미첼리Stefano Micelli의 견해도 맥락을 같이한다. 그는 에덴낙원을 두고 “독창적인 주제와 기념비에 대한 강렬하고도 새로운 비전이 돋보인다.”는 평을 전한 바 있다.
에덴낙원 '사색의 가든'
삶으로부터 멀지 않은 죽음이라는 성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고인뿐 아니라, 그 가족 대대로 신앙의 유산으로 이어질 진정한 안식을 추구하는 에덴낙원. 특히, 이번 수상작 선정 내용에는 디자인의 지속가능한 요소뿐만 아니라, 프로젝트가 삶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 또한 꼽혀 국내 유일한 파이널리스트로서 에덴낙원에 자부심을 더한다. 두 번째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를 개최하며 서울디자인재단 최경란 대표이사는 “지금이야말로 참여와 협력을 통한 디자인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논의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해가 바뀌고 봄을 목전에 둔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일상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시점에 에덴낙원에 전해진 소식이 우연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많은 이들이 에덴낙원과 더불어 살아감과 진정한 안식의 의미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황은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
에디터, 기자, 에세이스트. 언론을 전공하고 매거진, 일간지 등 매체에서 일했다. 현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오가며 기억될 콘텐츠를 고민하고 만든다. 2021년 에덴미디어 편집장 대행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