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문의031-645-9191

에덴 미디어

피플
2020-10-05

느헤미야처럼, 오명규 에덴파라다이스호텔 총지배인



마가복음 10장 45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크리스천의 삶이 곧 섬김의 삶의 되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의 오명규 총지배인은 일터에서 매일매일 섬김의 자세를 배우고 실천 중이다.



에덴파라다이스호텔 로비에서, 사진: 김정한

지난해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의 총지배인으로 합류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이곳을 처음 알게 되셨나요?
사실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의 초대 총지배인이셨던 이종배 대표님과 저는 30년이 넘는 긴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경주현대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이종배 대표님은 코오롱호텔의 대표로 역임하셨죠. 오랜 시간이 흘러 우연히 대표님을 뵙게 되었는데, 당신이 근무하는 호텔을 보여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처음 방문을 했는데 제가 평상시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이었어요. 무엇보다 콘셉트 자체가 성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대표님이 이곳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시더군요. 이후 곽요셉 이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에 대한 더 강한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에덴파라다이스의 총지배인이 됐죠.  

봉안당과 함께 있는 호텔이라는 점에 대해 불편함은 없었나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황스럽기는 했죠(웃음). 하지만 그것보다 ‘독특하다’라는 생각이 더 앞섰던 것 같아요. 크리스천의 관점은 물론 호텔 경영의 관점에서도 이 독특함이 긍정적으로 느껴졌죠. 요즘 평범한 호텔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가 어렵죠. 이에 따라 부티크 호텔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실 부티크 호텔의 생명은 독특함입니다. 그런 면에서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은 그 어느 곳도 견줄 수 없는 독창성이 있었죠.

에덴파라다이스호텔 외관. 사진: 김일다

에덴파라다이스호텔 합류 전에도 오랫동안 호텔리어로 생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어느덧 호텔리어로 근무한지 35년이 흘렀군요. 저는 이곳에 오기 전 현대호텔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25살 나이에 웨이터로 입사해 총지배인 자리까지 올랐죠. 현대호텔은 국내외 총 5개가 있습니다. 울산, 경주, 강릉, 목포 그리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이곳들을 순회 근무하며 호텔리어로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참, 강릉 경포대의 최고급 호텔로 알려진 씨마크호텔는 기획을 비롯해 프로젝트 전반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요. 호텔에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총동원해 약 4년간 콘셉트, 규모 설정, 건축과 인테리어, 세부 운영 계획 등을 주관했죠. 사람을 대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법이죠.

호텔리어로서 고충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왜 없겠어요(웃음). 호텔리어는 기본적으로 많은 감정 노동을 하게 되는 직업입니다. 100인 100색이라는 말도 있죠. 호텔에 있으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때로는 이에 따른 어려움도 겪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터득했습니다. 고객을 나와 똑같은 인격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더 고귀하게 섬겨야 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죠. 그랜드호텔의 아버지 스타틀러Statler*는 말했습니다. ‘Customer is always Right’. 고객은 항상 왕이고, 옳습니다.

*그랜드 호텔 시대에 호텔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1908년 첫 호텔 개업 이래 타계할 때까지 7개 호텔 9,050실을 소유했다.


32년간 전국의 현대호텔을 돌며 생활한 그는 에덴파라다이스호텔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진: 김정한

호텔리어에 대한 총지배인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사도 바울은 집사를 ‘디아코노스’, 즉 섬기는 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일하는 사환의 의미가 있죠. 저는 이런 점에서 호텔리어라는 직업이 항상 성경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대표적 직업군이 아닐까요?(웃음)

일을 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사실 최근 들어 특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강하게 느낍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생각보다 경영 성과가 다소 부족했죠. 여기에 코로나 악재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 매달리고 기도했습니다. ‘이 비상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면 되지요?’라고 지혜를 구했습니다. 매일 아침 부활교회에 찾아 조용히 기도했는데, 어느 날 교회 주변을 거닐다가 문득 놀라운 지혜를 주셨어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밀한 계획이었는데, 현재는 말씀해주신 그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호텔 객실 전경. 사진: 김일다

혹시 이곳에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나요?
에피소드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데요, 이곳에 처음 출근해 근무한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원래 호텔 맨들은 고객을 대할 때 ‘솔’ 톤으로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라고 외칩니다.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첫날 습관적으로 하이톤으로 인사를 건네다가 순간 ‘아차’ 싶었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을 장례 고객에게 ‘반갑습니다’는 좀 아닌 것 같더군요. 그 이후로는 정중하고 차분하게 ‘어서 오십시오’로 인사말을 바꾸었습니다. 지금도 장례 고객을 뵐 때면 마음마저 케어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합니다.

에덴파라다이스호텔에 오신지 1년이 다 되었습니다. 그간의 소회도 말씀해주세요.
직원들에게 종종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이곳에서 근무한 1년이 현대호텔에서 지낸 10년만큼 다이내믹했다고(웃음). 하나님은 저를 이곳에서 다양한 통로로 사용하셨고 그 통로 역할을 따라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때로는 팀장, 때로는 웨이터, 때로는 룸 메이드 역할을 감당했죠. 다행히 좋은 결실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객실을 정돈 중인 오명규 총지배인. 사진: 김정한

가든의 사계절을 모두 경험하신 셈인데 이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사람에게 처음 주신 선물이 에덴동산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그곳에서 행복하고 진정한 쉼을 누리길 바라셨죠. 에덴낙원 가든의 모체가 바로 에덴동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의 원리인 에덴동산을 이곳에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제공해주셔서 이곳을 찾는 이들이 진정한 쉼을 얻고 있습니다. 가든의 꽃과 잎, 과실 등을 통해서 말이죠.

호텔 앞에 펼쳐진 루프가든. 사진: 김일다

이곳이 다른 호텔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호텔의 정의를 살펴보면 ‘(시설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영이익을 내는 업’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비단 호텔만이 아니죠. 모든 기억의 목적은 결국 이익입니다. 그런데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생명’입니다. 생명을 위해 사색하고, 묵상하고, 치유를 얻은 쉼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죠. 사실 처음 이곳에 합류했을 때 왁자지껄한 이벤트를 여는 것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이사장님께서 중심을 잡아 주시더군요. 우리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요. 당장의 이익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자 오히려 많은 사람이 이 고요함을 즐기러 에덴낙원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죠.



에덴파라다이스호텔 로비. 사진: 김일다

호텔 안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시설 혹은 서비스를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티하우스를 추천합니다. 저는 이곳 또한 ‘작은 에덴동산’처럼 느껴집니다. 씨마크호텔 기획 당시 전 세계 12개국을 돌며 최고급 호텔들을 경험했는데 그때도 이런 티하우스는 보지를 못 했어요. 세계의 유명 티와 전문 티소믈리에가 있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티 전문 카페입니다.  

호텔 외의 공간 중 총지배인님이 즐겨 찾는 곳이 있다면요?
일단 교회가 생각납니다. 35년 동안 전국의 현대호텔을 경험했는데 그때마다 호텔 인근에 늘 교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제 인생 마지막 근무지가 될지도 모를 이곳 바로 옆에 교회를 선물처럼 마련해 주셨습니다. 매일 이곳에 출근하듯 나와 호텔의 문제들을 하나님과 의논합니다. 또 한 곳은 주차장 입구에 프레이어 가든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하루를 인도해주시길 기도하고, 퇴근할 때도 하루를 지켜주심에 감사 기도를 드리는 곳이죠.



프레이어 가든. 오명규 총지배인이 매일 아침 작은 벤치에 앉아 기도를 드린다. 사진: 김정한

마지막으로 이곳에서의 총지배인님의 계획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성경 속 인물 중 느헤미야를 참 좋아합니다. 술 따르는 관원이었던 그는 훗날 이스라엘 성전 재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을 하시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도 25세의 나이에 웨이터로 호텔에 처음 입사를 했습니다. 저 역시 와인 따르는 술 관원이었다고 할 수 있죠(웃음). 그러기에 저 역시 ‘디아코노스’의 마음으로 에덴낙원을 섬기길 원합니다. 에덴낙원의 느헤미야가 되길 소망하며 근무를 하는 것이죠.


사진: 김정한




최명환 <에덴 미디어> 편집장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미학을 공부했다. 다년간 디자인 전문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칼럼니스트, 브랜드 기획자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20년 <에덴 미디어>의 초대 편집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