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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7

노년의 인생도 이렇게 아름다워! <즐거운 인생 Happy Happy Happy!>전



실로 오랜만에 미소를 부르는 전시가 열렸다.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을 포착하는 영국 화가 ‘데스 브로피Des Brophy’의 그림 속으로 떠나보자.


서초동 흰물결갤러리에서 8월 31일까지 열리는 데스 브로피Des Brophy의 초대전 <즐거운 인생 Happy Happy Happy!>는 한마디로 ‘어린아이’ 같은 전시다.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선사하고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탄을 자아내는 그런 전시. 갤러리가 직접 “코로나 19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일상 속 우울증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즐거움으로 초대하기 위한 전시”라고 당당히 밝혔을 정도다. 데스 브로피의 그림은 2년 전 열린 국내 첫 전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유쾌하고 인간미가 넘친다.


우산 셋이 나란히, 50x60.6 cm, Oil on Canvas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인 데스 브로피는 자국은 물론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다. 비주얼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인 ‘핀터레스트(Pinterest)’에서도 쉽게 검색될 정도로 그의 그림은 대중 친화적이다. 그건 작품 제목에서부터 나타난다. ‘남자들의 수다’, ‘회의 중’, ‘오랜 친구’, ‘내가 왕년에’, ‘신문 봤어!’, ‘최고의 콤비’, ‘만나서 반가워!’, ‘야간 순찰’, ’동행’, ‘토요일밤의 열기’, ‘룰루랄라’, ‘나무 심는 사람들’, ‘빗길을 둘이서’, ‘개구장이들’, ‘우산 셋이 나란히’ 등등. 마치 노트나 일기에 끄적였을 법한 단어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림과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음, 이 맛이야!, 50×60.6cm, Oil on Canvas

데스 브로피의 가장 큰 특징은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경쾌하게 표현한다는 것. 그것은 아마 16살에 영국 왕립 공군에 입대해 12년간 아프리카 중·북부와 동남아시아, 인도양의 몰디브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야만 했던 그의 이력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군 복무를 하며 오일 페인팅과 수채화 페인팅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도 정식 교육과정을 밟은 여느 작가들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그는 귀국 후 셰필드 경찰서에서 22년간 일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더욱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가만히 관찰하다 특징적인 요소가 나타나면 그것을 자신만의 흥미로운 캐릭터로 재해석했다. 그렇게 데스 브로피는 긴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해 갔다. 경찰로 근무하면서 무엇보다 술집 등에서 주정뱅이들의 모습을 자주 마주한 작가는 ‘그녀의 행복한 칵테일’과 같은 그림을 통해 영국 펍 문화를 풍자하기도 했는데, 주로 뒷모습을 그려 ‘뒤태 화가’로도 불리던 작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행복한 칵테일, 72.7×50cm, Oil on Canvas

작업 초기에 데스 브로피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보냈던 바다와 해안 지역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정지된 화면에서도 늘 어떤 박자감, 리듬감이 느껴지게 하는데 ‘영차영차’와 같은 작품이 특히 그렇다. 단순한 그물질을 넘어 고기잡이에 힘쓰며 그물을 밀고 당기는 모습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노랫소리를 짐작할 수 있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 등장한, 더운 여름 해변에 나와 파라솔 아래서 격식 있는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중년의 숙녀들도 마찬가지. 햇볕 아래 중절모를 얼굴에 눌러쓰고 잠을 청하는 중년의 남자를 등진 채 두 숙녀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영차영차, 50x60.6cm, Oil on Canvas

뜨거운 태양이 좋아, 60.6×50cm, Oil on Canvas

바다와 물을 좋아한 탓인지 데스 브로피의 그림에는 유독 비 오는 날의 풍경이 많다. 그림 속 중년 여성과 남성, 노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정감 어린 어깨동무와 솜사탕 같은 점프를 보고 있자면, 관람객들이 왜 “데스 브로피의 그림은 별 이유도 없이 구름 낀 나의 마음과 구부정한 어깨에 힘을 불어 넣어주며 ‘인생은 참으로 즐거운 거야’라고 속삭인다”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간다. 뒤뚱뒤뚱, 퐁당퐁당 빗물을 피해 걷는 이들의 경쾌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몸짓은 노년이란 시기가 이처럼 푸근하고, 귀여우며, 사랑스러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노년의 일상과 즐거움, 사랑을 작품 안에서 담백하게 보여준다.


    Feel the Music, 50×60.6cm, Oil on Canvas

영원히 둘이서, 50x60.6cm, Oil on Canvas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참 좋아요. 제 그림 속에서 자기 자신이나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져 웃는 거거든요. 즐거운 장면이 떠올라 그리다 보면 제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해지는 걸 알 수 있어요. 제 전시에서 사람들이 경계를 풀고, 춤추는 사람들을 보며 기쁨을, 거친 바다를 헤쳐나가는 배를 바라보며 에너지를 느끼면 좋겠어요. 기쁨과 에너지! 그게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전부에요.” - 데스 브로피


나무 심는 사람들, 50×60.6cm, Oil on Canvas

흔히 노년의 삶은 느리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데스 브로피의 그림 속 노인들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우리 부모님의 노년, 언젠가 다가올 나의 노년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오랜 친구, 50x60.6, Oil on Canvas

사진 제공 흰물결갤러리 02-536-8641 www.whitehall.kr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데스 브로피의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김이신 <아트 나우>편집장

<아트 나우>편집장. 매일경제신문사 주간지 <시티라이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마담휘가로>를 거쳐 현재 <노블레스> 피쳐 디렉터와 <아트나우> 편집장을 맡고 있다. 국내 아트 컬렉터들에게 현대미술작가 및 글로벌 아트 이슈를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8-2019 아티커버리 전문가 패널, 2018-2019 몽블랑 후원자상 노미네이터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