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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8

왕국의 품격, 신라 금관 특별전

황금으로 증명된 품격, 신라 금관


경주에서 지금, 한국 문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입니다. 이번 전시는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여섯 점의 신라 금관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입니다. 신라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금관을 비롯해 금허리띠와 금귀걸이 등의 금 장신구까지 선보이며 ‘황금의 나라’ 신라가 남긴 장엄한 미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합니다.



경주국립박물관 입구 


신라 금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


신라 금관의 첫 발굴은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주 노서리 일대에서 자신의 집을 보수하기 위해  마당의 흙을 파내던 중, 우연히 하나의 무덤이 드러났고, 이곳에서 신라 금관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이 무덤은 이후 금관이 처음 발견된 곳이라는 의미에서 금관총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1924년에는 금령총에서 곱은 옥 장식이 달리지 않은 작은 금관이 출토되었고, 1926년에는 서봉총에서 안쪽에 둥근 모자 모양 장식이 있고 그 위에 새 모양 장식이 더해진 독특한 형태의 금관이 발굴되었습니다. 1969년에는 경주 교동의 한 무덤이 몰래 도굴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반출된 작은 금관은 1972년 거래 과정에서 적발되어 다시 회수되었습니다. 이 교동금관은 현재까지 알려진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금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경주국립박물관 홈페이지


1973년 천마총 발굴에서는 말다래 그림인 천마도와 함께 크고 화려한 금관이 발견되었으며, 같은 해부터 1975년까지 진행된 황남대총 발굴에서는 왕의 금동관과 왕비의 금관이 나란히 출토되었습니다. 특히 왕비의 금관에는 다른 금관에서는 볼 수 없는 굵은 고리 드리개가 세 쌍이나 달려 있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로 다른 시기와 다른 무덤에서 출토된 이 여섯 점의 금관들은 신라가 ‘금관의 나라’였음을 세상에 분명히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천마총 금관


여섯 점의 금관, 흩어졌던 시간들


이렇게 발견된 여섯 점의 금관들은 그동안 국립경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에 나뉘어 소장되어 왔으며, 한 왕국의 정수를 상징하는 유산이 오랜 시간 서로 다른 공간에 흩어져 있었던 셈입니다.

이번 전시는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계기로 성사되었습니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서 금관 여섯 점이 다시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충분한 역사적·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금관을 쓴 이들은 누구였는가


오랜 시간 흩어져 있던 금관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전시장에 들어서자 유리 진열장 넘어 생각보다 훨씬 얇고 가벼워 보이는 금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금관들은 과연 누구의 머리 위에 올려졌던 것인지 자연스레 질문이 생깁니다.


금관총 금관은 함께 출토된 큰 칼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이사지왕과 관련된 인물로 추정되며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주 높은 신분의 왕족이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금령총의 주인공은 껴묻거리(부장품)의 크기와 구성으로 보아 어린 남자아이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금관이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지위가 매우 높은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서봉총에서는 모관이나 큰 칼이 발견되지 않아 주인공이 여성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왕비 혹은 왕비에 준하는 높은 지위의 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시관 내부의 금관에 대한 설명

황남대총 두 개의 무덤 중 북쪽 무덤의 금관 주인은 왕비였음이 분명하나, 남쪽 무덤의 주인을 어느 왕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왕비의 정확한 정체는 달라집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관 모형은 천마총 금관의 모형으로 이 천마총 금관의 주인 역시 왕이나 그에 버금가는 최고 왕족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교동 금관은 크기가 작아 금령총의 금관처럼 어린아이의 금관으로 여겨집니다.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 황금의 힘


천마총의 주인은 머리에 금관을 쓰고 귀에는 금귀고리, 가슴에는 금장식 가슴걸이, 팔과 손가락에는 금팔찌와 금반지를 착용한 채 묻혀 있었습니다. 허리에는 열세 개의 장식이 달린 화려한 금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이러한 모습은 그가 생전에 누렸던 부와 권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러한 장신구를 무덤에 함께 넣은 이유도 분명히 드러냅니다. 무덤에 함께 묻힌 금관과 황금 장신구에는 사후 세계에 대한 신라인들의 믿음과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교동 금관과 금령총 금관


금관은 한 사회의 권력 구조와 신앙, 기술, 미의식이 가장 응축된 형태로 드러난 유산입니다. 신라 금관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왕의 머리 위에 올려졌던 신성한 상징으로 그 의미는 금관의 형태와 장식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상징성은 금관의 장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사슴뿔 모양 장식과 나무 형상, 새 장식은 신라의 샤머니즘적 세계관과 자연, 하늘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며 황금이라는 물질 위에 신라인들의 우주관이 새겨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봉총 금관 발굴 당시 모습      이미지 출처 :  emuseum.go.kr


그리고 이러한 상징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차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해 갑니다. 금관의 높이와 구성, 장식의 배열과 밀도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며 그 변화 속에서 신라 사회가 이해한 권력과 신성의 방식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오픈런이 보여주는 의미


천 년 전 왕권의 상징이었던 신라 금관은, 오늘날 전시장의 풍경 속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금관 특별전은 개막과 동시에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콘서트가 아닌 전시장 개관 시간에 맞춰 관람객이 몰리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은 박물관 전시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특히 서울이 아닌 경주라는 공간에서 이러한 반응이 이어진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며 이는 단순한 유행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이해하려는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금관 특별전은 하루 17회, 회차당 150명으로 관람 인원이 제한되어 운영되며 전시 공간은 크지 않지만 구성은 매우 밀도 높습니다. 전시장 중앙에는 ‘신성한 나무와 새, 그리고 황금빛 세상’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그 주변을 따라 여섯 점의 금관이 배치되어 있으며 각 유물 옆에는 상세한 설명이 덧붙어 있어, 금관의 형태와 상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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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초기에는 현장 구매만 가능했지만 최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현장 배포 티켓과 회당 70명씩 제한되는 온라인 신청의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며, 국립경주박물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시 소개 영상을 미리 살펴보면 전시 이해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금관 전시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신라 금관 여섯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은 과거의 영광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켜내며, 어떤 태도로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를 묻는 자리입니다. 황금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유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끊임없이 성찰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특별전은 우리 문화유산이 지닌 깊이와 품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주국립박물관 금관 특별전 설명 바로가기


전시 설명회 공식 동영상



 
1973년 경주 천마총 발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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