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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스토리텔링 #10
애니메이션 ‘배다리뎐’
배다리뎐에서 '배다리'란 주변의 배를 모아서 임시로 만든 다리라는 뜻이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가고자 하는 정조대왕과 아버지 제사를 준비하던 개똥이의 효심과 우리 전통 가락을 통해 오늘날 점점 퇴색되어가는 부모 공경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실존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창작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이야기의 재미를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실제적 사실을 왜곡하는 우를 범할 수 있고, 그 왜곡된 허구와 역사가 충돌하여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슬기롭게 극복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배다리뎐’(김혜미 연출)은 2014년 발표되어 다음 해 독립 애니메이션의 작가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주목하는 인디애니페스트 대상을 수상한 11분 분량의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정조 18년, 한양의 나루터에서 벌어지는 팩션이다. 정조는 비극적으로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즉위 기간 중 여러 차례 묘가 있는 수원까지 행차했는데 이를 능행이라고 한다. 왕이 배를 타고 물을 건너는 일은 없었기에 능행 때마다 왕의 행렬이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때마다 배들을 이어 배다리를 설치하였다.
이때, 한강에 있는 조세선(나라의 곡식을 옮기는 배)를 비롯하여 관선(관청 소유의 배)가 주로 동원되었다. 그러나, 물량의 부족으로 상선과 개인의 어선까지도 동원되었으니, 이로 인한 인근 백성들의 불편과 원망도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 지점을 스토리의 핵심 소재로 삼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여의고 할아버지,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어린이 개똥이다. 개똥이는 곧 있을 아버지의 제사상에 올릴 큰 물고기를 잡으려고 애를 쓰지만, 왕이 지나갈 배다리를 만들기 위해 개똥이네 배마저 동원되어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공교롭게도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기일과 개똥이 아버지의 기일이 겹치게 된 상황인 것이다.
제사상에 아무것도 올릴 수 없게 된 개똥이는 정조를 원망하고, 정조의 행렬이 강을 건널 때 감히 왕을 향해 돌을 던진다. 왕을 위협한 대역죄로 개똥이는 참수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사정을 듣게 된 정조는 오히려 엄벌 대신 푸짐한 제사상을 하사한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정조이기에 개똥이의 효심을 헤아려 주었기 때문이다.
직접 스토리를 쓰고, 연출한 감독은 ‘효 사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이다. 점점 퇴색되어가는 효 사상의 중요성을 배다리뎐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정조의 능행과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개똥이’라는 가상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엮은 스토리텔링 덕분에 작가의 의도는 명확하게 표현되었다. 오히려 실제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리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작품은 스토리의 자연스러움뿐만 아니라 돋보이는 점들이 꽤 있다. 우선, 전달하기 방대한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서사를 판소리라는 방식으로 1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영리하게 설명한다. 작가는 판소리를 공부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판소리의 ‘창’과 ‘아니리’를 직접 썼다고 한다.
또한, 작품 속 왕의 행차와 등장인물들의 복식을 역사적 사료인 ‘정조원행의궤’에서 가져와 작품 속 장면들을 마치 문화재 그림을 보는 것처럼 섬세하게 묘사했으며, 거기에 개성적인 아트웍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색감이 물씬 묻어나는 아트웍을 입혔다. 주제, 내용, 형식 면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한국적인 멋이 넘치는 이 작품을 감상하길 권한다.
본 작품은 OTT 왓챠(WATCHA)에서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배다리뎐 예고편, 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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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채널에서 만나는 배다리 프로젝트 이야기
김경모 작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다.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했다. EBS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스테리야’의 스토리를 집필했으며, 현재 제주에 머물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